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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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마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늘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과감하고 냉정한 결단력으로 제국을 이끌어온 이스마힐이 그 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책상에 앉은 채 내 품에 머리를 묻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번 연극은 대박 날 것 같다.
감이 온다. 감이 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신전은 황성 뿐만 아니라 중요한 도시들에 동시에 지어졌고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신력이 없는, 다른 신의 저주에 걸려 드래곤이 된 신들이지만 제국의 어느 누구도 그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아젤린 공작을 구해준 것을 더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으이그. 예쁜 제국민들.
나라면 그냥 꾸뻑 죽어서.
나는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은 다 나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해주곤 했다.
그들도 내 말이 맞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더니 대본이 다 완성된 후에는 내 옆에서 얼쩡거리는 대신 무대를 넓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나라고 해도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골방에 틀어박혀서 썩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 나란히 거리에 나가기라도 하면 황성 대로가 즉시 마비될 정도였는데 이 두 드래곤이 스타병이 걸려 가지고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지.
아주 그냥 관심종자가 따로 없고.
한껏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돌아오면 자기들 역할은 자기들이 직접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귀찮았지만 그래도 신성제국에서 우중충하게 찌그러져 있던 것보다는 이렇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게 확실히 좋기는 했다.
이제는 우리 아스테라 제국의 수호신들인데 그럼.
당연히 아프로뒤태 여신보다 나아야지.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일이 벌어졌다.
대본이 유출된 것이다.
***
경로를 알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율레인 단장과 고위 사제 몇 사람이 같이 아스테라 제국을 찾아왔다.
그들은 자기들이 입수한 대본을 보이면서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이스마힐은 직접 그들을 만나주지 않아도 됐지만 피할 이유도 없다며 만나주었다.
아무리 신성제국이 대륙의 다른 왕국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우리 아스테라 제국과 주종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들의 태도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뭘 먹어서 저렇게 용감한 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스마힐이 그들의 신관을 탐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계속 검술을 하는 한 나는 언제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릴 테고, 나라면 껌뻑 죽는 이스마힐이라면 신관을 포기할 수 없을 테니 그걸 빌미로 이스마힐을 휘둘러보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 자리에는 자인리케와 에르하임도 같이 있었고 중요한 관직의 대신과 대귀족들도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스마힐이 입을 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스마힐이 그런 이유로 신관을 꼭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였다.
그러니, 우선 당장은 신성제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싫은 기색을 내비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율레인 단장과 고위사제들은 이미 자기들이 이긴 싸움이라는 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대본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돌아갈 때 아스테라 제국에 있는 신관들을 모두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해 놓은 상태였기에 판이 뒤집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침내 이스마힐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내용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반박하면 될 터. 우리가 섬기는 신이 다른데 너희와 생각이 같을 수는 없겠지. 그렇지 않아도 중요한 얘기를 해야 했는데 직접 찾아와 줘서 고맙군. 아스테라 제국의 가장 고귀한 귀족이자 이제 곧 내 황후가 될 아젤린 공작을 속여 사지로 끌고 들어간 죄는 내가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신성제국의 고위사제들과 율레인 단장의 얼굴은 흑빛으로 물들었다.
두 드래곤을 물리쳐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 두 드래곤을 아스테라 제국으로 데려왔으니 나는 의뢰받은 일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직 대금의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문제를 자꾸 상기시키는 것이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의 자존심과도 걸려있는 것 같고 내가 의뢰받았던 일이 그 두 드래곤을 죽이는 거였다는 것을 자꾸 거론하고 싶지 않아서 채권 추심을 뒤로 미뤘던 것 뿐이었는데 이것들이!
나도 거의 잊고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이스마힐이 그 점을 콕 지적하자 율레인 단장의 동공이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뭐! 그것도 신관으로 퉁치려고 했냐?
신관 데려간다며? 돈 내 놔.
우리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 그동안 얼마나 양아치 짓을 했는지는 너희가 잘 알 테고.
앞으로 그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게 됐으니 그로 인해서 얻게 되는 이익은 다 토해내!
나 역시 그런 눈빛을 하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스테라 제국의 대신들은, 그래도 아직 신성제국의 신관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세게 나갈 수 있는 걸까 하고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나도 그 점이 걱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하는 거지, 신성제국이 먼저 이렇게 나와버렸는데 끌려가기만 할 수는 없었다.
“잠시, 저희끼리 의견을 나눌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율레인 단장이 말하더니 고위사제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도 이스마힐의 뜻을 물을 시간이 필요했기에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우르르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폐하.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클레이튼이 묻자 이스마힐이 뭐가 문제냐는 듯 간단하게 말했다.
