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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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힐의 얼음 검은 그 후로 다시 볼 기회가 없었다.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거였으면 알려줬겠지만 황제가 위협을 느꼈을 때 저절로 발동하는 마도구의 능력인 거라서 내가 안다고 해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클레이튼은 이스마힐의 얼음 검이 우리를 위기에서 구한 것을 본 후에 마도구를 만드는 것과, 마도구 재료를 모으는 일에 점점 더 혈안이 됐다.
그래서 우리 불쌍한 그리니치는 정기적으로 수혈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기도 머리가 커져서, 세상에 오크는 자기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야 맞는 말이지만 다른 오크가 우리에게 순순히 피를 내놓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지 않냐고 하자 순순히 내놓지 않으면 그냥 목을 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아주 똑똑한 소리를 했다.
우리 그리니치. 언제 저렇게 똑똑해졌지?
그리니치는 황실 직속 기사단의 실력이 너무 형편 없다면서 오크 기사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오크 기사단?
처음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 될 건 또 뭐 있어? 하게 되는 게 그리니치의 화술이었다.
그래서 정말 그 일이 일어났냐 하면.
일어났다.
아스테라 제국에 자주 나타나 속을 썩이던 오크들을 토벌해 달라는 지방 영주의 청이 들어오자마자 그리니치는 이때다 하면서 자기를 그곳에 보내달라고 이스마힐을 졸랐다.
이스마힐은, 거절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안 것 같았고 오크 기사단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었던 듯 그리니치의 청을 승낙했다.
마도구만 확실히 갖춰진다면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일 것 같기는 했다.
오크가 정말로 배신을 하지 않고 사람을 위해 끝까지 충성할 수 있을지 그게 문제였는데 그리니치가 이미 몸소 증명을 하기도 했고.
그리니치는 오크들을 토벌하는 대신 자기 밑에 모아서 황제 직속의 기사단이 되자고 설득했다.
그리니치는 다른 오크들보다도 몸집이 월등히 커서 보통 1.5배에서 2배 정도는 차이가 났다.
그런 그리니치가 그렇게 말을 하자 그 말에 쉽게 반박을 하고 나서는 오크가 없었다.
그들은 그리니치의 스타일에 우선 감복했고 자기들도 그리니치처럼 살 수 있다는 말에 크게 흔들린 것 같았다.
냄새나는 곳을 전전하고 다니면서 사냥을 해서 겨우겨우 먹고 사는 것이 싫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고 현 생활에 불만을 가진 것은 누구나 다 똑같은 것인지라 오크들은 즉시 그리니치를 따라나섰다.
영주는, 오크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자발적으로 오크 기사단을 위한 후원금을 냈다.
오크들 때문에 곡창지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는데 오크들이 사라져 주어 생산량이 크게 늘자 신이 난 것이다.
그리니치가 데려온 오크들 중에는, 어느 그룹에나 그렇듯이 각양각색의 오크들이 다 있었다.
그러나 그리니치는 자기 말을 믿어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조금이라도 건방을 떠는 오크들이 있으면 바로 응징했다.
오크의 녹색 피부가 하얗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때까지 묶어놓고 피를 뽑는 게 그리니치의 징계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사람은 클레이튼이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듣지 않아도 훤하다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그였다.
필요한 마도구를 만들고 남을만큼 오크 피가 충분하게 모아져서 우리는 우리가 구하기 어려운 다른 재료들과 그것을 바꾸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
마도구 덕에 그리니치의 오크 기사단은 이스마힐에 대한 충성도가 절대적이었고 그들이 이스마힐의 호위 업무를 전담하면서 나는 한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클레이튼을 비롯한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은 전원이 다 드래곤 사냥에 함께 나가줄 수 있었다.
그들은 마나를 운용하는 법을 끊임없이 수련해서 이제는 마나를 검에 불어 넣어 공격하는 것이 수준급이 되어 있었다.
오크 기사단을 데려가는 게 나을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이 드래곤을 상대하기에는 더 좋겠다는 판단 하에 이스마힐이 내린 결정이었다.
