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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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소환진보다는 현대 세계에서 종종 발견되던 싱크홀처럼 보였다.
나는 마검을 제대로 쥐었다.
이제 곧 어딘가에서 대공이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이스마힐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모두 사라지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이스마힐은 저런 표정을 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마자 그리니치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것이 네 목숨을 걸어서 이스마힐을 지키라는 의미라는 것을 그리니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공에게 제 동료의 원수를 갚는 것.
그것은 지금 그리니치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었다.
땅에 검은 잉크가 번져나가는 것 같더니 그대로 땅 아래로 회오리가 치면서 구덩이가 깊게 열리는 것처럼 보이더니 그 안에서 스르르르,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소환진이 생기고 그곳에서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그놈이 그곳에 나타난 이상 나는 그놈을 적으로 간주할 테고 그렇게 된 이상 우리 사이에 평화가 유지될 일은 없었다.
“나를 부른 자가 누구냐.”
살이 계속해서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것 같은 흉악한 몰골을 하고, 20여미터는 족히 될 만한 몸을 다 드러내고서 마물이 뱉은 말이었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전의를 한 순간에 잃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마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이미 거의 소진돼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저절로 회복될 수 없던 마나였다.
그것이 내 몸에서 다시 나와 검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고개를 돌려 이스마힐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스마힐은 마물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를 보았다.
아젤린.
그의 입술이 움직여 내 이름을 발음했다.
이스마힐.
나도 그의 이름을 한 번 불러주었다.
존귀와 영광이 그에게 세세토록 있기를.
나는 그것만을 바랐다.
그리고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마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누가 나를 불렀느냐.”
마물의 소리가 다시 들렸다.
화가 난 듯 큰 소리였다.
그 소리에 땅이 울리고 흙먼지들이 몇 센티쯤 날아올랐다.
그때 사람들의 무리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천천히 나아왔다.
그가 후드를 벗기도 전에 우리는 그가 대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후드를 벗자 마물이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제물을 바친 자군. 네 소원을 말해라.”
“전멸.”
대공의 말에 마물이 웃음을 흘렸다.
웃는 얼굴과 입조차도 조금 후면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 씨. 보는 사람도 좀 생각을 해 주지.
드러워서 못 싸우겠네.
마물이 어떤 결심을 했건 그건 우리와 상관이 없었다.
아쉬운 건, 도망치는 대공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 뿐이었다고 할까.
나는 마검에 계속 마나를 불어넣었고 마검은 이제 거의 3미터 정도까지 커져 있었다.
검신도 전처럼 낭창낭창하고 탄성이 넘치는 형태가 아니었다.
나는 검을 들기 위해서 두 손을 다 써야 했지만 그렇다고 무리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나와 내 마검은 저절로 마물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내 마검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붉은 기운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만 봐서는 방금 지옥에서 탈출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물은 나를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혼자서 마물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내 곁에는 나와 함께 싸우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내가 기꺼이 내 목숨을 내놓고 지키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간다.”
나는 마검에게 말했다.
마검은 대꾸가 없었지만 마검 역시 준비를 끝낸 상태 같았다.
나는 마검을 질질 끌듯이 한 손으로 잡아 끌고 달려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도약하며 두 손으로 검을 치켜 올렸다.
졸라 무거워.
그러나 무거운 값을 했다.
마물은 기우뚱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내 일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몸이 그렇게 크다 보니까 어딘가에는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날아 들어간 검의 일격이 상당히 거세서 마물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검을 빼려고 하자 마물의 몸이 순식간에 재생이 되면서 내 검이 거기에 그대로 파묻혀 버렸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징그러웠지만 이대로 마검도 없이 싸울 수는 없었다.
마검을 두고 뛰어 내려야 하는 건가, 하고 있는 순간 마물이 한 손을 들어 올려 내 몸을 후려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별 수 없이 마검을 놓고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수 십 개의 검이 날아들어 마물의 몸에 박혔다.
