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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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색이 짙어서 표정이 변한다고 얼굴 색의 변화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도의 효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초커의 힘이 더욱 커질수록 우리는 너를 더욱 깊이 신뢰할 수 있을 거야.”
이스마힐의 말에 그리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마힐이 한 말 때문에 겁을 먹은 것 같기는 했지만 우리가 서로를 믿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한 것 같았다.
“마도구의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크의 피가 필요하다. 그래서 네가 피를 제공해 주면 좋겠는데.”
이스마힐이 말하자 그리니치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피가 얼마나 되나, 클레이튼 경.”
이스마힐이 묻자 클레이튼이 입을 가리고 이스마힐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뭐야.
분위기로 봐서는 그리니치가 기절할만큼 엄청나게 뽑으려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그리니치가 불쌍해졌지만 그리니치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실히 믿게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의식이 거행됐다.
그리니치는 저항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몸에 통증이 느껴지면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공격을 할 수도 있어서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이 거의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단원들은 그리니치가 앞으로 우리 편이 되게 될 거라는 것과, 대공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이해했기에 그리니치에게 다른 적의를 보이지는 않았다.
비록 그리니치에게 직접 공격을 당해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사람도 부지기수였지만 이미 그런 것은 다 잊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니치는 정말로 몸집이 커서, 어두운 감옥에 있던 침대 여섯 개를 붙이고야 그리니치를 눕힐 수 있었다.
“금방 끝낼 테니 참아라. 전사여.”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리니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여기 저기에서 굵고 단단한 쇠사슬들이 내려와서 그의 사지를 구속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최대한 고통 없이 빨리 끝내자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조금만 버티고 나면 너는 우리의 동지가 다시 탄생하게 될 거다.”
클레이튼이 말했지만 그리니치는 별로 감동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게.
아니. 꼭 사람간에만 그러는 게 아니다.
첫 만남에서 호감과 악감정이 정해지고 그건 만남이 이어질 때마다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클레이튼은 미운 털이 박힌 게 틀림 없었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 때 오크의 피가 가득 담긴 통이 몇 개나 밖으로 옮겨졌다.
“설마. 저렇게 많이 필요한 거예요?”
내가 이스마힐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오크의 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마도구가 몇 가지가 더 있다고 해서 이 기회에 같이 뽀자고 하더군.”
“클레이튼이요?”
“응.”
마도구를 만드는데는 여러 가지 희귀한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고 그중에는 오크의 피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마도구가 있을 거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클레이튼의 치밀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클레이튼은 아젤린에게도 몇 가지 마도구를 만들어 주려고 계획하고 있어. 그것 때문에 이번에 피가 특별히 더 많이 필요한 거고.”
아아. 그런 거야?
잘 했어. 클레이튼.
사람이 말이야. 응?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고. 역시. 유능해!
다 끝났다는 말에 내가 직접 포션을 들고 그리니치를 보러 갔다.
그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것 같았지만 내가 준 포션을 마시고는 금방 기운을 차렸다.
초커는 오래지 않아 완성됐고 이스마힐이 그리니치의 목에 그것을 채웠다.
“앞으로 너는 나의 의지에 반할 수 없다. 내 의지에 반한 생각을 품고 움직이려 한다면 이 속박구가 네 생명을 빼앗을 것이다.”
이스마힐의 말이 권위있게 울려퍼졌다.
그리니치는 주군과 봉건 서약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그의 말에 응했다.
“그대는 나의 가신이 되어라. 앞으로 나는 다른 이들이 너를 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그리니치는 이스마힐의 말에 감격하는 것 같았다.
“속박구의 기능에 인간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마도구가 따로 없어도 초커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초커를 풀려고 해도 스스로 그것을 풀 방법도 없을 것이다.”
클레이튼이 설명을 하자 그리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뻐. 그리니치. 잘 어울려.”
내가 엄지를 들어올리면서 말하자 그리니치가 초크를 더듬어보면서 히죽 웃었다.
안 어울리게 뭐가 저렇게 귀여워?
“앞으로는 그리니치에게 내 호위를 맡길 생각이다.”
이스마힐의 말에 밀크가 약간 서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키는 것은 밀크의 담당이었기 때문에, 이스마힐의 말이 축객령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스마힐은 밀크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고개를 저었다.
“밀크는 클레이튼을 도와 앞으로 아젤린 공녀에게 힘이 되어라.”
“예, 폐하.”
밀크는 새로운 임무가 마음에 들었는지 서운해하던 표정을 순식간에 지웠다.
나한테 힘이 되라니.
이스마힐이 나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고 그러지?
혹시 나한테 드래곤을 잡아오라고 하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스마힐이 나를 외면하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건 그냥 내 착각인 것인가…
***
샬럿과 카트린은 죽은 듯이 지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황궁을 떠나 대공저로 돌아가라고 해도 기를 쓰고 못 돌아간다고 버틸 터였다.
드보라와 별궁의 사용인들은 다른 때보다 두 사람을 학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샤럿과 카트린이 나를 이스마힐에게서 떼어내려고 무슨 소리를 지껄였는지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에 누구도 두 사람에게 동정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세상에. 별궁에서 우리 아가씨에 대한 비밀이라면서 음해를 했다잖아.”
“미친 거 아냐? 폐하께서는 정말 인자하시기도 하시지. 저런 사람들을 그냥 용서하시다니.”
“우리 아가씨도 너무 착하시지. 나같았으면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바로 오크한테 먹이로 던져줬을 텐데.”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오크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저 두 사람이 한 짓인지도 몰라. 마녀들인지도 모른다고. 대공이 마족이랑 계약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잖아.”
그런 말을, 샬럿과 카트린이 있건 없건 큰 소리로 하면서 적대감을 나타내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그런 분위기를 견디기가 힘들었을 거였다.
샬럿과 카트린은 지은 죄가 있어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 냉대를 모조리 감당하고 있었다.
황궁에서 쫓겨나 궁 밖으로 나가는 순간 대공이 보낸 자들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당할 테니 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샬럿과 카트린의 지위를 한 단계 강등시켰다.
그것은 정당한 징계였다.
나에게 배덕한 행위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고, 그 결과 샬럿과 카트린은 그동안 자기들이 그나마 군림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까지 명령과 지시를 듣게 되었다.
그게 두 사람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아랫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후임을 괴롭히는 못된 말년병장처럼 굴다가 하루 아침에 이등병이 된 꼴이었으니.
두 사람이 공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지만 별궁에서만큼은 신분으로 인한 보호도 받을 수가 없었다.
나를 음해하려고 했다가 걸려버려서 천사가 강림한다고 해도 두 사람을 쉴드치기는 어려워보였다.
이스마힐은 내가 샬럿과 카트린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나는 두 사람에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자비를 베풀지도 않았고 그들이 당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당하게 조치를 취해 놓은 후에는 신경을 껐다.
이스마힐은 그런 나를 보고 잔인하다고 했지만 그게 이스마힐이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샬럿과 카트린에게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게서 두 팔과 두 다리를 잘라버린 것보다 나쁜 짓을 한 거였으면서.
그런 일들은 소문이 빨리 퍼졌다.
그래서 대공의 측근들은 이스마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대공에게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던 이스마힐이었지만 이제는 한 가지, 한 가지, 대공과 의견이 부딪칠 때마다 확실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니치는 어느 곳에나 이스마힐을 따라다녔고 이스마힐이 그리니치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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