오크들은 특히 드래곤 피어에 취약해서 아무래도 거기에 대비하는 훈련이 된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이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신성 제국이 드래곤의 습격에 피해를 보게 된 것 중 가장 큰 이유도 드래곤 피어 때문이라고 했다.
드래곤이 일단 드래곤 피어를 발동하면 그 기세에 눌려 모든 의지를 잃고 스스로 드래곤 앞으로 나아와 목숨을 내놓게 된다는 게 성기사들의 설명이었다.
다행히 클레이튼이 드래곤 피어에 대항할 수 있는 마도구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도구가 오크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막판의 기사단 편성에 그런 변수가 생기게 된 거였다.
이스마힐은 아직도 나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그냥 새끼 드래곤 한 마리 잡으러 가는 거라고 뻥을 쳐 놔서 그 말을 믿는 것 같기는 했다.
감히 그 많은 사람들이 아스테라 제국의 황제를 속이고 능멸하는 죄를 지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그래. 이스마힐.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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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레어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별다른 문제에 부딪치지 않았다.
모든 일이 그럭저럭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성기사들은 내가 드래곤 사냥에 나선 진짜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내가 신성제국을 위해서 그런 건줄 알고 나에게 엄청나게 고마워했다.
나도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어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아주었다.
드래곤 레어는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했다.
그리고 레어에 근접할수록 어떤 강한 결계에 막히는 것처럼 우리는 어려움을 느꼈다.
그것 때문에 이탈자가 많이 생겨났다.
처음에 드래곤 사냥에 나선 사람의 수는 2천명이 넘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성기사들이었고 번개의 그림자 단원들 70여명이 함께 했다.
그리고 대륙의 각지에서 우리를 돕겠다고 지원한 검사들이 있었다.
클레이튼이 나와 함께 했다.
밀크도 따라 오고 싶어했지만 나는 오크 기사단 옆에 밀크 정도는 같이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기를 믿기 때문에 이스마힐의 곁에 남겨두는 거라는 것을 알고 그는 더이상 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클레이튼은 많은 사람들이 나가떨어지고 난 후에도 잘 따라왔다.
나만을 목표로 하고 나를 경쟁자로 삼고서 낙오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훈련해왔던 결실이 거기에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어떤 지점에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점점 더 지독해졌다.
신체적으로 참기 어려운 고통이 계속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참아낼 수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얘기가 달랐다.
율레인 단장은 나보다 먼저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지만 그것이 의지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억지로 나를 따라오던 사람들의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진한 핏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들을 설득했다.
일단 신관들에게서 어느 정도 치료라도 받고 다시 나를 따라 오라고 하자 그들은 마지못해 멈췄다.
그들을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클레이튼은 어떻게든 따라오려고 했지만 내가 말릴 것도 없이 자기가 스스로 멈췄다.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그의 눈과 코에서 진득한 피가 흘러내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해 놨기에 사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나만 괜찮은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가 가진 마나가 많고 내 마나 운용능력이 특출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마나로 그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나는 마나를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기습에 대비해 최소한으로 몸에 두르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드래곤과 맞닥뜨리면 도망칠 때 쓰려고 아끼는 중이다.
나는 마검을 든 채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중갑을 했는데 뒤지게 무거워서 그냥 포기했다.
그래. 편한 게 최고야, 라고 생각하면서 날씨에 맞춰서 내가 평소에 자주 입던 승마복에 얇은 블라우스만 입었다.
근처에 베이스 캠프가 있고 거기에 가면 중갑과 무기도 다 갖추어져 있으니 잠시 나온 길에 그런 차림으로 나왔다고 욕할 사람도 없고.
나는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완만한 숲을 끼고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꽤 많이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홍빛이 도는 안개가 눈 앞을 가린 것은 그때였다.
“뭐야?”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지껄였다.
내 무릎까지 오는 길이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클레이튼과 함께 올 때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사람은 르노베리 왕국의 용병이었다.
