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46)
— 너. 그런다고 누나를 너무 믿는다? –>
덕분에 나는 이스마힐과 다시 만났을 때 아주 빠이팅이 넘치고 있었다.
화려한 마차에 나와 이스마힐만이 타고 있었다.
전 같았다면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 밀크 단장이 앉아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이스마힐이 모든 호위들을 내보냈다.
그래서 그들은 말을 타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수행했다.
마차 안은 아늑했지만 나는 특히나 더 열 받은 상태였다.
이스마힐은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가 궁금해하는 걸 최대한 간략하게 요점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샬럿이랑 카트린만 여기에 두고 가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서 데려가야 될 것 같은데 대공저 사람들은 원래 마족과 계약했다는 소문도 있고 대공의 얼굴이 변한 것 자체도 이상하고 흑마법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내가 마법 저항력을 높일 방법을 클레이튼에게 물어봤는데 클레이튼이 나는 드래곤을 못 이긴다고 했다.
그렇게 말했더니 이스마힐이 나를 보더니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니. 이 자식이!
누나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딴 생각을 했나.
이렇게 정확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는데 어떻게 못 알아들을 수가 있어?
누나 안 그래도 기분 안 좋은데.
한 번만 다시 설명해주는 거니까 잘 들으라고 하고 또 설명을 해 주었더니 이스마힐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 아젤린이 화가 난 이유는 드래곤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거라는 건가?”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했다.
“그럼 이기면 되지 뭐가 문제야? 클레이튼 경이 잘못 생각한 거라는 걸 알게 해 주면 되지. 일단은 휴양지에서 푹 쉬고 거기에서 숨을 고른 후에 드래곤을 이겨버려.”
어?
아니. 이스마힐.
드래곤이 개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되지.
내가 다시 한 번 분개해서 부들부들거리며 치를 떨자 이스마힐이 큰 소리로 웃었다.
“아젤린. 황실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마도구가 있다. 마법 저항력은 상당히 높아. 아무리 숙부가 나를 공격하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거야.”
“정말…요?”
혹시 나를 안심시키려고 뻥을 치는 건 아닌가 해서 물었더니 그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원래는 황실에 대마법사가 있었어. 제국의 대마법사 헬리무스는 모두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지는 못하더군. 그래도 헬리무스는 세 분의 선황제를 모셨으니 꽤 오래 살기는 한 거지.”
“이스마힐은 직접 보지 못했고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어. 그러고보니 어쩌면. 우리가 만나게 된 것도 헬리무스의 안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왜요? 헬리무스가 이스마힐에게 축복을 미리 해 줬대요?”
“그런 걸까? 혹시 헬리무스가 나한테 저주를 내려서 내가 이렇게 된 건 아닐까?”
“뭐라고요?”
즉각 응징을 해 주었다.
그냥 연인들 사이에서 흔히 할 수 있는 가벼운 주먹 다짐이었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강해졌다는 걸 감안하지 않고 어깨를 툭 쳤더니 이스마힐은 그야말로 어깨빵을 당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스마힐은 화도 못 내고 후아아아아, 하고 통증을 참아냈다.
앞으로는 애교를 아예 부리지 말아야겠다.
“책에 대해서도 헬리무스가 예언한 게 있었어. 그리고 아젤린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그가 남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 일이 이루어진 후에 보니까 이해가 돼.”
“아. 그럼 이스마힐이 나한테 처음에 했던 말이 그 말이었군요?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 뭐 그거. 기다리지 말아야하나 생각했다고 했나? 어쨌든 그런 비슷한 말 했잖아요.’
이스마힐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에 나타난 게 우연이나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서 그런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되고 예비된 일이었다니.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나봐요. 제국을 구하는 그런 역할인가? 이스마힐의 수호자라는 말도 나는 엄청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든다고 해 주니 고맙군.”
“그러면 헤르무스 덕에 이스마힐에게는 강한 마법 저항력이 있다는 거죠? 마도구를 갖고 있는 거예요?”
일단 걱정은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었더니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마법 저항력도 높고 마도구도 있어. 그러니까 아젤린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아무에게나 쉽게 당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정말로 좋은 건 이스마힐이 제국의 황제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도 좋았다.
민초라고 해도, 그는 그들을 함부로 여기거나 쉽게 잊지 않았다.
자신의 백성들이 고통당하고 있으면 그는 반드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들의 신음과 한숨을 거두어주려 했다.
