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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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힐은 가끔 완력으로 나를 위협적으로 찍어 누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그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정말로 민첩하게 움직여야 했다.
검술로는 밀리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을 때 나는 솔직히 경악했다.
클레이튼이 따라 오고 싶어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이르지 못했던 수준에, 이스마힐이 저절로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내가 그렇게 놀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땀을 흘리고 호흡이 조금 가빠지기는 했지만 심하게 지치지는 않았다.
도대체 자인리케가 이스마힐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로 탐이 났다.
이스마힐에게 준 아티팩트를 나한테도 달라고 졸라야겠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하게 들었다.
“쉬었다 할래요? 이제부터는 확실히 어려워질 거예요.”
“아니. 나는 괜찮아. 아젤린이 힘들면 쉬었다 해도 돼.”
헐.
귀엽게도 지껄이네?
그 정도가 되니까 이스마힐에 대한 내 애정도와는 상관없이 승부욕이 고취됐다.
이스마힐을 상대로 해서는 그동안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랬던 건 그동안 그와 검술로 부딪칠 일이 전혀 없어서 그랬던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마검에 그대로 마나를 불어 넣었다.
이번에는 왠지 내가 좀 조급했던 것 같기는 했다.
마나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시도를 해야 했다.
숙달된 후로는 그런 적이 거의 없었기에 상당히 당황이 되기는 했다.
“천천히 해. 아젤린. 나한테 질까봐 겁나는 건 아니지?”
하!
나는 이스마힐을 노려보았다.
내 위치가 위협받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감정을 글에서 다뤄본 적이 있기는 했는데 실제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동안 이스마힐이 아스테라 제국의 황제라는 점을 인정했고 그가 지존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검술에 있어서만큼은 대륙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절대 나의 위협이 되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그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지만.
내 역할이 위협받는 것은 싫다는 것.
그게 솔직한 나의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도.
이상했다.
그때 이스마힐이 검을 내렸다.
그러면서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젤린. 아젤린이랑 경쟁하고 싶지 않아. 이기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그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누가 봐도 나는 평정심을 잃고 급하게 굴고 있었다.
나와 검을 부딪치고 있는 이스마힐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을 거였다.
나는 검을 내렸다.
이스마힐이 다가와 직접 땀을 닦아주는데 그때의 자괴감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이스마힐에게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할 텐데.
무엇보다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클레이튼과 그리니치가 나에게 한 번이라도 이겨보고 싶다면서 미쳐 날 뛰는 것을 수도 없이 봐 왔는데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이기고 싶다는 기분.
그게 참,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집착이구나 하는 걸 나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지 않겠다는 마음 역시 그랬다.
내 역할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도.
“이스마힐은 아젤린의 검술을 보고서 그걸 바로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우리가 준 권능으로 가능해진 일이지.”
자인리케가 말했다.
“네…?”
“아젤린의 검술 뿐만 아니라 다른 검사의 검술도 그런 식으로 흡수할 수 있어.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검술을 흡수하게 해서 뭘 하겠어? 아젤린의 것만 배우면 되지.”
“아…”
이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젤린은 마나를 거의 무한정으로 갖고 있는 거랑 다르게 이스마힐은 마나의 축적량에서 제한을 받아. 그 부분의 단점을 마법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마법을 가르쳐 봤는데 습득 능력이 높아.”
그런 거구나.
그런 거였구나.
나 역시 처음에 그런 식으로 검술을 익혔다.
아스테라 제국에서 열린 검술 시합을 통해 내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대륙의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검술을 보고 그것을 연습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내 것으로 체화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스마힐이 받은 권능은 절대적이었다.
“놀랐지. 아젤린? 나 정말 잘 했지?”
이스마힐은 신이 나서 말했다.
내가 자신의 성공을 기뻐해 마지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잘 했어요. 이스마힐. 정말로요. 축하해요.”
“아젤린 덕분이야.”
아이고.
이렇게 해맑은 것을.
이런 이스마힐에게 순간적으로 질투를 하고 위기감을 느꼈다니.
진짜 미안하고 막.
아효…
그러고 보면 그동안 우리는 외적으로 너무 많은 위기를 겪느라고 정작 우리 자신의 문제로 인해서 갈등을 겪거나 싸우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 연애의 롱런 비결인가?
그의 애틋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가 하는 고백들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매 순간 알 수 있었기에 서운함을 느낄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의 연애 감정은 별다른 풍파를 겪지 않은 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예쁘게만 자라왔던 것이다.
이스마힐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스마힐은 자인리케에게서 그 이야기를 미리 들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혼자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마족들에게 달려나가 누구보다 앞서서 싸우는 나를 보면서, 그런 내 뒷모습을 보면서 그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스마힐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자기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정말로 기뻤다고 말했다.
하… 이스마힐.
내가 너를 어째야 좋을까.
누나는 그냥 누나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내가 쓰레기네.
그러는 동안 에르하임이 다가왔다.
