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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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자기들의 운이 좋다고 말했다.
아스테라 제국의 수호신이 된 것도 운이 좋아서 그런거라고 해서 나는 그게 운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고 확실히 알려 주었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일이 누구 때문에 잘 풀리는 건지 알아야 하는 법.
사람이 아니고 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안 만났으면 어쨌을 뻔 했어.
내가 그 얘기를 하자 이스마힐이 웃으면서 그건 정말 맞는 말일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지금껏 그렇게 많은 것들을 저절로 얻고 누리면서도 자기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면서 그래도 나를 만난 것만큼은 정말로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필 그리니치와 클레이튼, 밀크가 다 있는 자리에서 말을 해 버려서 그들은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도대체 그동안 폐하에게 세뇌를 얼마나 많이 했으면 그러냐는 듯이.
이것들이!!!
딱 보면 모르냐?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서 하는 말이고만.
이스마힐은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에게, 신성제국에서 나를 봤을 때 그들이 왜 나를 바로 죽이지 않았는지 그게 궁금하다고 했다.
전에 설명해 주지 않았었나?
그리고 그 말투는 또 뭐야.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 못 보냈다 이건가?
내가 이스마힐을 노려보자 이스마힐은 푸하하하 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아젤린 황후에게서 기분 좋은 냄새가 났지. 처음에는 그게 무슨 느낌이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천계의 향이라는 걸 알았다.”
자인리케가 회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에에에에에?
천계의 향이라니?
우아하게 차를 마시던 클레이튼이 그대로 차를 뿜었다.
그게 그대로 그리니치에게 전부 튀었지만 그리니치는 화를 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자인리케를 바라보았다.
아주 이의가 많다는 얼굴을 하고.
그러나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나도 진짜 어이가 없으니까.
아니. 왜.
가만히 있던 사람을 이렇게 화끈해지게 만드는 거래.
천계의 향이라니.
내 피가?
“아젤린 황후에게서 천계의 냄새가 낫다는 말입니까?”
그 얘기를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이스마힐 밖에 없었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구나.
이스마힐은 이 얘기가 전혀 거부감 없이 이해되는 모양이었다.
자인리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을 짓자 에르하임이 입을 열어 얘기를 이어가 주었다.
“처음에는 풀 냄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지. 아젤린 황후의 다리에 자잘한 상처들이 생겨나고 거기에서 얕게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는데 그 냄새였어.”
“황후 폐하의 피요? 황후 폐하의 피에서 천계 냄새가 난다고요? 도대체 왜요? 혹시 황후 폐하께서 천계에서 뭔가를 훔쳤을까요? 이상하네요.”
클레이튼은 되지도 않는 말을 나불대다가 나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그 냄새가 나는 건 맞아. 그래서 우리는 아젤린 황후가 있는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고 덕분에 결국에 아스테라 제국의 수호신까지 된 것이니 아젤린 황후에게 많이 고맙다.”
자인리케가 말했다.
그렇게 된 거였어? 하는 표정으로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우쭐한 기분이 들기는 하는데 내가 뭘 잘 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어서 조금 난처하기는 했다.
왜 그러지?
이 분위기는 뭐지?
나한테서 천계의 냄새가 나?
혹시 나…
여신?
내 망상은 끝도 없이 폭주했다.
나는 이스마힐을 바라보고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이스마힐. 혹시. 챈들러 백작의, 그러니까, 아버지의, 아내가… 응… 백작부인 말고 혹시 다른 애인은 없었어요? 제 생모가 여신은 아니었을까요?”
클레이튼, 이 자식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황후 폐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잖아요. 어쩌다보니까 피에서 천계의 냄새가 났다는 건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에에에에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걸 어떻게 그렇게 끌고 가세요.”
일단 너는 좀 맞자.
클레이튼 이 자식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깝칠까 하면서 나는 아예 의자를 그 자식 옆으로 끌고 가서 툭 하면 팰 준비를 마쳤다.
“챈들러 백작에게 내연의 여자가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스마힐이 말했다.
뭐야?
혹시 진짜로 여신이 챈들러 백작을 덮! 쳐서! 내가 태어난 거야?
