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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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힐을 떠올리자 갑자기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라는 그런 동화같은 얘기는 없다.
나는 굉장히 합리적인 여자라서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계속해서 마지막에 이르게 되는 장소로 가서 금발과 은발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이게 결게건 뭐건, 둘은 거기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사람인가요?”
나는 먼저 그렇게 물었다.
처음에는 내가 좀 틱틱대고 쌀쌀맞게 군 것 같기는 한데.
그래. 뭐. 그냥 막 반말하고 싶은 때도 있고 그런 거야.
그까짓 반말 좀 했다고 내가 너무 까칠하게 굴었어.
다 나년 잘못이다.
나는 해맑게 웃었다.
나 원래 나쁜 사람 아니고 너희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다.”
금발이 말했다.
금발이 말해줘서 좋았다.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알겠지만 괜히 은발이 반말 찍찍 하는 걸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럼… 엘프…? 아니. 그런데. 엘프는 원래 귀가 뾰족하지 않나요?”
그러자 금발과 은발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하지? 라고 뒤늦게 도모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누구 하나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말이 없었다.
“나는 자인리케라고 합니다. 이쪽은 에르하임.”
“아아.. 네!”
왠지 내가 있던 세계에서 자주 먹던 껌이랑 과자랑 이름이 묘하게 비슷한 것 같아서 나는 근본도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게 된 거죠? 일행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는 포악한 드래곤의 레언데. 여기에 오면 죽는다는 건 알고 들어온 거죠?”
자인리케가 말했다.
“아… 네… 그런데 두 분은 여기에서 뭐하시는지 여쭤봐도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태양이 지고 있었고 나를 쏘아보던 에르하임의 홍채가 가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깨우친 것은 그때였다.
인간이라면 홍채가 저렇게 되지 않는데.
파충류처럼 에르하임의 홍채가 가늘어진 것을 보고서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탈색되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 아닐 거야…
설마 이 둘이 폴리모프한 도마뱀들이라고?
이 둘이 드래곤이라고?
나는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 때문에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당장이라도 몸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이런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거부했다.
‘이스마힐. 누나는 돌아갈 거야.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도구 재료를 구해서.’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느덧 나는 이스마힐이 나에게 주었던 팔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빼지 말고 항상 차고 있으라고 하면서, 아마도 내게 황후가 돼 달라고 말했던 날 내가 그의 집무실을 떠나기 전에 채워 주었던 것 같다.
묵주처럼 생긴 팔찌는 손에 여러 번 감아야 하는 길이였는데 각각의 구슬에 특이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스테라 제국의 문자는 아니어서 이게 뭐냐고 물었었지만 이스마힐이 그냥 웃음을 짓기만 했었던 게 기억났다.
나는.
한 때 설정충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던 나는 지금 그 팔찌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혹시 이 팔찌와 이 문자가 마법의 힘을 가진 것이고 이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긴장이 됐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결국에는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처음의 그 감정을 완전히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냥 뭐.
될대로 되라는 그런 심정이 되어버렸다.
“혹시. 이 구역의 주인이세요?”
내가 말하자 오히려 그 둘이 흠칫하며 놀라는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
자인리케가 에르하임을 바라보았다.
“나가서 이 여자의 일행들을 돌려보내라.”
그가 말하자 에르하임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마도구 따위가 없어도 그런 일은 그냥 식은 죽 먹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일행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시는 건데요?”
나는 일단 걱정이 돼서 그렇게 물었다.
우리가 여기에 온 건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고 온 거여서,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그런 뻔뻔한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긴 건 그들 잘못이고…
하긴. 그런 말들이 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먼저 인간들을 공격해 와서 좀 마음이 편해진 것 뿐이지,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드래곤들을 공격했을 것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망각의 마법을 써서 그들이 여기에 온 이유를 잊고 돌아가게 만들려는 것 뿐이니까.”
“네?”
되게 간단하네.
“그렇지만… 저를 기다리려고 할 텐데요?”
내가 말하자 자인리케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망각이 필요한 게 바로 그 부분이지. 여기에 너와 함께 왔다는 사실을 잊게 될 테니까.”
“에? 왜요?”
나는 정말로 궁금했다.
왜 그런 짓을 하고 지랄이냐고 성질을 부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이유가 궁금했다.
“저를 여기에 잡아두려고요? 왜요? 저같이 생긴 인간 고기가 맛있어요?”
자인리케는 다시 한 번 나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숱한 존재들 중에 자인리케처럼 저 표정이 잘 어울리는 인간은, 아니,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우리 마힐이를 데려다가 저런 표정을 지으라고 해 봐도 마힐이는 아마 저런 표정은 소화를 못할 거다.
마힐이는 그동안 나를 보고 웃는데 익숙해져서 그냥 멍멍이 상으로 인상이 바뀌어져 버렸으니까.
웃는 건 내 앞에 있을 때 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주 웃다보니 인상이 처음보다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갑자기 이스마힐 생각했더니 울컥하고 보고싶네.
“그… 망각 마법요.”
지가 대답을 해 주고 싶었으면 진작 대답을 해 줬을 텐데 아직 대답을 안 하고 있다는 건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거겠지.
나는 뒤늦게 생겨나는 걱정 때문에 자인리케에게 물었다.
“혹시 그 망각 마법은. 나를 얼만큼이나 잊게 만들어요? 나랑 같이 온 사람들이 나를 만났던 사실 자체를 완전히 다 잊게 되나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인생에서 나를 만났던 기억 자체를 완전히 다 잃게 되나요?”
자인리케는 나를 바라볼 뿐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 거. 새끼 참.
말은 좀 해 줘도 되는 것 아닌가?
겁나 짜증나네.
사람이 말이야. 그런 표정이 멋있다고 보이는 건 아주 잠깐뿐이다?
혜성 같은 신인이 나타나서 메가톤급 팬덤을 일으켜도 처음에는 열광하다가 순식간에 확 식어버리는 게 사람들 마음인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멋있다고 생각하고 봐 줬지만 뭘 계속 꼬라봐, 꼬라보길.
네가 잘 생겼다고 재나본데 나 이미 그 정도 미모에는 내성 엄청 생긴 사람이거든?
내가 말이야.
아스테라 제국의 황제 이스마힐 여자친구야.
장차 황후가 될 사람이라고.
매일 이스마힐이랑 뒹굴었는데 너같은 애 좀 봤다가 내가 정신 못 차리고 홍홍거릴 줄 알아?
내가 진짜 잘 하는 게 사람한테서 정 떼는 건데.
이건 사람도 아니고 그냥 파충륜데 이 도마뱀 놈한테 정을 못 뗄까.
처음부터 정을 준 적도 없지만.
대답은 안 하고 꼬라보기만 하는 그 놈한테 화가 나서 나도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말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줄 생각 없는 게 뻔한 사람한테 계속 구걸하는 것처럼 비굴하기만 할 뿐이고 내 자존감만 깎여 나갈 테니까.
나는 일단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방법을 강구해보자고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