“신성제국과는 교류를 전면 중단한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이스마힐.
그러다가 누나 다치면?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건데?
딱히 걱정이 된 건 아니지만 혹시 대안이 있기는 한 건가 그게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우리에게는 자인리케님과 에르하임님이 계시다. 두 분께서 신력을 회복하시면 아프로뒤태 여신의 신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신성력을 주실 거야. 그러면 우리에게도 신관이 생기겠지. 차라리 잘 된 것이다. 말이 소 젖을 먹고 자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우리는 자인리케님과 에르하임님의 신성력을 받은 신관들에게서 치료를 받을 것이다.”
“…”
“…”
아무도 그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고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에게 향했다.
세상에.
얼굴 창백해진 것 좀 봐.
원래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하얗고 매끄럽기는 했지만 지금은 백짓장이네, 백짓장.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둘의 목울대가 꿀꺽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
어쩐데…
나는 이스마힐이 정말로 그걸 믿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둘에게 압박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인리케님, 에르하임님. 하실 수 있지요?”
이스마힐은 상냥한 표정을 하고 확인사살에 들어갔다.
불쌍한 자인리케와 에르하임.
저 상황에서 어떻게 안 된다고 말할까.
“신력이… 회복되기만 하면…”
자인리케는 요근래 들었던 목소리 중에 가장 조신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자인리케님. 아스테라 제국민은 전적인 믿음을 드릴 것입니다. 천계의 어떤 신들도 두 분처럼 많은 신도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아스테라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의 다른 왕국에도 두 분을 전파하겠습니다.”
나는 이스마힐이 저렇게 의욕적으로 나오면 무섭더라?
이스마힐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나는 모르지 않았다.
망각의 마법에 걸렸을 때 모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기 혼자만 나를 기억하고 있었을 때 이스마힐은 완전한 절망감을 맛봤고 그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에게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 나를 데려와주었고 이스마힐은 그 후의 삶이 선물로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랬으니, 그에게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가 절대적이었을 거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자인리케와 에르하임 사정도 좀 봐 가면서 하지.
부담 엄청 되겠다.
잠시 후에 율레인과 고위사제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강경방침을 고수하기로 한 듯 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니 쉽게 무릎 꿇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모하다는 생각에 왠지 좀 질려버렸다.
“그러면 그대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정리해서 주겠다. 귀국(貴國)에서 그 돈을 전부 갚을 때까지 그대들은 모두 나의 인질이 될 것이다. 신관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장담하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될 것이다. 감히 아스테라 제국의 아젤린 공작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죄는 가늠이 안 될 정도로 크다.”
율레인과 고위사제들의 얼굴은 안타까울 정도로 질려갔다.
“폐하께 드리지 않은 말씀이 있습니다. 페하께서 아시기론 2년간 신관 두 명이 아스테라 제국에 와 있는 걸로 아시겠지만 실은 이면 계약이 있었습니다.”
이제 내가 나설 타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아. 부담돼.
나는 클레이튼에게 토스했고 그는 내 눈짓을 알아듣고 말을 이었다.
“페하께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저희가 물리치러 가는 신성제국의 드래곤이 헤츨링이라고 생각하시도록 그런 거였고 실상 저희가 토벌하려고 했던 것은 에인션트급 드래곤 두 마리였기에 원래 이루어진 합의의 내용은 달랐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스마힐은 내가 자기를 속였던 게 다시 생각난 듯 깊이 빡친 표정을 했고 나는 그를 외면했다.
야. 누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냐?
“그래. 그 이면 합의라는 게 무엇인가.”
이스마힐이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
빠직! 이라는 글자가 그의 이마에 새겨지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신성제국의 신관이 80명이라는 말에 아젤린 공작 전하께서 그 중 열 명을 아스테라 제국에 영구히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사실인가. 아젤린.”
“…예.”
“참으로 잘 하였군.”
“…네?”
화난 거 아니야?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더니 그가 웃고 있었다.
“확실히 우리 아젤린 공작이 호구는 아니군. 잘 했어. 2년간 신관 두 명이 체류하는 것에 상응하는 배상금만 요구하려고 했는데. 계산을 다시 해야겠군. 신관 열 명의 영구 체류라.”
율레인 단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왜. 뭐. 왜?
“그… 그건… 하지만…”
“아젤린 공작과 클레이튼 경의 말에 틀림이 있는가.”
이스마힐이 말하자 율레인이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기만 했다.
“그대가 섬기는 아프로뒤태 여신의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고하도록 하라.”
율레인 단장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그냥 입을 다무는 거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상금이 정말 많아지겠군. 신성제국이 아스테라 제국의 속국이 돼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스마힐은 느긋하게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