검술 시합이 끝나가도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술에 나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검이 날아온 곳에 서 있던 사람은 이스마힐이었다.
그를 보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스마힐이 어떻게?
그러나 그런 생각을 오래 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내 앞에는 아직 마물이 있었고 빨리 구해주지 않으면 마검은 두고두고 나에게 화를 낼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꼭 오물통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일 텐데.
미안하다. 마검아.
내가 금방 구해줄게.
이스마힐이 날린 얼음검들이 마물의 몸에 촘촘히 박혀있는 덕에 나는 그것들을 잡고 뛰어 올라가 내 마검을 뽑아낼 수 있었다.
수 십 개의 얼음검은 마물의 몸에 균열을 일으켰고 마물의 형질까지 바꿔나가는 것 같았다.
마물의 몸은 계속해서 얼어붙고 있었다.
남의 몸인데도,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율레인 단장의 명령에 맞춰 성기사들이 신성력을 폭사했고 나와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도 마나를 들이부었다.
검술 시합 내내 함께 싸웠던 검사들도 각자 자신들의 검을 가지고 달려나왔고 마물은 얼음 검에 속박된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위력적인 공격을 가하자 마물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마물이 바닥에 쓰러졌을 때는 수만조각의 얼음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성기사들이 성스러운 불로 마물을 정화했고 마물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재앙에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힘을 모아서 마물을 물리쳤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나는 이스마힐에게 다가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나를 안아주었다.
“이스마힐. 어떻게 한 거예요?”
나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심심해서 나도 이것 저것 조금씩 해 봤지. 검술도 익혀봤고 마법도 익혀봤고. 나는 혈통이 좋은 황제니까 다른 사람보다 조건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한동안 검을 놔서 그렇지 챈들러 백작의 수제자이기도 했고.”
그가 말 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말이 제대로 믿기지 않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뒤늦게 환호성을 질렀다.
자기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았다.
그들은 제국의 황제가 시해당할 뻔한 자리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위기를 같이 극복해냈고 당대의 영웅들과 같이 싸우고 마계에서 온 마물을 같이 물리쳤다.
강한 정도를 봤을 때 쉬운 마물은 아니고 그 정도면 상당히 고위급 마물일 거라고 클레이튼이 말했다.
“그 놈이 아마 대공과 계약한 놈이었을 겁니다. 대공과 계약한 마족이 죽었으니 이제 당분간 대공은 엉덩이에 불이 나게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예요.”
“그건 확실히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조만간 다시 또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면 두 발 뻗고 잠 자긴 힘들 것 같았는데.
“제국 전역에 걸쳐 흑마법사들을 색출하고 마족과 계약한 자들을 찾아내서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레이튼의 말에 이스마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지만 자긍심이 넘쳐났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검술 시합이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앞 다투어 소회를 말했고 그 중에는 신성제국의 신관들도 여럿 끼어 있었다.
그들은 제국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열심히 말하면서 자기들도 기회가 된다면 제국에서 살면서 자신들의 능력과 교리를 전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두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고, 이미 여러 사람이 오래 전부터 그런 얘기를 해 왔던 것처럼 그 말이 불길처럼 번졌다.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율레인 단장의 얼굴을 보았다.
어떻게 할까.
드래곤 안 잡아줘도 신관 확보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나 율레인 단장은 눈꼬리를 한껏 휘면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뭐.
그게 있어야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도구도 만들 수 있다고 하고.
그게 없으면 나중에 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 이스마힐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나도 그 일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율레인 단장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좋아서 소리를 질러댔고 우리의 거래를 알고 있던 성기사들도 같이 기뻐했다.
좋아하지마.
나 혼자 가는 거 아니야.
니들도 죽을 고생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 말을 해서 초를 치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었지만 우선은 자애로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쨌거나 검술 시합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나는 우승자가 되었으며 마물을 물리친 영웅이 되었으니까.
아닌가? 이스마힐인가?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오해하도록 놔둬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