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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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내가 연무장에서 클레이튼과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율레인이 찾아왔다.
그가 황궁 안에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이스마힐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마힐은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야말로 내가 이스마힐에게 가장 높이 치는 점 중에 하나였다.
그는 그 자신이 아무리 모욕을 당해도 자기가 참아서 제국의 안위와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얼마든 그 일을 참아낼 사람이었다.
누구도 그의 그런 의지를 꺾을 수는 없을 거였다.
비록 전날, 확답을 듣지 못하고 끝에 가서 대화가 유야무야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율레인은 연무장 주변을 얼쩡거리면서 자기가 왔다고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 기사단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했지만 단단히 빈정이 상했던 클레이튼과 나는 모르는 척 하고 연습에 더욱 열중하는 것처럼 굴었다.
클레이튼은 그런 면에서 나랑 아주 죽이 잘 맞았다.
“우리가 먼저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요. 저 사람들이 포션을 괜히 파는 게 아니예요. 신성제국에도 돈이 필요하고 포션을 팔면 돈이 되니까 그걸 만들어서 파는 거라고요. 여차하면 우리는 그냥 포션을 왕창 사재기해 버리면 되는 거죠. 신관 없어도 돼요.”
“그래.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렇게 우리끼리 초딩같이 유치하게 굴고 있는 동안 율레인은 혼자 애가 탄 것 같았다.
“이제 좀 봐 줄까?”
내가 말하자 나보다 조금 더 사악한 클레이튼이 아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잘 생긴 율레인이 혼자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점점 약해졌는데 클레이튼은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 클레이튼.
그러나 우리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는데 율레인이 가지도 않고 연무장에 들러 붙어 버리는 바람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제야 율레인을 발견했다는 듯 발연기를 펼쳤다.
율레인은 그게 진심이라고 믿었는지, 정말 대단한 몰입이라고 하면서 감탄했다.
사실은 우리보다 훨씬 고단수인 건지도 모른다.
“사실은 어제 나왔던 건(件)에 대해서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습니다.”
율레인이 말했다.
“그거라면 폐하와 함께 얘기를 나누시죠.”
클레이튼은 언제 율레인을 냉대했냐는 듯이 금세 깍듯이 말했다.
“우선은 아젤린 공녀 전하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 여기로 먼저 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젤린 공녀 전하의 마음이라서요.”
뭐지?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혀 감도 못잡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 자식.
나를 보고 반해서 나한테 결혼해 달라고 그러려는 건가?
아니지.
성기사들은 이미 여신에게 서원을 한 몸이고 평생동안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추측이 되지 않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클레이튼의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죠?”
클레이튼이 묻자 율레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신성제국에는 에인션트급 드래곤이 두 마리 살고 있습니다. 레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이죠. 신성제국의 신관들에게 치유 능력이 강해진 것도 어쩌면 그 두 드래곤 때문일 겁니다. 두 드래곤은 그저 유희로 사람들을 공격하죠.”
율레인이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드래곤들이 공격을 할 때마다 무차별적인 희생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모든 일이 다 끝난 후에 신관들을 보내 살아남은 사람을 고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력감만 느끼는 일이 수백년간이나 반복된 거죠.”
나.
이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알 것 같아…
왠지 이 뒷얘기를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스마힐에게 말하기 전에 왜 나한테 먼저 그 얘기를 해야 했는지도 알겠다.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스마힐에게는 말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리라.
율레인과 성기사들은 자기들의 힘으로는 두 드래곤을 죽일 수 없었고 그동안 계속해서 희생을 당해오기만 하다가 이번에 내 소문을 듣고 나를 이용해서 드래곤들을 죽일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뭐.
드래곤 슬레이어냐?
그것도 뭐?
두 마리?
장난하나.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생각은 했다고 하더라도 생각으로만 그쳐야지.
죽을 게 뻔한 일에 어떻게 힘을 보태달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나는 그때부터 율레인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율레인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확 때려버릴까보다.
내가 씩씩거리고 있는데 클레이튼이 나를 가만히 불렀다.
그러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공녀 전하. 4천살이 넘는 에인션트급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심장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마도구가 있습니다. 신성 제국에 살고 있는 드래곤들은 그 나이를 채웠고요.”
이 새끼야.
죽어. 네가 죽어!!
