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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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직도 어안이벙벙한 얼굴을 한 채로 그곳을 떠났다.
대공이 가진 막강한 힘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면서 갖고 있었던 경외감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슈덴하르트 회담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정도 했으면 아버지는 엄청 화가 났을 것 같아요.”
“그러기를 원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페멘토르를 죽사발로 만들어 놓은 거 아니었어?”
“아닌데요? 그건 우리 기사단의 명예가 걸린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느닷없이 페멘토르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바람에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밀크 단장이, 아니, 밀크 경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죠.”
“그 결과 페멘토르를 죽사발로 만들었고.”
그렇구나.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식이 대공의 귀에만 들어가지 않았을 리도 없는 건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나 혼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아젤린까지 생겼는데.”
“나를 너무 믿으시는 것 같네요.”
“그럴 수밖에 없잖아?”
그가 웃었다.
그렇지.
그럴 수밖에 없지.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부터 이상한 일만 생기네. 궁은 제대로 둘러봤어?”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러게.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나는 책을 봐야 하니까 아젤린은 궁을 구경하도록 해. 그러고나서 같이 저녁먹고 정원 산책을 하자. 정원이 기가 막혀. 봤어?”
“아직 안 봤어요.”
“그래. 잘 했어. 혼자 보고 다니지 말고 나중에 같이 봐.”
이스마힐의 말에 나는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드보라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새 옷으로 갈아입히지 못해 안달이 났다.
“아가씨. 폐하께서 아가씨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통쾌하고 잔인한 복수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저는 두 공녀 전하에게 어떤 벌을 내리실지 궁금했는데 세상에. 페하는 정말 무서운 분이세요.”
“알고 있었어?”
“그럼요. 밀크 단장이 와서, 아니, 밀크 경이 와서 얘기 해 줬어요. 제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요.”
“왜?”
“왜는요? 저야말로 아가씨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이고 아가씨의 마음을 잘 아니까 그렇죠.”
“아… 그런 거야?”
“어머? 그럼 다른 사람이 있어요, 아가씨? 아가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팔짱을 끼고 콧김을 훅 내뿜으면서 나를 노려보는 드보라를 보자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보라하고는 정말로 싸우고 싶지 않은데.
드보라는 그게 다 장난이었다는 듯이 나를 데려가서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혔다.
“후원에 노천탕이 있어요. 노천탕 때문에 여기에 별궁을 지은 거래요.”
“그래?”
그래도 사람들 눈도 있는데 거기에서 씻을 수는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뭔가를 자꾸만 상상하게 됐다.
사방이 다 트인 곳에서 그런 걸 하면 기분이 으흐흐흐흐.
내가 눈을 이상하게 휘고 웃는 걸 봤는지 드보라가 내 팔을 찰싹 때리면서 무슨 응큼한 생각을 하시는 거냐고 했다.
내가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는 그 자체가 더 이상한 것 같은데.
나는 드보라가 입혀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별궁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지만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우와아아. 멋있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기는 했지만 몇 번 감탄해줬으면 됐지.
그리고 내 집도 아닌데 샅샅이 살펴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점차 지루해졌다.
빨리 이스마힐이랑 놀고 싶기만 하고.
나는 이스마힐한테 놀아달라고 하려고 그가 머물고 있는 독채로 향했는데 그는 책을 보는 중이었다.
이스마힐이 책을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얌전히 있으려고 했는데 기다리고 있으려니 점점 심심해졌다.
그럼 여기 구경이나 해야겠다 하면서 집기와 벽 장식과 벽난로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다녔더니 이스마힐이 고개를 들고 힐끔 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얌전히 잘 있다고 신호를 보내 주고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이게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하면서 올려다보는데 어라?
2층 바닥이 유리로 돼 있었다.
이 시기에 이렇게 강한 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 하는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나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거기에 올라가자 아래층에 있는 이스마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대박.’
그래도 유린데.
유리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어.
그리고 현대에 비해서 기술이 훨씬 낙후됐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보는데 멀쩡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겁이 좀 났는데 점차 겁을 상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마힐이 지금 저렇게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데 만약에 2층에서 유리가 깨질 거였으면 이스마힐이 먼저 알았겠지.
책에, ‘네 머리 위에서 유리 깨진다’ 라고 나타나거나.
나는 얌전히 이스마힐을 기다리고 있다가 응큼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2층으로 혼자 올라온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책만 보는 이스마힐에게 좀 심통이 나기도 했고 그리고 간만에 뻘짓을 하고 싶기도 해서.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위에서 옷을 벗고 납작 엎드렸다.
아… 이렇게 하면 가슴도 납작해보이고 웃기겠구나.
그 생각을 하고 이스마힐이 나를 올려다 봐 줄 때까지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유리 바닥에 얼굴까지 딱 붙이고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스마힐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기라도 했는지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그대로 웃음이 터져서는 깔깔 거리고 박장대소를 했다.
웃긴가?
