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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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힐은 신관의 치유력에 대해서 물었다.
율레인은 아무 의심없는 표정으로 이스마힐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마도구와 그리니치에 대해서 너무 세세하게 잘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이미 채무감을 상당히 갖고 있었던 듯했다.
이스마힐이 그 얘기를 해 준 것도 포석을 미리 깐 거였지만 율레인은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우리와 성기사들이 모여서 대화를 했기에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완전히 소외된 채 자기들끼리 어울려야 했다.
드보라 뿐만 아니라 별궁의 사용인들과 황궁의 시녀들도 연회에서 시중을 들었는데 그 중에는 샬럿과 카트린도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지위는 한 단계 강등된 상태라 드보라 뿐만 아니라 더 낮은 지위의 시녀들에게도 두 사람이 굽신거리면서 지시를 듣고 일을 해야 했다.
대공의 공녀들이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곧 많은 귀족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 그래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할 일도 없는 그들에게 두 사람은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그건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이 재미있게 흘러갔다.
평소에 샬럿과 카트린에게서 모욕을 당한 적이 있던 귀족 영애들이 수두룩했고 그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사람에게 분풀이를 했다.
와인을 가져오게 하고 맛이 이게 뭐냐고 하면서 상한 걸 가져왔다고 트집 잡아 샬럿과 카트린의 옷에 쏟아버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샬럿과 카트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좀 심한 것 아닌가 하고 있는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드보라가, 두 사람은 자기들이 했던 걸 다시 당하는 것 뿐이니까 괜한 동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몇 번 곁눈질로, 돌아가는 사정을 확인했다.
이스마힐도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상관하지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는 했다.
대공의 공녀라는 지위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한 거였다.
아무리 샬럿과 카트린이 자기들을 모욕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이 나의 시녀라고 해도 대공에 대한 귀족들의 생각이 전과 같았다면 감히 샬럿과 카트린에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을 거였다.
그런데 한 사람으로 촉발된 행위가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것을 의도했던 하지 않았건.
둑에 생긴 작은 구멍은 급속하게 균열을 일으켰다.
연회가 무르익고 악단의 연주가 춤곡으로 변하자 이스마힐이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었다.
여자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던 성기사들은 춤을 출 생각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벽지처럼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각기 자신들의 기사단 제복으로 빼입은 성기사들은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는데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춤을 추지도 못하는 영애들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스마힐은 내 허리에 손을 얹고 능숙하게 나를 리드했다.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내가 연회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내가 이스마힐의 품에 있다는 것.
세상에 오직 나 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나만 바라보고 있는 그가 내 앞에 있다는 것.
그 사실이면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다고 말하기에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과분한 것을 누리고 있는 거였다.
이스마힐의 시선은 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나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율레인이 마음에 들어?”
“왜 그런 말을 해요?”
“잘 생겼잖아. 멋지고. 영애들이랑 귀부인들도 모두 율레인 단장만 보고 있고.”
“자신 없어요?”
“긴장해야 되나?”
이스마힐은 의연한 척 말했지만 나는 그가 어느 정도는 긴장했다고 생각했다.
“이스마힐. 나는 이스마힐만 좋아요. 그래도 가끔, 잘 생긴 남자를 보면 눈이 저절로 돌아가기는 해요. 그래도 이스마힐만 좋은 건 변함이 없어요.”
“잘 생긴 남자를 보면 눈이 돌아가?”
이스마힐이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인가?
“그건 인간 본성이잖아요. 이스마힐. 아름다운 걸 보면 마음이 즐겁고 눈이 저절로 가고 그러는 거요. 아름다운 것. 귀여운 것. 사랑스러운 것. 그런 걸 보면 저절로 눈이 가고. 좋아한다기 보다. 그냥. 보기에 좋으니까.”
나.
떨고 있는 것 같다.
“이스마힐도 그렇잖아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예요. 나는 이스마힐이 그러는 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나는 안 그러는데?”
“네?”
…맞아.
이스마힐은 안 그런 것 같아.
그동안 이스마힐을 지켜봐온 바에 따르면 이스마힐은 안 그런 것 같아.
정말로 그에게는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럴 때는 난감하네.
이스마힐을 이해시킬 방법이 없으니까.
