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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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들은 거의 빠짐없이 속속들이 아는 이스마힐이었지만 내가 하는 뻘짓들은 자주 모르고 지나쳤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스마힐을 놀라게 해 줄 수 있고 기쁘게 해 줄 수 있고 황홀함을 줄 수도 있고 뿌듯뿌듯.
그런 이유로 이스마힐은 내가 시합에 나가면 늘 손에 땀을 쥐었다.
내가 다치면 바로 포션을 들이마시겠지만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자기가 다친 것보다 더 아파하니까.
애잔한 이스마힐.
내가 나타난다는 소문만 나면 입장권이 조기 매진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아예 모든 대회에 내 검술 시범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해서 입장권 팔아먹고 그까이꺼 대애충 마나좀 마나검에 불어넣어서 오러 블레이드 만들어서 땅에 파파팟, 균열 좀 만들어주고 경기장 귀퉁이 좀 나가 떨어지게 해 주고 사람들 간을 콩알만 해지게 만들어주면 그게 재밌다고 사람들이 소문을 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제국으로 몰려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서 어느덧 검술 시합은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었다.
시합을 위해서 우리가 바랐던 물 밑 작업은 벌써 전에 다 끝이 나서 우리는 신관 문제를 다 끝내놓은 상태였기에 이제는 축제를 즐긴다는 분위기였다.
준결승에 오른 사람은 클레이튼과 율레인이었는데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니치가 난데없이 우승에 욕심을 부려서 자기도 싸우겠다며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 검술대회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니까 인외의 존재인 너는 안 된다고 따를 시키자 그리니치는 빈정이 상한 것 같기는 했지만 그리니치와 제대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대륙의 모든 왕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이목이 집중되다보니 그리니치에게 관심을 가진 재력가와 왕실이 나타났고 그들은 즉흥적으로 그리니치만을 위한 번외 경기를 제안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리니치를 가지고 장사를 했다.
우리 그리니치, 비싼 오크다 라는 걸 어필하고서 대전료를 무지막지하게 책정했는데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는데도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하고 그리니치에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몇몇은 왕실 소속의 기사단장이었고 몇몇은 용병단장이었다.
우리 그리니치는.
쇼맨십 그런 건 모르고, 감히 인간 따위가 자기에게 도전을 했다는 사실에만 분노하며 최단 시간 안에 상대를 해치우는데만 목표를 두었다.
죽이는 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그리니치는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그걸 잊기 일쑤였고 포션은 날개돋힌 듯이 팔렸다.
그렇게 되자 그리니치를 이길 수만 있으면 대륙의 모든 일거리는 독점적으로 다 끌어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용병단들이 많아졌고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 됐다.
대전료를,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올리는 방법을 썼더니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금액이 더 올라가기 전에 그리니치와 한 판 붙어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돈을 쓸어담았고 이스마힐은 나의 천재적인 사기성에 손뼉을 쳐주었다.
사람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면 후회를 하는데 그 순간에는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분위기에 편승해서 바보같은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스마힐이 옆에서 잘 한다, 잘 한다 해 주니까 나는 더 신이 나서 대 대륙 사기극을 펼쳐나갔다.
속인 건 없으니까 사기극이라고 할 수는 없고 뭐 대충, 그런 거다.
결국 그리니치는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는 깨달음만 안긴 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니치와의 시합으로 큰 돈을 잃었다.
그래도 나도 인정과 이성이 있는 사람이고 사리분별도 할 줄 알고 그 사람들이 그 정도 돈을 잃는다고 해도 쌓아놓은 돈이 아직도 많다는 걸 아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만 그런 짓을 벌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니치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렸다.
누가 우승을 할지는 이미 관심을 잃은지 오래고, 그리니치를 꺾을 수 있는 인간이 있는지 거기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원한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잃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하고 누구의 적수도 되지 않는 그리니치가 제국의 황제 이스마힐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고 늘 그의 곁에 우뚝 서서 지키고 있으니 그것만큼 대단한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준결승에 대해 꺼져가는 불씨를 겨우겨우 살려서 준결승전을 치렀다.
준결승전에 나선 사람은 율레인과 클레이튼이었는데 사람들은 승부의 결과를 쉽게 점치지 못했다.
클레이튼이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지는 걸 봐 왔던 사람들은 율레인을 간단하게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클레이튼이 자주 지는 건, 상대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보려고 상대에게 모든 공격을 전부 허락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몰랐으니까 뭐.
애가 바보도 아니고, 자기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만 맞아야 할 텐데 상대방의 신기한 공격을 보는 것에 심취해 있다가 자기가 쓰러질 때까지 맞은 거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마는 사실이었다.
신기한 건, 이스마힐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리고 클레이튼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원래 바보다 라는 뜻인 것 같았다.
클레이튼은 바보지만 일단 자기가 겪어본 상대에게는 여간해서 지지 않았다.
거의 지지 않았는데, 자기가 겪어본 상대에게는 지지 않았다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여간해서는’ 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 이유는 나와 그리니치 때문이다.
나와 그리니치는 여전히 꺾지 못하니까.
율레인과 클레이튼의 한 판 승부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신성제국 성기사들의 실력을 아는 사람들은 율레인 단장의 승리를 믿었다.
그는 초반부터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샬럿과 카트린을 정화시킬 때 사용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빛기둥이 솟아 오르는 걸 보면서 나는 저 사람이 클레이튼을 아예 죽일 작정으로 덤비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는 이스마힐이랑 같이 나란히 앉아서 관전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스마힐의 손을 꽉 쥐면서 긴장하다가 그에게 물었다.
“누가 이겨요?”
“스포는 안 해. 그걸 알고 보면 재미가 없잖아?”
“아니. 또 그런 말은 어디에서 배웠대? 재미가 문제가 아니라 걱정돼서 죽을 것 같다고요. 클레이튼은 제 가신이잖아요.”
그런데도 이스마힐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해줘?
아아. 그러면 클레이튼이 지지는 않는가보구나.
나는 결국 그렇게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율레인의 계속되는 공격을 클레이튼이 어떻게 막아낼지 걱정이 됐는데, 율레인이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순간 갑자기 모두의 눈 앞에서 클레이튼이 사라졌다.
“응?!!”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스마힐!”
나는 클레이튼이 죽어버린 건가 하고 깜짝 놀라서 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스마힐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긴장을 풀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직도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역시 율레인 단장이었다.
율레인은 자기가 엄청난 신성력을 폭사하고 나서 클레이튼이 사라져버리자 클레이튼이 공기 중에 재가 되어 날아가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성기사들이 마족이나 마족과 계약한 자들을 상대로 펼치는 필살기이기도 했다.
모두가 웅성거리고 있을 그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