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60)
— –>
그 후의 일은 순조로웠다.
우리는 이스마힐에게 그 일을 알리는 것을 검술 시합이 모두 끝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검술 시합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대륙의 각국에서 참가한 사람들은 수준 높은 검술을 선보였고 그 시간은 나에게 엄청나게 유익했다.
내 눈으로 그것을 보는 동안 내 손은 허공을 갈랐다.
다른 사람들의 술식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나는 내가 본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날의 대결이 끝나면 나와 클레이튼은 훈련에 몰두했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우리때는 이런 건 그냥 녹화만 하면 끝나는 거였는데.”
클레이튼은 내 말을 들으면서 신기해했다.
클레이튼이 내 훈련 상대가 되느라 정작 번개의 그림자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지자 그의 자리를 밀크가 맡아서 모든 일을 처리해 주었다.
“이름만 달고 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을 거면 사임을 해.”
그렇게 말해봤자 클레이튼은 듣지 않았다.
클레이튼 단장이라고 불리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아냐면서.
얘도 이상한 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됐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검술 시합을 보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술식을 무수히 배우고 익혔다.
클레이튼은 내가 그것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을 보면서 기함을 토했다.
그리고 그의 특기를 살려서 나를 지 마음대로 경쟁자로 삼고 나를 이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이스마힐은 검술 시합동안 내가 바쁠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얼굴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모든 훈련이 끝나면 그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황후가 돼 달라는 말까지 들은 마당에 다른 곳에서 잘 필요가 있냐는 내 말에 설득이 된 이스마힐은 침궁에 자기 옆자리를 내 주었고 그렇게 은근슬쩍 우리는 동침하는 사이가 됐다.
동침하는 사이가 된 건 사실 오래 전부터였지만.
이스마힐이 나를 위해서 드래곤 하트를 구해오겠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그를 볼 때마다 애틋했다.
그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너무 사랑스럽고 아까웠다.
전에도 그를 보는 시간이 아깝고 너무 짧게 느껴지고 아쉬웠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매일 매일 점점 더 커졌다.
심지어 율레인과 다른 성기사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사랑이라는 것은 호감이나 경탄을 넘어서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감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깝고 화 나요.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고. 왜 자꾸 졸린지 모르겠고요.”
졸려서 눈을 부비면서, 그의 품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면서 투덜거리면 이스마힐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 이렇게 심통이 난 거지?”
“이스마힐을 보고 싶은데 너무 졸리니까요.”
“그러면 내일은 검술 시합을 임시로 중단할까?”
응?
그거 좋은 생각 같은데?
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들은 그 일정에 모든 걸 맞춰왔을 텐데.
“일단은 좀 더 참아보고요. 어차피 곧 끝날 테니까.”
“나도 아쉬워.”
내 이마에 입을 맞추는 그를 느끼며 나는 잠들곤 했다.
그거야말로 천국에 이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꿈결에, 내 귓가에,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의 말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내 몸에 그의 입술이 닿고 그의 손이 계속해서 나를 쓰다듬고.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가 나를 안았다.
그의 품에 안긴 채 그런 정서적인 만족감을 충만하게 느끼면서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포션을 마신 것도 아닌데 이스마힐과 같이 자고 나면 정말로 기분이 좋고 상쾌했다.
포션은, 율레인이 호의로 준 것이 상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에게 그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분했다.
그리니치와 번개의 그림자 단원이 이스마힐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내가 할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황홀한 축복이었다.
잠이 다 깨고 정신이 다 들고 나서도 그를 보느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숨소리까지도 아껴서 내면서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조금 후에 이스마힐의 눈이 떠졌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눈을 떴다가 그 다음에는 바로 나를 찾았다.
그리고 내가 곁에 있는 것을 발견하면 한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활짝 웃었다.
이스마힐이 나를 안아주면 그제야 내 하루가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좋은 날이 될 거예요, 이스마힐.”
“응. 맞아.”
“누워있어요. 이스마힐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올게요.”
“응.”
그가 잠에서 깼다는 걸 말해주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이스마힐과 내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안으로 가져왔다.
아침 식사는 여유있게 해도 될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하자고 이스마힐에게 주장한 이후 우리의 아침은 그렇게 바뀌었다.
간단한 아침을 같이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벅찰 정도로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다시 저녁에야 얼굴을 보는 빡빡한 일정이 계속 됐다.
