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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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침궁으로도 돌아가지 못한 상태였다.
집무실의 커다란 소파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 있는 그가 안쓰러워서 침궁으로 돌아가 자라고 말했지만 이스마힐은 그냥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나를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의 따뜻하고 단단한 품 안에 갇혀있는 기분은 괜찮았지만 나 혼자만 잠에서 깨 버려서 그 후로는 할 일도 없다보니 지루했다.
나는 슬며시 나를 안고 있는 이스마힐의 팔을 들어 올리고 그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옷을 걸치지 않아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날씨였다.
집무실 안에는 몇 개의 불만 켜져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의 책장으로 가서 내 책 중 한 권을 꺼냈다.
오래 전에 쓴 책이었고 지금의 나하고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쓴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래서 새로 다가온 사람에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겁내고 자꾸만 뒷걸음질 치려 하지만 결국에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쓴 작품이니만큼 내용은 온갖 떡씬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떡의, 떡에 의한, 떡을 위한 소설이라는 평도 받았던 작품인데 이스마힐은 이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이 책의 저자라는 것도 아는데.
그에게는 무슨 생각이 들까?
불을 더 밝히고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발소리가 조용하게 들렸다.
돌아볼 것도 없이 이스마힐이었다.
“저 때문에 깬 거예요, 이스마힐?”
“아니야. 잘만큼 충분히 잤어.”
그가 뒤에서 다가와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손이 어느새 내 비밀스러운 곳으로 들어와서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자신의 정액을 확인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여간 못 말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스마힐이 자기가 두르고 있던 모포로 나를 같이 감싸주었다.
“읽어줘. 그 책. 아젤린이 읽어주는 거 듣고 싶어.”
“안 돼요. 그럼 또 설 걸요? 그럼 또 하고 싶어질 거고. 우리 오늘 먼 길을 가야 되잖아요.”
“안 세울게.”
아이고. 스치기만 해도 벌떡벌떡 세우는 분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졸라댔다.
“왜 듣고 싶은데요?”
“아젤린의 목소리가 좋으니까. 아젤린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걸 듣고 싶으니까.”
“수치사 시키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요?”
“수치사?”
나는 현대 세계에서 쓰이는 말이라면서 수치사라는 말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그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부분에서 그렇다는 거지? 어느 부분에서 수치를 느껴? 이렇게 사랑스러운 글을 써 놓고 왜?’
아이고.
우리 스마힐이 누나 우쭈쭈 해 줄 줄도 알고.
스마힐에게는 내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뺨 싸다귀를 때릴만큼 대단한 사람인 거라는 생각에 나는 흐뭇해졌다.
그래. 뭐.
그렇게 원한다면 못 읽어줄 것도 없지.
“특별히 듣고 싶은 부분 있어요?”
이제 야한 부분을 지정해서 말한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도 않을 것 같고 새삼스러울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서로의 성감대를 속속들이 아는 사인데.
그는 나에게서 책을 가져가더니 자기가 듣고 싶었던 부분을 찾았다.
왜 그 이야기가 그의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소파 곁에 불을 좀 더 밝혔다.
내 아래에서 계속해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속옷이라도 입어야겠다고 말했더니 이스마힐은 결사 반대를 하면서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어떤 자세로 들을 건지, 내가 어떤 자세로 글을 읽어줘야 하는지도 다 정해주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그걸 들으면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훤했다.
나에게 팔을 내주면서 그걸 베고 읽으라고 했으니까.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그의 품에 안긴 채 책을 폈다.
“이 이야기가 왜 좋았는데요?”
“모르는 게 많아서 물어보려고.”
“아아.”
그럴만도 하기는 했다.
“듣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물어봐요. 설명해 줄게요.”
“응.”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뒤에서 안고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거이거.
경청하는 자세가 왜 이렇게 불량하지?
“읽어줘.”
이스마힐의 재촉에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봇짐은 아직 제 무게를 덜어내지 못했고 해는 벌써 꼴까닥 넘어갈 기세였다.바삐 걸음을 옮기다가 짐을 내려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잠깐 쉬려는데 개울물이 졸졸졸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근방에 개울이 있나보다 하여 봇짐을 다시 지고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우습게 보아넘기기에는 큰 개울이 있었다.
건너편에는 허름한 초가도 한 채가 서 있기는 한데 도무지 다리가 보이지를 않았다.
오고 갈 때 사용되는 방편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하고 저도 모르게 일어서서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니 물에 거의 잠긴 징검다리가 보였다.