그런 이스마힐이었으니, 그리고 그런 황실이었으니 헤르무스라는 대마법사가 온 생애를 다 해서 끝까지 충성할 수 있었던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하면서 나는 안심을 했다.
“다행이다. 나는 또 내가 드래곤이랑 싸워야 되는 줄 알았네.”
내가 말하자 이스마힐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지 않아, 아젤린? 드래곤이랑 싸워서 이겨줘. 내 수호자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어?
너 설마 누나를 그렇게까지 믿는 거야?
그런데 드래곤 잡아서 뭐하게.
비늘 벗겨서 뭐하게.
너는 이미 마법 저항력도 높고 마도구도 많다며.
애가 은근히 못 됐네.
나는 그런 짓을 하는 거 아니라고 설명을 하고 그를 다독였다.
“드래곤 사냥에 성공할 수 있으면 나도 사정이 나아질 텐데. 에인션트급 드래곤 한 마리를 잡으면 작은 영지 하나를 통째로 살 수도 있어.”
“이스마힐. 에인션트급 드래곤 한 마리가 화염을 뿜으면 작은 영지 하나는 통째로 구워져요!”
“알고 있었어? 우리 세계에 대해서 많은 게 알려져 있구나?”
그게 그렇게 가볍게 넘어갈 문제냐?
“드래곤은 마법 능력이 엄청 뛰어나다는데. 대마법사 정도는 그냥 쌈 싸 먹을 정도로요.”
“쌈 싸 먹는 게 뭐야?”
“어. 쌈이라는 게 있어요. 싸 먹는 거.”
내가 이스마힐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된 건데 내가 설명을 참 못 한다.
그런데도 이스마힐의 이해력이 월등해서 내가 개떡같이 말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준다.
“나도 그렇게 들었어. 하지만 드래곤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지.”
“어떤 드래곤들은 인간을 돕기를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여기서는 안 그래. 그건 잘못 전해진 것 같군.”
“아아. 그래요? 하긴. 이놈이나 저놈이나 지 비늘이랑 심장을 탐내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어요? 그럴만도 하죠.”
한 번에 이해가 됐다.
“드래곤이 폴리모프하면 그렇게 잘 생겼다는데.”
그냥 해 본 말이었는데.
이스마힐은 그때부터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아 보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도착을 할 때까지 나한테 그 후로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을 정도였다.
내가 애교를 부려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내가 못할 말을 한… 건가?
그냥 내가 주워들은 지식을 좀 자랑한 것 뿐인데.
혹시 이스마힐이 질투하나?
그러고보니 드래곤 정도면 제국의 황제라고 해도 질투좀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드래곤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니까.
인간이 원하는 게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그걸 이루어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도 드래곤이랑 친하게 지내보자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이스마힐은 그 말 한 마디에 확 삐쳐가지고 나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이스마힐이 한 번 삐치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알게 됐다.
무슨 말만 하면, 왜? 드래곤한테 말 하지? 라고 하는 말을 그 후로 천 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그건 그냥 아무 의미도 없이 한 말이고, 나는 드래곤을 트럭으로 갖다 줘도 이스마힐이 더 좋다고 말을 하고서야 겨우겨우 풀렸으니 말 다 한 거다.
풀린 이유는, 트럭이 뭔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이스마힐이, 트럭이 뭐야? 라고 묻느라고 풀린 거였다.
진작 그렇게 말할 걸.
별궁에 도착했을 때는 진이 다 빠졌다.
샬럿과 카트린에 대해서 걱정을 한 것은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스마힐은 두 사람을 철저히 차단하고 격리시켰다.
원래는 내 시녀지만 두 사람의 시중을 받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이스마힐은 그곳에서 두 사람이 할 역할을 확실하게 만들어서 간소화시켰다.
우리 근처에 오지 않는 것.
그게 그 두 사람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이었다.
샬럿과 카트린은 대공의 눈에 들어 대공의 양녀가 된 순간 자기들의 인생이 앞으로 탄탄대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였다.
그러다가 욕심을 부린 결과 황궁까지 들어오게 되기는 했는데 그때부터 인생이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녀 드보라에게 매일 치욕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별궁의 모든 사용인들이 철저히 두 사람을 무시했다.
그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외부에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런 태도가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클레이튼이나 밀크 같은 경우에는 두 사람이 인사를 해 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공기 중에 있는 병균 취급을 하는 것처럼 혹독한 냉대였다.
그런 시간이 하루 이틀 계속되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 사람도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는 우리가 그곳에 쉬기 위해 갔을 때 찾아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