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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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내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아아아아… 혹시 제가 그 분 딸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스마힐이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고 내가 지금 내 친부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막 감격적이거나 할 건 아니다.
어차피 내가 아젤린인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내가, 검의 대가(大家)가 이 세상에 남긴 혈육이라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유전자는 도둑질을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정말 그 사람의 딸이라면.
그러니까 아젤린이 그 사람의 딸이라면 나는 이스마힐의 말대로 엄청난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공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았다.
내가 원하던 검술 천재가 될 수 있는 버프를 받을 수도 있는 거다.
그래. 인생.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나는 언제 우울했나 싶을 정도로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스마힐이 누나 기분도 풀어줄 줄 알고 위로도 해 줄 줄 알고.
제법이다.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좋아하니 나도 기쁘군. 그 사람은 그대가 자랑스러워해도 좋은, 그런 사람이었다.”
살짝 감격이 됐다.
이스마힐…
그런 식으로 마음 써 줄 줄도 알고.
아젤린을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단순히 우리가 조금 닮았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의 친딸일 거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는 거였지만 이스마힐은 그것을 꽤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의 그런 태도 때문에 나도 덩달아 그 말을 더 믿게 됐다.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만 그게 정말이기를 바랐다.
“클레이튼한테도 빨리 말을 해 줘야 되겠어요.”
“그대가 원한다면 공녀의 개인 호위로 둬도 좋다.”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렇다면 늘 곁에 두고 배울 수도 있을 것 같고.
확실히 솔깃한 제안이기는 했다.
“일단은 클레이튼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고요.”
“의외군. 공녀의 필요에 따라서 결정할 줄 알았는데.”
사람을 뭘로 보고?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급할 것 있나?
이렇게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겠지.
이스마힐은 클레이튼의 일을 지체하지 않았다.
바로 비서를 불러들여 클레이튼과 밀크 단장을 불러오도록 하더니 나에게는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폐하. 감사해요.”
나는 어떻게든 그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는 그런 부담스러운 인사는 사양하고 싶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해서 더 자세한 것을 묻지는 않는 것인가?”
내가 문을 나서려고 했을 때 그가 물었다.
그렇지.
여기에 있는 동안은 철저히 아젤린 역을 해야 하는 거지.
“알고 싶습니다.”
“밀크가 도와줄 거야. 숙부는 아마 공녀가 그 일을 아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젤린의 뿌리를 찾는 여정은 솔직히 관심이 별로 없는데.
친부라는 사람이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유족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굴 것 같지도 않고.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별궁으로 돌아갔다.
드보라는,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서 마담 르네를 소개했다.
내 드레스를 만들어주려고 온 마담은 나를 이미 여러 번 만난 것 같았지만 새롭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드보라에게서 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었다.
편찮으셨다던데 어떠시냐는 말 같은 건 아예 묻지도 않았다.
“공녀 전하. 시간이 빠듯하기는 합니다만 저는 아주 의욕적으로, 그리고 기쁘게 이 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녀 전하께서 말씀하신 디자인은 획기적이고 혁신적입니다.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마담은 왠지 어색하게 들리는 표현을 쓰면서 과장되게 말했다.
나는 칫수를 잴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다.
마담은 내 칫수를 재면서 완벽한 몸이라며 감탄했다.
“전에 뵈었을 때보다 몸이 더 이상적으로 변했군요. 공녀 전하. 훨씬 생기가 있어요. 단언하지만 연회의 모든 사람들이 공녀 전하를 바라볼 겁니다. 도저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될 거예요.”
“일이 밀린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내가 중간에 말을 끊지 않으면 혼자서 하루 종일 말을 할 것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상관 없습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어요. 공녀 전하의 드레스를 만들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죠.”
마담은 아주 즐거워보였다.
말이 많은 것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됐는데 일에 있어서만큼은 프로 의식이 강했다.
마담은 내 칫수를 꼼꼼하게 재고 바로 돌아갔다.
“드보라. 나.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도 이렇게 진이 빠지는 건 처음이야.”
그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드보라는 자기도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실감나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 흘러갔다.
밀크와 함께 내 뿌리찾기 순례에도 나섰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파고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사건들이 있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지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쫓겨나버렸다.
어차피 내가 아젤린인 것도 아니고 죽은 아버지의 유족들에게 혈육의 이끌림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던 터라 나는 그 상황이 퍽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스마힐이 시키는대로 했지만 방해를 받아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속으로 기뻐했지만 밀크는 내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측은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밀크는 미중년 스타일의 남자로 30대 후반 정도가 돼 보였고 온몸에 실용적인 근육이 가득한 남자였다.
수많은 전투에 참가해서 그때마다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가 어디 출신인지, 원래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나에 대해서 호감을 가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물었다.
“밀크. 황제 폐하의 직속 기사단인 번개의 그림자 단장이 저에게 잘 해 주시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자 밀크가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교묘해 보이거나 감정을 복잡하게 속이려는 웃음은 아니었다.
황궁에서는 그런 식의 솔직한 웃음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대공 전하의 딸인데 왜 경계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십니까?”
그가 물었다.
“맞아요.”
“공녀 전하야말로 완벽하게 고립된 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그가 나를 모욕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말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그런 거였을 것이다.
“그리고 폐하께서 공녀 전하 때문에 자주 웃으시니 기쁘기도 하고요.”
“폐하가 나 때문에 웃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이스마힐이 그래?