사람이 있으면 혹 짐의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거기까지 갔다가 헛수고를 하고 돌아오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고민만 하고 이러지도 저렂도 못하고 있는데 부엌 문이 열리더니 스물을 갓 넘겼을까 싶은 젊은 아낙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어어어이.”
봇짐장수는 소리가 닿기를 바라면서 목청을 돋우었다.
한참만에야 아낙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이 있소?”
아낙은 이내 사정을 알아차리고 손짓을 해 불렀다.
봇짐장수는 더 이상 망설일 것 없이 개울을 건넜다.
돌이 미끄럽기도 했지만 물이 생각보다 깊은 것이 겁을 불러 일으켰다.
바지가 젖으면 난처하겠기에 바지를 걷고 걷다보니 굵은 허벅지가 다 드러
나 민망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거기에서도 허탕을 친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빛이 다 지기 전에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오살맞게도 징검다리 사이가 멀었다.
불평을 해대면서 기우뚱 기우뚱 뛰다보니 어느새 아낙이 가까이 다가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손 좀 잡아 주시우.”
봇짐 장수는 그렇게 아낙을 떠보았다.
안에 신경쓸 사람이 있다면 쉬이 손을 내밀지는 못할 거라는 계산이었다.
아낙은 잠시 고민을 하는 눈치이더니 이내 손을 내밀었다.
보드라운 손을 꼭 잡아쥐고 봇짐 장수가 껑충 뛰어 올랐다.
모르는 척 반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처럼 아낙을 슬쩍 품에 안자 아낙은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면서 두 어 걸음을 달아났다.
그러면서도 봇짐 장수의 얼굴을 한 번 힐끔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낙들의 심장을 방망이질 치게 하는 수려한 용모는 신분 낮은 그에게 그저 재앙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이 붙잡혀 두들겨 맞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게 다 쓸데없이 잘난 얼굴 때문이라 봇짐 장수는 자기 얼굴에 원한이 많았다.
“무얼 사시려우?”
봇짐장수는 마루에 짐을 풀어 놓으며 그 전에 물이나 좀 얻어 마시자고 말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갸름한 턱하며 낭창한 허리가 선하게 그려졌다.
아낙이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간 사이에 봇짐장수는 토방에 신발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혼자 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시간 낭비할 것이 무어랴 싶었다.
돌아온 아낙은 비녀며 가락지 같은 것들을 생전 처음 보는 것마냥 신기해했다.
“끼워봐도 되나요?”
“끼워 보시우. 사지 않아도 되니까.”
“사지 못할 텐데 정말 끼워봐도 되나요?”
“원하기만 한다면 값을 치르는 방법은 많으니 일단 한 번 끼워는 보시우.”
아낙은 주저하기는 했지만 눈을 사로잡은 가락지를 쉽게 단념하지는 못했다.
“그리 끼는 것이 아니라.”
봇짐장수는 아낙이 잘 끼웠는데도 괜히 두 손으로 아낙의 손을 잡아다가 가락지를 조금 돌리면서,
“이리 하는 것이오.”
라고 아는 척을 했다.
“손이 고와서 오히려 가락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으우.”
아낙의 귀에 이제 그런 소리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버선도 있고. 좋은 것이 더 많은데 마루가 좁은 것 같수. 안으로 들어가서 짐을 마저 풀어 보여드리리다.”
아낙은 냉큼 마루로 올라서서 방문을 열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봇짐장수의 손이 아낙의 엉덩이를 만졌지만 아낙은 그때마다 어깨를 흔들어대기만 할 뿐이었다.
봇짐장수는 아낙을 뒤에서 덮쳐 치마를 걷고 속바지를 내렸다.
탄탄하게 갈라진 엉덩이를 보고 있으려니 숨어있던 기둥이 용을 쓰고 일어섰다.
“왜 이러시오?”
아낙은 몸부림을 쳤다.
“그러지말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만져보는 건 어떻소? 다른 것들도 많고 가락지를 손가락 마다 다 끼워보시우. 나는 딱 하나만 끼워볼 테니.”
“무슨 해괴한 소리를 하는 거요?”
허나 봇짐 장수가 풀어헤쳐 보이는 신세계에서 눈을 떼지를 못했다.
“값을 먼저 치른 후에는 원하는 건 아무 거나 드리리다.”
아낙의 앙탈이 사나운 기세를 잃었다.
“정말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