나는 참지 못하고 클레이튼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누구는 목숨을 스페어로 가지고 있는 줄 아나.
클레이튼은 내가 대충 때리는 시늉이나 하고 말 줄 알았는지, 실제로 맞고는 할 말을 잃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거였단 말입니다!”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클레이튼이 도저히 억울해서 안 되겠다는 듯이 말했다.
“뭐?”
이제는 아주 울먹거리기까지 하더니 눈에는 눈물까지 고였다.
“누가… 차원 이동 한대?!”
이렇게 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클레이튼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나중에 공녀 전하께서 그곳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폐하께서 어떻게 견디시겠습니까? 저는 그때를 위해서 그걸 만들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그래놓고
운다.
엉엉.
나는 클레이튼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차원 이동을 한 걸 안다면 내가 사실은 아젤린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네?
그럼 이 자식.
지금까지 왜 나를 공녀 전하라고 부른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얘기를 누가 해 준 거야?
그걸 아는 사람은 나하고 이스마힐밖에 없고 나는 클레이튼한테 말을 한 적이 없는데.
혹시 이스마힐이?
혹시고 나발이고 이스마힐 말고는 없잖아!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가 싫었다.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었는데 이스마힐이 왜 클레이튼에게 그걸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클레이튼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나에게 말했다.
“페하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아니. 확인은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먼저 자발적으로 그러신 건 아니고 제가 모든 걸 미리 알아낸 후에 맞는지 확인만 부탁드렸습니다.”
이상해. 진짜 이상해.
클레이튼은 신탁의 내용도 알고 있었다.
제국 안에 어떤 비밀이 있건 그건 클레이튼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에게는 모든 비밀이 열린 문처럼 여과없이 들어갔고 어느 순간에는 신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비밀이 어느날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서 풀렸다고 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아젤린 공녀.
갑자기 깨어난 후에 성격과 모든 게 바뀌고, 그때 같이 나타난 여섯 권의 책을 이스마힐이 아무에게도 보지 못하게 하면서 매일 본 것.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사실들만 가지고 내가 차원 이동을 했다고 유추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는 그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신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선대 황제에게 내려진 신탁이었는데 그때 차원 이동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이 올 거라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적시된 것은 아니었지만 클레이튼이었기에 그동안의 모든 정보를 연결해서 그 내용을 유추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돌아간 후?”
내가 묻자 클레이튼의 눈에 눈물이 다시 그렁그렁 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확신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리니치 이후에 여쭤봤어요. 감을 잡은 건 공녀 전하가 페멘토르 단장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았을 때였고요.”
어쨌든 얼마 되지는 않았다는 거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린 거. 사과해야 돼?”
“사과해야죠, 그럼? 얼마나 아픈 줄 아세요? 아플 거 알고 때렸잖아요!”
그랬지. 아프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면 왜 때렸겠어.
나는 클레이튼이 한 말을 생각했다.
“폐하께서 먼저 말씀하셨어요. 마도구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저한테 부탁을 하셨거든요. 제가 설명을 해 드리는 동안 폐하께서 생각에 잠기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말씀을 하셨어요.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도구는 없냐고요.”
“이스마힐…, 폐하께서?”
“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폐하는. 내가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신 거야? 혹시 그것도 책이 알려준 거야? 아니면 그것까지도 신탁에 포함된 거야? 클레이튼은 신탁의 내용을 안다고 했잖아. 그렇게 된대? 나. 돌아가게 된대?”
그러자 클레이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도 모른다는 것 같았다.
“제가 아는 신탁의 내용 중에 아젤린 공녀 전하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폐하께서 허락해 주셔서 책도 봤지만 저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폐하께서 그런 마도구를 찾으신 거야?”
“그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클레이튼의 말에 나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까지 우리에 의해 완전히 소외되고 있던 율레인은 갑작스럽게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을 두 마리나 나한테 해치워달라고 한 건 너무 심한 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죄책감을 제대로 느낀 것 같았다.
그러나 율레인은 아직 나에게 사과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우리의 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율레인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폐하께는 뭐라고 말씀드렸어? 만들 방법이 있다고 했어?”
“가능은 하고 방법은 알지만 누구도 만들 수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재료가 필요하다고요.”
“그랬더니?”
“뭔지 말을 하면 폐하께서 직접 구하시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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