내가 이스마힐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고 별궁으로 가면 드보라는, 어쩐 일로 오신 거냐고 했다.
내가 너무 별궁에 오지 않아서 서운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드보라가 나에게 다가와서 은밀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공녀들이 이상합니다. 아가씨.”
“공녀들이? 왜? 이상한 수작을 부려? 혹시 건방지게 굴어? 아니면 탈출하려고 했어?”
“그런 게 아니라요.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사를 불렀는데 몸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해요. 그런데도 영 힘을 쓰지를 못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샬럿과 카트린이 머무는 방으로 갔다.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내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뒤에는 어느새 클레이튼이 와서 서 있었다.
드보라가 사람을 보내 부른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공녀들이 막 잠에서 깨어난 공간에 있는 건 무엄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클레이튼에게는 내가 위험한 곳에 혼자 있다는 것 외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샬럿. 카트린.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거야?”
내가 말하자 두 사람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것 같았고 얼굴 색이 이상했다.
병색과는 차이가 있었다.
무언가 불편한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그게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혹시…”
클레이튼이 나를 바라보았다.
“왜? 짚이는 거라도 있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흑마법 주술 중에 그런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족의 씨앗을 제물의 몸 안에 미리 심어 두고 있다가 나중에 그 몸에서 마족을 소환하는 주술요. 혈통 좋은 제물일수록 지위가 높은 마족을 소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공작이나 마왕까지도… 이 공녀들의 혈통으로는 마왕은 무리겠지만요.”
클레이튼은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지만 가까이에 있던 샬럿과 카트린에게는 그 이야기가 들렸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자기들에 대해 끔찍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그럴 때 보일만한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좋은 얘기를 하는 거건, 나쁜 얘기를 하는 거건, 일단 자기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반응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 모든 것들이 자기들과 상관 없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느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불안함을 느꼈다.
“드보라. 밀크 단장을 불러와. 폐하께는 아직 이 일에 대해서 말씀 올리지 말고.”
“예, 아가씨.”
드보라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나는 클레이튼이 하는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역시 확신을 갖고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그동안 대공이 해 왔던 일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성기사… 율레인 단장이면 아마 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클레이튼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맞아. 그럴 거야. 신성력은 마족이 가장 무서워하는 힘이니까. 율레인 단장이면 두 사람을 정화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다른 시종을 시켜 급히 그들을 불러오게 했다.
밀크가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과 도착하고 나서 몇 십 분이 지난 후에 율레인과 성기사들이 도착했다.
밀크와 단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대충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양녀들에게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을 거라면서 그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기만 하는 샬럿과 카트린을 보고 그들도 점차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 사람들도 희생양이었던 걸까요?”
클레이튼이 물었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대공이 제공한 기회를 가지고 마음껏 누리고 자기들이 가진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쉼없이 찍어 누르며 괴롭혀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악인이고 가해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는 소용이 당해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것 뿐이었다.
다만, 지금 이대로 그 몸 안에서 마족의 씨가 완전히 자라 마족을 소환하게 된다면 그들의 영혼도 영원히 마계에 떨어지고 우리 역시, 소환된 마족으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을 급히 막아야 하는 것 뿐이었다.
대공 이 새끼는 왜 일생을 계속 이따위로만 사는 걸까.
불쾌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점점 더 심한 구토감이 느껴졌고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강해지고 있습니다. 위기를 느끼고 있어서 예정보다 빨리 움직이려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율레인은 내가 허락을 내리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율레인이 성기사단들과 함께 샬럿과 카트린에게 다가갔다.
“마력은 신성력에 반발합니다. 저희가 신성력을 밀어넣으면 안에 있던 마물은 도망치려 할 테고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살아나기 힘들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고민할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을 구하자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이 기회를 잃으면 우리는 샬럿과 카트린 대신 그들의 몸을 소환진으로 삼고 나온 마물들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때는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고, 바로 마물들의 먹이가 돼 버릴지도 몰랐다.
이런 때에 과감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리고 명령을 할 수 있는 거야말로 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 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율레인은 지체없이 나섰다.
나는 성기사들이 제대로 신성력을 모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샬럿과 카트린은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죽은 듯이 있다가 그 순간부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율레인의 손에서 하얀 빛기둥이 솟구친 것은 그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