그 사람은 온갖 약초와 독초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의뢰를 받으면 거의 독초로 해결을 한다고 말했었다.
제이드라는 이름의 그는 나와 금세 친해졌는데 내가 독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에 놀라는 눈치였다.
내가 겸손해서 그렇지 일단 내가 아는 것을 털기 시작하면 매력을 감당하지 못할 거였다.
나는 드래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개박하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 말에 나와 같이 걷던 사람들은 모두 빵 터져서 웃어댔다.
그게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도 그냥 대충 분위기에 편승해서 같이 따라 웃었지만 사실 나는 진지했다.
생명체마다 반응하는 마약류가 있으니 드래곤에게도 그런 식물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제이드는 진지한 표정이 됐고, 자기도 거기에 대해서 앞으로 연구를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제이든이 그렇게 말하자 웃어대던 사람들이 그 즉시 웃음을 멈췄다.
그러면서 그게 정말 가능하겠냐고 물었는데 클레이튼이 초를 쳤다.
설령 그런 걸 찾아낸다고 해도 드래곤에게 그걸 어떤 식으로 사용할 거냐고 하면서.
때로는 클레이튼 같은 놈이 참 얄미운 법이다.
꽉 막힌 골목에 이르러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절망하고 있다가 아주 희미한 희망을 발견했는데 그 불을 꺼버리는 놈 같으니까.
우리는 머릿수가 많다 뿐이지, 두 마리나 되는 에인션트급 드래곤 두 마리를 해치울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제이드는 다른 사람이 얘기를 들어봤자 딴지만 걸겠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만약 그런 식물이 존재한다면 그건 드래곤 레어 주변에 자라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드래곤들은 온갖 마법이 가능한 존재들이니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겁니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걸 레어에 자라게 하겠죠.”
이름 모를 풀들이 바람에 허리를 구부리고 눕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제이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게… 드래곤이 좋아하는 풀들인가?”
근거가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주위에 다른 풀은 자라지 않았다.
그냥 오로지 그것뿐.
재주도 좋지.
아주 그냥 그녀석들 판이었다.
잡초도 하나 없어요.
드래곤이 현대 세계로 가서 정원사를 하면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원사가 하는 일이 과연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막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나는 풀 사이에 주저앉아서 풀잎을 만져보았다.
시골에 있는 외가에 가면 자주 보던 풀과 닮았는데 이름은 모른다.
말 하고 나니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설명이네…
아주 길고 날카로워서 짧은 바지를 입고 지나갔다가 얕게 베인 기억이 있었다.
이 설명 역시 도움이 안 되는군.
“한국 잡초를 여기에서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나도 참 멍청하지.
그게 닮았다고 생각을 했으면 조심을 했어야지.
베였던 기억이 있다는 생각까지 했으면서도 나는 그냥 막 걸었다.
풀들이 내 바지를 베고 내 살갗까지 공격하는 것도 모른 채로 나는 한참을 더 깊이 들어갔다.
통증은 아주 경미한 정도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한테 안 보여서 그랬을 뿐,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한 편의 호러가 따로 없었을 거였다.
바지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
거기에서 피는 줄줄 흘러.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마냥 해맑아…
그렇게 안으로 얼마를 더 들어갔는데도 위험은 감지되지 않았다.
“뭐야. 드래곤들 다른 데에 갔나? 출타중인가? 드래곤들이 유희도 하러 가고 그런다던데. 잘못 찾아온 건가?”
그러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갔을 때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들리던 소리는 바람에 풀잎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들이 전부였는데 사각사각거리면서 누군가 그것을 밟고 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들짐승인가 했지만 어떤 간댕이 부은 들짐승이 드래곤의 레어에 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각은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예민해진 상태였는데도 소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들이 내 시야로 들어왔다.
엘프다!’
처음에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거였다.
모든 여자들이 귀 빼고는 다 닮고 싶어하는 인외의 존재.
극강 미모.
나는 드디어 내가 여기에서 엘프를 만났다는 생각에 영광스러워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도 두 명이나.
이스마힐. 나 계탔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