“나도 그럼… 다른 사람들을 안 보면 좋겠어요?”
“응.”
단호하다.
아냐. 괜찮아. 이해해. 그럴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다.
그래도, 그렇다고, 알았어요. 안 볼게요 라고 할 수는 없는 건데.
“성기사놈들 마음에 안 들어.”
그러게.
성기사들에게만 유독 이러고 있는 거다.
내가 밀크나 클레이튼이랑 같이 다닐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하긴. 누가 보더라도 성기사들은 견제하게 만드는 얼굴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어쩔 수 없어요. 이스마힐. 나는 이스마힐을 배신하지 않을 거고 이스마힐만 사랑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다른 감정은 안 품을 거예요. 그리고 이스마힐이 싫어하니까 웬만하면 안 볼게요. 그런데 전혀 안 보는 건 안 돼요. 그건 이해해 줘야 돼요, 이스마힐이. 예쁜 커튼을 달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런 거라고 조금만 이해해줘요.”
그러면서 내가 이스마힐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낮은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
내가 우리의 친밀함을 너무 과시해 버렸나?
귀족 영애와 귀부인들은 이제 내가 더이상 자기들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천상의 존재 급으로 격상된 것을 확실하게 깨우친 것 같았다.
웃기는 건, 탄식하는 소리에 여자들의 소리만 끼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그소리는 성기사단에서 집중적으로 들려왔다.
뭐야?
저 녀석들 나한테 기대하고 있었던 건가?
어이 없는 부분이 뭐냐면 그리니치조차도 탄식을 했다는 거였다.
왜애애애애애?
누구 때문에?
누구를 뺏긴 게 아까운 거야?
제발 나는 아니기를.
제발 나를 욕심낸 건 아니길.
그건 진짜 기분 나쁘잖아…!
하긴. 이스마힐을 욕심냈다가 탄식한 거라고 해도 기분 나쁘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바쁘게 하는 거지?”
내가 그런 생각을 복잡하게 하고 있을 때 이스마힐이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잠시 멈추었던 탄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다시 터져 나왔다.
우리는 한 곡이 흐르는 동안 춤을 같이 추고 그 후에는 철수했다.
성기사들이 다른 사람들이랑 춤을 출 의지가 없는 것이 너무 확고해 보여서 손님들을 놔두고 우리끼리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스마힐을 안심시켜 주려고 이스마힐의 팔짱을 끼고 다녔고 그 모습은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그 후로 우리는 적당히 그곳에 남아있다가 성기사들과 함께 이스마힐의 접견실로 옮겼다.
우리는 신관의 치유력에 대한 관심을 다시 보였다.
이제는 얘기를 발전시켜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들은 우리 제국에 와서 우리의 앞선 문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이야기는 술술 풀렸다.
성기사만 오는 게 아니라 신관도 여러 명 와서 신관의 치유력으로 사람들과 검사들을 낫게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하더니 어느 순간 대화가 탄력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는 성기사들이 율레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율레인은 우리가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다가 우리가 신관의 치유력을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순간,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기류가 그렇게 변한 것이 감지됐는데도 센스없이 계속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라 우리도 대화를 정리해 나갔다.
시간은 충분히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주면 그들의 답은 하나로 정해질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우리가 신성제국에 줄 수 있는 것은 많았다.
우리와 손을 잡지 않는다면 그들이 더 큰 손해를 볼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쿨하게 그들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 성과없이 그들을 떠나보내고 나자 속이 짜기는 했다.
그래도 뭐라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은 수는 아니라고 해도 신관 한 둘 정도는 쉽게 내줄 줄 알았는데.
내가 뾰로퉁해 있는 걸 보고 이스마힐이 웃었다.
“아젤린의 미인계에 넘어갈 줄 알았는데.”
“내가 미인계를 제대로 썼으면 넘어왔을 텐데 이스마힐 때문에 봉인 당해서 그런 거잖아요.”
내가 말하자 이스마힐은 부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웃어댔다.
“그래도. 신관은 없어도 되니까 아젤린이 그냥 나만 보면 좋겠어. 율레인 단장. 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율레인이 당신한테 뭘 했다고.
불쌍한 율레인.
잘 생긴 것도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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