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55)
— –>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그렇게 바라줄 수 있어?”
“네?”
말해줄 수 있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바라줄 수 있냐고 물어서 조금 어리둥절했다.
내가 그렇게 바라면 그렇게 되는 건가?
나는 잠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고민과 갈등이 많았다.
내가 살던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삶도 괜찮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만약 내가 진짜 진지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면 나는 원래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내가 대단하게 이루어 놓은 것들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서의 삶은 왠지 꿈처럼 느껴졌고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스마힐이 없는 내 삶을 상상하는 것이 점점 힘겹겠다고 느꼈다.
그는 이제 완전히 내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스마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해요. 나도. 언제까지나 이스마힐의 곁에 있을게요.”
“돌아가지 않을 거지?”
그가 다시 물었다.
이스마힐이 그렇게 거듭거듭 다시 하는 질문은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아닐 거였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걸 미리 알고 거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대비하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조차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옆자리야말로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내 자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게 해 준 그가 고마웠다.
클레이튼에게도, 밀크에게도, 드보라에게도.
어쩌면 이제는 그리니치에게도.
내가 웃자 그가 안심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를 안아주었다.
“아젤린. 내 황후가 돼 줄래?”
그 말은 갑작스러웠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가 웃었다.
“지금은 말고. 지금은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니까. 지금은 숙부가 흔드는대로 흔들리고 있고 모든 게 너무 불안정하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힘내고 있어. 아젤린에게 당당한 사람이 돼서 청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청혼… 받았다.
아니. 청혼은 아직 아닌 거라는 거지?
그래도.
황후가 돼 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이스마힐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날아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아젤린이라고 해도 중력을 거스르지는 못하니까.
나는 멍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을 정도로 나는 정신이 없었다.
자기 모습이 창피하대.
대륙에서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남자가.
자기 모습이 창피해서 더 당당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니.
“아젤린. 그래줄 거지?”
그가 다시 물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힐아. 누나 좀 가만 놔둬봐.
누나 지금 청혼 받았단 말야.
혼자 있으면서 이 기분 좀 만끽하고 싶으니까 나 좀 놔둬봐.
“아젤린?”
“가만히 놔둬 봐요. 나. 이 느낌 만끽할 거라고요.”
그렇게 넋이 나간 상태로 그의 집무실을 나왔다.
연무장으로 가자 나와 대련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단원들이 한 다스였다.
그들은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자기들을 봐주지 말고 내 실력을 다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용기는 가상하고 배수진을 펼치겠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내가 왜 거기에 응해줘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응해줬다.
황후가 돼 달라는 말을 듣고 얼이 빠져서 현실 감각을 되찾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했다.
나는 모두에게 한꺼번에 덤비라고 말하고 마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는 세밀하게 통제되지 않았다.
내 감정이 널을 뛸 때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마검에 깃드는 검기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도 그걸 눈치챘는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클레이튼이 다가왔다.
“잘못하면 그 기운이 공녀 전하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마나가 폭주하지 않도록 잘 다스리지 않으시면 안 됩니다. 마검은 지금 공녀 전하께 복종하고 있지만 언제든 변할 수가 있습니다. 이 녀석의 본래 성정이 그렇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클레이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나를 거두었다.
마검은 왠지 아깝게 됐다는 것 같이 시무룩해졌다.
쌤통이다.
내가 과도하게 업셋된 틈을 타서 나를 잠식하려고 해?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더 많이 정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 마시고 블랙아웃디는 상태가 되기 싫으면 술을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내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국에 슬슬 검사들이 도착했다.
대표로 정해져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려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일찍 모여든 덕에 제국은 예정보다 빨리 활기를 띠었다.
여러 모로 제국에 좋은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았다.
우리를 가장 들뜨게 만든 것은 신성제국의 성기사단들이었다.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 뿐만 아니라 황실 소속의 다른 기사단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것은 나나 클레이튼, 밀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나와는 다른 ‘신성력’이라는 특별한 힘을 사용했는데, 사용하는 기술도 우리와는 달랐다.
그렇지 않아도 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우리는 일찌감치 성기사들 주위를 얼쩡거렸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유명인이었다.
내가 아젤린 공녀라는 걸 알고 성기사들은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환호했다.
처음에는 성기사 아니라고 할까봐, 내가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일부러 관심을 안 갖는 것 같더니 나중에 내 정체를 알고는 열광하며 나를 귀찮게 했다.
유명세는 언제나 귀찮다.
이번에는 그 사람들이 성기사들이고 내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특별하게 참은 거였다.
“아젤린 공녀 전하. 이렇게 만나뵙게 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성기사단의 기사단장 율레인이었다.
신성제국에는 100명 정도의 단원들을 둔 기사단이 스무 개 정도 된다고 했다.
신성제국은 일반 왕국에 비해서 훨씬 작았지만 아무도 신성제국을 무시하지 못했다.
우리만 해도 신성제국에서 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절절 매고 있는 게 아닌가.
“환영합니다. 율레인 단장님. 부디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제국의 공녀답게 의젓하게 말해주었다.
성기사단 애들은 하나같이 꽃미남들이었다.
쟤들은 기사단원을 얼굴 보고 뽑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이었다.
신성제국에서 섬기는 여신이 미의 여신 아프로뒤태였으니 여신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은 미의 몰빵을 받는 게 당연했다.
성기사들은 그 외모만 봐도 신성력을 대충 가늠할 수 있었는데 기사단장 율레인의 미모는 진짜 아…
이스마힐만 아니었으면 한 눈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율레인을 보다가 클레이튼을 보고 움찔 움찔 하게 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클레이튼이 어디 가서 못 생겼다고 타박들을 사람은 아닌데.
심지어 제국에서도 상당히 잘 생긴 편에 속해서 번개의 그림자 단장까지 된 후에는 제국 내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해서 랭킹 5위 안에는 드는 수준인데.
율레인은 그런 클레이튼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정화되고 내 마음이 그냥 저절로 착해지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매순간이 행복했다.
율레인의 곁에 있는 성기사들도 진짜. 아. 막.
아프로뒤태 여신은 참 대단한 능력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자연스럽게 신을 찬양하게 만드는 역할을 그들의 얼굴이 하고 있었다.
“아. 이럴 게 아니라. 먼 길을 오느라고 수고하신 여러분을 위해서 연회를 열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내가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으로 제안을 하자 율레인과 성기사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공녀 전하?”
클레이튼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옆에서 바로 태클을 걸었다.
“연회 준비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뚝딱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클레이튼은 나를 책망하듯이 말했다.
아니야. 클레이튼.
이 사람, 저 사람, 어중이 떠중이들을 다 초대하면 준비하는 게 힘들겠지.
하지만 먼 길 오느라고 수고한 이 꽃돌이들만 초대할 건데 뭐가 힘들어.
별궁 후원에 꽃돌이들만 데려다놓고 으흐흐흐흐.
그런데 왜 자꾸 이스마힐이 떠오르지?
나는 그냥 꽃돌이들 얼굴 보고 그냥 안구 정화만 좀 해 보자는 건데.
아젤린. 왜 자꾸 찔리는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