“마왕에 대한 정보를 계속 모으는 중인데. 이번대의 마왕은 다른 어떤 때의 마왕보다도 더 강하다고 해. 우리가 천계에서 쫓겨난 후에 마왕이 한 번 바뀌었다고 해.”
“네…?”
“이건 안 좋은 소식인데. 마족들을 보내서 우리 전력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마왕이 강해지기 위해서 흔히 쓰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 같고.”
마왕이 강해지기 위해서 어떤 수법을 흔히 쓰는지 나는 모르는데?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강한 마족들을 잡아먹는 거지. 그렇게 하면 마족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마력과 마기가 그대로 흡수되거든. 마왕은 그게 가능해.”
“아…”
귀로는 그 말을 들었는데 머리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스마힐도 알고 있었어요?”
이스마힐이 갑자기 마지막 전투에 대해서 언급을 한 것도 그렇고,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렇고…
그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마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마. 우리는 사멸을 각오하고 아스테라 제국을 지킬 거니까 말이다. 마왕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 둘을 쉽게 상대하지는 못할 거야.”
자인리케가 말했다.
저 말이 확 믿기면 정말 좋겠는데.
왜 이렇게 안 믿기지?
그냥 막 슬퍼지고…
마왕이라면 마계의 지존인데 천계의 지존인 주신하고는 거리도 멀고 천계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이 무슨 수로 마왕의 적수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태의 마왕을 상대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 마왕은 뭘 자꾸 처먹어.
아…
내 근심은 끝이 없었고, 나는 여전히 해맑은 모습의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쉬었으면 다시 하죠. 이번에는 제대로예요.”
“응. 근데 조금만 더 쉬면 안 될까, 아젤린?”
“포션 마셔요. 갑니다.”
내 마검에 마나가 불어넣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스마힐은 내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포션을 입에 들이부었다.
이스마힐의 마나가 어느 정도까지나 될지 나는 그 끝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 그를 몰아세울 수도 있었고 멈추게 할 수도 있었다.
포션을 마시고도 이스마힐은 나의 10분의 1까지도 따라오지 못했지만 마나가 버텨주는 한도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 검술을 그대로 그려냈다.
나는 이스마힐의 앞에서 어떤 것도 감추거나 아끼지 않고 내가 그동안 습득하고 갈고 닦았던 모든 기술을 선보였다.
이스마힐은 매번 놀라는 듯 했고 이런 식으로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폰지 같았다.
아니. 스폰지 이상이었다.
내가 알려주는 것들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면서 그는 경이로워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됐을 때 그는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했던 거냐고 말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젤린이 얼마나 지독한 연습 벌레였는지는 내가 잘 알지.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을 했으니까.”
“비오는 날은 이스마힐 옆에서 농땡이 부렸잖아요. 하루도 안 쉰 건 아니에요.”
나한테 감탄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말은 바로 하라는 식으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가 웃었다.
“그래. 맞아. 비오는 날은 쉬었지.”
이스마힐과 웃음을 나누면서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이스마힐을 향해서 품었던 부끄러운 마음은 그대로 날려버리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볼 수 있었던만큼 이제는 그것을 조금 튜닝을 하면 앞으로는 더 단단하고 견고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다 쉬었죠?”
“어?”
역시 우리 마힐이는 저렇게 당황할 때의 모습이 제일 섹시해.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만 겁을 주면 완전히 흥분되겠다.
내가 마검에 마나를 확확 밀어넣는 것을 보고 이스마힐은 진땀을 빼며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이제 이스마힐은 슬슬 한계야.”
자인리케가 말을 하더니 조금 더 공평하게 시합을 해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의 사악한 생각을 몰랐다.
아니.
내 기술을 보고 습득을 해야 하는 거라고 하면서.
그러면 내가 최상의 기술을 선보여야 할 텐데 왜 한 손을 뒤로 돌리고 하래?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자인리케가 나한테 해가 되는 짓을 시키려고 그러겠나 하면서 나는 그의 말을 들었다.
나쁜 자식.
내 피를 노린 것일 줄이야.
아니.
자인리케는 원래 그런 놈이라고 해도 이스마힐, 네가 어떻게 누나한테 그럴 수 있어!!
그러나 이스마힐은 미션을 수행했다는 생각에, 그리고 검을 내 몸에 댈 수 있었다는 생각에 더할 수 없이 해맑은 표정을 짓고 행복해했다.
아니. 뭐가 저래?
“누나. 포션으로 금방 나을 거야.”
하이고. 이럴 때는 또 누나래.
자인리케와 에르하임은 뽕쟁이들처럼 완전히 눈이 풀려 있었고 내 피 냄새에 취해 거의 통제 불능이 돼 버렸다.
하여간 이럴 때는 진짜 변태들 같아.
이스마힐은, 누나, 많이 아파? 그러면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보세요, 누가 보면 내가 자해한 줄?
찌른 게 너거든. 이 새끼야?
라지만 내가 어떻게 마힐이한테 그러겠는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