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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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의 모습이 갑자기 율레인 단장의 뒤에서 나타났다.
“어어어어어!!”
사람들은 어찌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술을 보는 것만 같았다.
클레이튼은 율레인 단장의 뒤에서 나타났을 뿐 그를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율레인 단장은 클레이튼이 사라진 것을 보고 놀라고 당황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의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한 듯 몸을 돌렸고 그곳에 서 있는 클레이튼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때부터 다시 시작됐다.
클레이튼은 자기가 사라졌던 게, 그냥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해 봤던 거라는 듯 그 후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스마힐.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호들갑스럽게 묻자 이스마힐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마도구를 이용한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마 클레이튼이 마검사처럼 보일 거야.”
“네?”
이런 말을 이렇게 태평하게 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마검사라는 건 나도 질리도록 봐 왔다.
로맨스 판타지의 단골 배역이니까.
황제나 황자, 소드 마스터, 성기사, 마검사.
마검사는 대륙에 세 명도 안 되는 설정이 많고 마법과 검술을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강하고 마탑이라는, 얼핏 잘 상상되지 않는 음침하고 비밀스러운 공간과 이미지가 연결돼서 왠지 신비로움이 한층 부각되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클레이튼이 마검사라니.
아니. 마검사는 아니다.
마검사 짝퉁이라고 하려면 얼추 설명이 되려나?
자기가 스스로 마법을 깨우치거나 그걸 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마도구를 사용해서 그 능력을 빌리는 것 뿐이니까.
“마도구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응. 아젤린이라면 훨씬 더 잘 하겠지.”
클레이튼과 율레인의 준결승전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율레인은 정말 죽기 살기로 덤볐고 클레이튼은 오랜만에 강한 상대를 만난 김에 그동안 확인해 보고 싶었던 모든 공격을 다 퍼부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례적으로 그들의 시합은 네 시간이나 지속됐는데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 역시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스마힐은 그 후로도 승부가 나지 않는 것을 보고 준결승을 무승부로 처리했다.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는 예선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모두를 이겼기 때문에 준결승을 따로 치르지 않고 바로 결승에 올라간 상태였다.
그런데 율레인과 클레이튼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같이 올라와서 내가 그 두 사람과 같이 붙어야 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의 인식 속에서 나는 적어도 그리니치와 동급이었고 클레이튼이나 율레인이 나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 역시 그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두 사람을 이기면 대륙의 훌륭한 검사들이 나를 도와 드래곤을 물리치러 가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미 몇 사람을 찜해둔 상태였는데 내가 결승전에서 멋있게 두 사람을 누르고나서 제안을 하면 드래곤 사냥에 같이 나서주겠지? 하고 밑그림을 다 그려둔 상태였다.
결승전은 이틀 후로 잡혔다.
나는 바로 해도 상관 없지만 율레인과 클레이튼의 피로도가 극심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들 하지 하여간.
그러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쉽게 봐주거나 포기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은 나도 이해했다.
검술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신성제국과 우리의 위상은 엄청나게 높아졌고 군소왕국들 중 그동안 존재감을 발하지 못했던 왕국 중에서 이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들도 있었다.
그동안은 별로 교류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기회로 이름을 알리면서 앞으로는 교류도 활발해질 것처럼 보였다.
검술시합이 이런 기능을 해 준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점점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즉흥적으로 개최된 것치고 성과가 좋아서 나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놓고 싶었지만 하여간 곳곳에 적이 있었다.
이스마힐은 자기랑 놀아줘야 되는 거 아니냐며 아주 진지하게 따졌다.
“누나는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뭐래?
이제는 그렇게 말해도 별로 심쿵하지도 않다.
그동안 짐승 같은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온 폐해다.
“폐하. 체통 좀 지키시지요. 고정하세요.”
내가 그렇게 장난을 하면 이스마힐은 나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나와 한바탕 회포를 풀 때까지는 포기를 하지 않았다.
그놈의 수트는 내가 나중에 몰래 태워버리던가 해야지.
수트를 입은 이스마힐을 보면 나는 개박하를 본 고양이같이 돼서 속수무책이 됐다.
나는 내 위에 올라타 내 온 몸에 키스를 퍼붓는 이스마힐을 보면서 그 생각을 하다가 아! 하고 탄성을 냈다.
드래곤은 무슨 과지?
얘네들한테는 개박하가 안 통하나?
고양이 말고 다른 동물들한테도 개박하처럼 마약 같은 식물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클레이튼한테 물어보면 알까? 하다가 이스마힐에게 된통 당했다.
자기가 안아주고 있는데 딴 생각을 한다면서 나한테 벌을 주겠다고 하는데.
너는 절대로 나한테 벌을 줄 수 없어.
네가 하는 모든 것, 모든 손길이 다 나를 떨리게만 만들 뿐이니까.
크으으으으~
명언이다.
두 다리로 이스마힐의 허리를 감싸고 그의 매끈한 등을 쓰다듬으면서 나도 점차 그와의 행위에 집중했다.
“이스마힐. 우리 세계로 가면 내가 그거 보여줄게요. 지퍼.”
“그래. 좋아. 지퍼는 나도 궁금해.”
“우리 세계에 가면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은 게 뭐예요?”
차원 이동의 결과를 비극적으로만 생각할 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그와 함께 좋은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나는 모르겠는데. 음악이 크게 나오는 곳에 가서 춤을 춰 보고 싶기는 해. 아젤린이랑.”
그러면서 내 위에서 허리를 튕기는 이스마힐.
갑자기 근심 하나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 큰 근심.
차원 이동을 하면 나는 정시호로 돌아가는 건가?
이 예쁜 모습, 예쁜 얼굴의 아젤린이 아니라 정시호로?
그럼 이스마힐은 나한테 실망할 텐데.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나 이스마힐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정시호도 사랑할 운명일 거야. 내가 아는 사람은 사실 아젤린이 아니라 정시호잖아. 내가 사랑한 사람, 지금까지 나랑 같은 꿈을 꿔 온 사람. 그 사람. 정시호잖아.”
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이스마힐.
뭘 믿고 이렇게 대담하게 말하는 걸까.
누나가 다 걱정이 된다.
“나중에 가서 딴 소리 하면 안 돼요. 이럴 줄 몰랐다고 해도 소용 없어요. 나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줬어요.”
그는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가득 끌어안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않고 나를 꼭꼭 안으면서 속속들이 나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대충 안고 놀다가 놔줄 줄 알았는데 그날은 하루종일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내 몸을 혹사시키면서 달려왔다며 자기 옆에 앉아서 자기를 보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나는 정말로 그의 옆에 앉아서 그를 보면서 졸기도 하고 놀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는 시간이 조금도 아깝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원래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이스마힐과 힘께 있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사람.
무슨 짓을 해서 나를 홀리는 건지. 진짜…
그는 책을 읽으면서 자뭇 심각해지는 때가 많았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그냥 나를 보고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해 주지는 않았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대공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