내 얼굴이 유리바닥에 눌려서 코도 돼지코처럼 들려있을 테니 웃기기는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각인돼 버리면 자주 해 달라고 할지 몰라서 이스마힐이 나를 보는 걸 보고 후다닥 일어섰다.
그러자 이스마힐이 계단을 날 듯이 달려서 2층으로 올라왔다.
계단을 올라오는 동안 옷을 벗어던져서, 내 앞에 나타났을 때는 걸치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참으로 해로운 사람이군.”
“잘 생각해 봐요. 아닐 걸요? 나 못 만났으면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었겠어요?’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이스마힐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이스마힐이 나를 안았다.
“나를 믿었나?”
“내 잘못도 아니잖아요. 대공이 개새끼여서 그렇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곳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따뜻한 볕이 드는 벽도 그렇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유리 바닥도 그렇고.
나는 이스마힐을 벽에 밀어 세워놓고 그의 앞에서 꿇어 앉았다.
그리고 그의 페니스를 손으로 쓸어 주면서 고환을 머금었더니 이스마힐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
이스마힐이 말했다.
좋다는 말을 솔직하게 해 주는 바람에 의욕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다른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러면 좋겠어?”
“절대 아니죠. 혹시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면,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해 주려고 물어본 거죠.”
이스마힐은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내 몸에 키스를 했다.
이제 곧 내 몸이 그의 것으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가빠지는 호흡을 골랐다.
내가 다리를 벌린 채 누워서 한쪽 다리를 높이 들자 이스마힐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왔다.
채웠다.
그리고 내 안에서 움직이고
사정했다.
나는 그 단어들을 마음껏 야하게 사용했다.
이스마힐은 연신 내 몸에 입술을 부딪쳐 왔다.
“오래 참지 마요.”
내가 말하자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천탕에서 한 판 더 하자는 뜻이었는데 그는 무슨 뜻인지는 묻지도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내 허리를 붙잡고 맹렬히 움직였다.
이스마힐이 사정을 하기 직전이었다.
문이 열리고 클레이튼이 들어왔다.
그는 이스마힐이 당연히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 했고 이스마힐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옷으로 몸을 가리고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반면 이스마힐은 여유롭게 자기 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아래층을 내려다 보았다.
이윽고 클레이튼이 위를 올려다 보았는지 이스마힐이 손짓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클레이튼이 얼마나 놀라고 창피했을지 상상이 돼서 불쌍했다.
이스마힐이 다시 나를 불렀다.
“스릴 있네요.”
그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겠지만 대충 알아들은 듯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겠지.
나는 이스마힐에게 다가갔고 그는 나를 가볍게 안은 채로 좀 전에 하던 것을 다시 시작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속력을 내면서 세차게 움직이다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갑자기 멈추었고 내 안에 불컥거리고 정액이 토해졌다.
그는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이스마힐.
자랑스러워할만 해.
쉬었다가 누나랑 있다가 한 판 또 하자?
라고 생각했지만.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급하게 뛰어들어온 밀크가 계단으로 달려 올라오더니 이스마힐에게 소리를 쳤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 오크들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클레이튼도 그 말을 하려고 들어왔다가 이스마힐이랑 눈이 마주치고 말을 못하고 나갔나보다.
그래서, 자기는 도저히 얘기를 못 하겠으니까 형이 좀 말을 해 보라고 밀크를 들여보낸 건가?
그걸 생각하니까 웃기기는 했다.
근데 웬 오크?
오크가 나타나는 지역에 별궁을 짓지는 않았을 텐데.
“대공이 그런 건지 몰라요. 아. 아버지가요.”
나는 옆에 밀크가 있는 걸 보고 정정했다.
이스마힐이랑 관계가 끝나고 잽싸게 옷을 입었으니 망정이었지, 밀크한테 못 볼 꼴을 보일 뻔 했다.
나는 일단 드보라에게 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이스마힐과 밀크를 남겨둔채 계단 난간을 엉덩이로 타고 내려왔다.
나오면서 봤더니 밀크도 그걸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듯 난간을 힐끔힐끔 보는 게 보였다.
이스마힐이라고 질쏘냐.
이스마힐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지만 쉽게 포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드보라에게 달려가서 드보라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내 검을 든 채 달려나갔다.
모두들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분위기였다.
기사단의 단장은 클레이튼이었지만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되지 않은 오크가 나타났다는 얘기를 듣자 나를 중심으로 결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클레이튼 경은 여기에서 폐하를 지키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입니다.”
그는 오크들이 나타났다는 곳에 나만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스마힐을 두고 따라나서는 것도 편치 않았을 거였다.
“가장 중요한 건 폐하의 안전입니다.”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스마힐을 짧게 바라보았다.
여기에서 죽을 운명은 아니라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요? 저, 여기에서 죽는대요?”
그러자 그가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수호자가 되자마자 죽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이냐. 아젤린은 죽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을 시키는 게 미안해서 그러는 것 뿐이야.”
“그러면 됐어요.”
나는 그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내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죽지 않는다고 하니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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