내 앞에서는 뚱한 표정만 지으면서.
“폐하가 나 때문에 자주 웃는다는 게, 단장님이 나한테 잘 해 주는 이유가 되기도 하나요?”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공녀전하께서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군요. 그런 사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기쁜 일이거든요.”
나는 그 말을 새겨두었다.
그 후로 연회가 열릴 때까지 나는 바쁜 시간을 보냈고 이스마힐에게 가지도 못했다.
이스마힐도 그때만큼은 내 사정을 이해하고 내가 내 일을 먼저 해결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 사이에 몇 가지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클레이튼이 페멘토르의 휘하를 떠나 번개의 그림자 기사단으로 옮겼다.
이스마힐이 특별히 명령을 내리고 밀크도 기분 좋게 받아들여줘서 클레이튼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는 감격한 채 나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내 호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라고 하자 그는 당분간만 다른 사람들에게 호위를 맡기고 무사히 지내고 있으면 자기가 나에게 맞는 검술을 완성해서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그건 꽤 믿음직스러운 말이었다.
밀크는 클레이튼의 검술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자기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을 열심히 가르쳐준 후에 내 호위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좋았다.
페멘토르 그 양아치 새끼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사과를 하러 오지 않았다는 것은 대공에게서 확답을 받았다는 뜻인 것 같아서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서 당분간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내 지위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니 아주 의미없는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였다.
그리고 연회가 열렸다.
드보라가 말한대로 마담의 솜씨는 정말로 대단했다.
천박할 수도 있었을 디자인을 예술로 승화한 것은 둘째치고 내 상상력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어서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장식으로, 자칫 밋밋하고 단순할 수도 있던 부분들을 살려놓은 것을 봤을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목선을 따라 드레스에 큐빅처럼 자잘한 보석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는데 그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클레이튼이 에스코트를 맡아 주었다.
별궁으로 나를 데리러 온 클레이튼은 나를 보고 멍하니 서 있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요, 클레이큰 경? 혹시. 많이 이상해요?”
그러나 그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꾸만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웅얼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해 보여요? 지금이라도 갈아입는 게 나을까요?”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어대며 전혀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공녀 전하는 그동안도 언제나 아름다우셨지만 지금은 더 아름다우십니다. 아름답다는 단어를 뛰어넘는 말을 제가 알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뿐입니다. 공녀 전하를 에스코트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클레이튼이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표정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정말 괜찮아요? 이상하게 보일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네요.”
“이상하게 보이면 좋겠는데요. 연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공녀 전하만 볼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덩달아 저까지 볼 것 같아서 긴장 돼 죽을 것 같습니다.”
클레이튼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고 있는 게 그거였어?
자기한테 시선이 집중될까봐?
“실수할지 모르니까 잘 데리고 다녀야 돼요?”
“저야말로 공녀 전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자리에는 가 본 적이 없어서 너무 걱정이 됩니다. 차라리 다른 분이랑 가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 때문에 폐가 되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에스코트를 못 구할까봐 걱정했는데.”
“공녀 전하가 허락하시기만 한다면 공녀 전하의 에스코트를 하고 싶어할 사람은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줄을 설 텐데 왜 그런 걱정을 하시는지 저는 그게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연회장에 도착했다.
정식 연회가 아니었는데도 내가 입장할 때 내 이름이 울려퍼졌고 사람들이 나를 맞았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대우였다.
나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가 아니라 내 뒤에 있는 대공에게 보이는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드보라에게 미리 들었던대로 실수없이 행동했고 내가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나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마다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게 느껴졌다.
클레이튼에게 아무 곳에도 가지 말고 다른 사람하고 춤 출 생각도 하지 말고 내 옆에만 딱 붙어 있으라고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춤 상대가 부족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꾀는 게 많으면 날파리, 똥파리 할 것 없이 다 꾀는 법.
페멘토르 저 새끼는 왜 나한테 와?
양아치 새끼가 내 앞에서 눈알을 부라리던 기억은 머릿속에서 지 마음대로 소거를 해 버렸는지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로 나에게 다가왔다.
“공녀 전하. 첫춤을 추는 영광을 저에게 주실 수 있을지요.”
이 새끼가 정말 미쳤나봐.
나는 우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안 되지요. 페멘토르 경.”
페멘토르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이 새끼봐. 이 반응이야말로 어이 없다.
그럼 지가 춤 추자고 하면 내가 좋아서 팔짝 뛰면서 같이 춘다고 할 줄 알았을까?
며칠 전에 연무장에서 있었던 일은 그냥 싹 잊어버리고?
우리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던 터라 파급 효과가 컸다.
여자나 남자 할 것 없이 그를 보며 소리를 내서 웃었다.
명백히 그가 당한 일을 재미있어 하며 그를 비웃는 거였는데도 페멘토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비보호입니다.
로판은 거의 써보질 않아서 처음 뵙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화의 보크, 도루 에피소드는 교정 피드백을 받으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거예요.
제가 원래 고수위물을 자주 쓰는데 평이한 오타로 자세가 아스트랄해지는 실수를 해버렸어요.
편집자님은 그런 자세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한참을 고민하시고 혹시나 자기가 단어를 잘못 안 건가 하고 사전까지 다시 찾아보신 모양이더라고요.
그게 생각나서 에피소드에 활용해봤는데 좋아해주시니 다행이네요. ^___^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