아젤린이?
아니면 반댄가?
챈들러 백작이 여신의 미모에 홀려서 여신을 덮치고 여신이 아젤린을 낳고 그것 때문에 아젤린이 저주를 받아서 내가 아젤린한테 빙의가 된 건가?
아니지. 내가 빙의한 건 영광이지 저주의 내용은 아니겠지.
머리가 엄청 복잡하게 휙휙 돌아갔다.
이거 이거.
사실이건 헛발질이건 일단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늘 가지고 다니던 수첩을 꺼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적어나갔다.
이스마힐은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쓰는 것들을 보면서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스마힐처럼 충성스러운 독자는 없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연극 대본이랑 내가 이곳에서 쓴 소설을 빼고 내 전작들까지 읽은 사람은 이스마힐 뿐이고.
아. 클레이튼도 읽기는 했지만 저 자식은 내 독자로 안 끼워 줄 거다!
혹시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해서 자인리케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미 그 내용에 흥미를 잃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신기하기는 하다.
이렇게 신들과 같이 앉아서 노가리도 까고.
진짜 출세했네. 정시호.
아프로뒤태가 신력을 잃으면서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이제 마왕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에만 온전히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의 신력은 점점 강해졌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권능까지는 부여되지 않는다고 그들이 말했다.
그것까지만 할 수 있으면 진짜 그냥 게임 끝나 버리는 건데.
대신 그들은 클레이튼이 그동안 마법서를 보고서 만들었던 마도구에 필적할 만한, 그것들의 효과는 상대도되지 않는 엄청난 아티팩트들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각자의 전투방식에 걸맞게, 체술을 할 때 팔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팔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아티팩트를, 다리를 쓰는 사람에게는 다리의 능력을 강화하는 아티팩트를.
나에게 만들어준 건 그 효과를 알려주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차고 다니라고만 했다.
금으로 만들어진 부엉이 목걸이였는데 두 눈이 각각 다른 빛으로 빛났다.
처음에는 그게 오러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그들의 드래곤 하트 같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몸에서 떼지 말라는 말에, 나는 옷을 갈아입거나 몸을 씻을 때도 그것을 빼지 않았다.
이게 나중에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는 알지 못했지만 일단은 생명줄을 지키는 심정으로 그것을 소중히 여겼다.
모두들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에게 고마워했지만 나는 남들이 고마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막 고마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게, 그 둘이 나한테서는 매번 대가를 받아갔기 때문이었다.
피를 조금만 주면 안 되겠냐는 무슨 뱀파이어같은 소리를 하는 그들에게 나는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천계의 향 운운한 이후로는 짠해져서 마음대로 거절을 하기도 힘들었다.
고향이 그리워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것 같은 생각에 별 수 없이 피를 내주곤 했다.
나한테 부탁을 하지 않고 나에게서 피를 얻는 방법은 대련이나 결투때 싸우다가 내가 다치는 것 뿐이었는데 이제 황궁의 누구도, 황국 아니라 제국이나 대륙의 누구도 내 몸에 검 끝 하나도 스치지 못하게 되자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억울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티팩트 하나에 피 열 방울.
내가 그렇게 딱 정해버리자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아티팩트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하냐면서 반발했지만.
내가 꼭 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선심 써서 주겠다는데.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내 피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검사들에게 아티팩트를 마구 만들어 주면서 나를 꼭 쓰러뜨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다른 검사들이 뭘 걸치고 뭘 휘감고 나와도 나한테는 손도 대지 못했다.
애초에 나에게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준 게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다보니 웃기는 선순환이 발생했다.
나를 쓰러뜨리라고 검사들에게 아티팩트를 열심히 만들어준 덕에 우리 검사들은 이제 어디에 내놔도, 심지어 마계에 톡 떨어뜨려놔도 웬만해서는 죽지 않을만큼 강해지고 있었다.
이게 만약에 소설이었다면 작가는 지금쯤 담당 편집자에게 끌려가서, 작가님, 이 파워밸런스 붕괴를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라는 말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게.
나도 이 이야기의 뒤가 굉장히 궁금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