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Majesty, that sounds like my novel RAW novel -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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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가 깨지는 소리에 이웃집 사람 하나가 울타리 안쪽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팥쥐를 발견했다.
“팥쥐가 동이를 깼어? 또 괜한 콩쥐만 잡히겠구나. 하긴. 오늘은 황소 한 마리를 어디에서 얻어온 모양이니 크게 혼나지는 않겠다.”
팥쥐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아까 올 때 황소를 타고 오더라. 아직 황소를 못 본 거냐?”
“황소를요?”
팥쥐는 두 눈을 반짝였다.
얼떨결에 짐승 취급을 받았지만 콩쥐를 괴롭힐 생각을 하니 억울함이 풀려 버렸다.
청년에게는,
“잠시만 여기 계시오. 내, 동이를 깬 일은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점잖게 말하기까지 했다.
“네 용서 따위는 필요 없다.”
황소 청년은 그저 콩쥐가 걱정되었다.
다시 황소로 변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팥쥐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다.
청년은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다시 황소로 변해서 그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버럭버럭 성을 내고 있던 팥쥐 어머니는 황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반겼다.
“아니. 이 년이 이상한 재주를 다 가졌네? 너. 이거, 어디에서 훔친 것은 아니냐?”
“아니에요. 어머님.”
콩쥐가 훌쩍이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 황소를 우리가 가져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거냐?”
“그건 모르겠어요.”
“너, 이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해?”
“어머니는 뭘 걱정하슈? 우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면 그만이지. 이미 내다 팔아버린 걸, 나중에 주인이 와서 내 놓으라고 한다고 뭘 어쩌겠수?”
“아니. 이 년이. 천잰데?”
팥쥐의 어머니는 팥쥐의 대답이 그럴듯하다고 여겼는지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싱글벙글했다.
콩쥐는 저녁을 얻어먹지 못했다.
뜨뜻한 구들장에서 밥을 먹는 팥쥐와 계모를 힐끔 바라보다가 우물에서 목이라도 축일 생각으로 일어섰다.
“너도 목이 마르겠다. 같이 갈 테냐?”
황소에게 물으니 황소가 큰 눈을 꿈벅거렸다.
“미안하다. 너도 나처럼 하루 종일 굶은 것 같은데 먹을 것도 없고. 물로라도 배를 채우자.”
콩쥐는 황소를 끌고 우물로 나갔다.
우물가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쯤이면 다들 방에 모여 앉아서 밥을 먹고 있을 터였다.
콩쥐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물을 길어서 흙투성이가 되었던 손과 얼굴을 씻었다.
황소가 침을 꿀꺽 삼켰다.
콩쥐는 한 번 더, 이번에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치마를 걷어서 속바지춤에 끼워넣고 속바지를 걷어 종아리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다리에 묻어있던 흙까지 말끔히 씻어냈다.
“황소야. 사람이 오는지 좀 봐 줄래? 나는 우물 뒤에서 얼른 씻을 테니.”
황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콩쥐는 우물 뒤편으로 돌아갔다.
바짝 낮게 앉으니 이쪽에서는 콩쥐가 보이질 않았다.
콩쥐는 팔을 들어, 제게서 땀냄새가 나지 않는지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은 늘 팥쥐와 계모의 차지가 되었고 콩쥐에게는 기회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에서 콩쥐가 씻으려고만 하면 두 모녀가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콩쥐는 깨끗한 걸로밖에 승부할 수 없는 팥쥐의 처지를 이해해주려고 했지만 지금은 온몸이 끈적거리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황소가 있으니 누가 다가오면 미리 알 수 있겠지 하는 마음도 들어서 과감하게 옷고름을 풀었다.
끈적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휘 돌아보면 황소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노릇이라고 생각하면서 황소에게만 한 번 더 간곡히 부탁을 할 뿐이었다.
“황소야. 잘 지켜야 한다. 누가 오거든 바로 말을 해 주어야 해.”
황소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컸던 눈이 게슴츠레해 진 것을 알아챌 정신도 없었다.
생각 같으면 훌러덩 시원하게 벗어버리고 물을 뿌려댔으면 좋겠는데 황소만 믿고 그럴 수도 없어서 옷고름만 풀고 저고리를 어깨에 걸친 채로 가슴을 물로 닦았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나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황소의 코에서 엄청난 콧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왜? 누가 오니?”
황급히 저고리를 모았더니 황소가 고개를 저었다.
황소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젓기도 하겠지만 이 황소는 말을 다 알아듣는 것처럼 딱 적절한 때에 대답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도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콩쥐는 조금 더 담대해졌다.
왠지 옷을 벗을수록 황소의 콧바람이 거세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기분 탓이련 했다.
개운하게 물을 끼얹고 부끄러운 손길로 가슴을 문지르다가 저 혼자 얼굴을 붉히는 콩쥐를 보면서 황소는 그 자리에서 휘청거리다 쓰러질 뻔 했다.
콩쥐는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옷을 입고서 휘휘 둘러보더니 아예 날을 잡았는지 머리까지 감으려고 머리 땋은 것을 풀기 시작했다.
내내 땋고 있던 머리를 풀자 풍성하게 컬이 진 머리가 어깨 위에서 파도를 쳤다.
콩쥐는 이 시간에 우물가에 나올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우물물을 길었다.
허리를 숙인 채 콩쥐는 숨을 들이쉬었다.
땀도 흘리고 더운 날이기도 했지만 몸에 물을 묻히고 나서는 조금씩 한기가 느껴졌던 탓에 그 물로 머리를 감을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훅, 숨을 들이쉬고 콩쥐는 과감하게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콩쥐는 비에 쫄딱 젖은 생쥐꼴이 되었지만 부지런히 물을 길어 다시 머리에 물을 부었다.
“황소야. 정말 잘 보고 있어야 한다.”
콩쥐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 머리카락을 비벼댔다.
콩쥐가 머리를 바닥으로 숙이고 몸을 들썩이면서 머리를 감는 것을 보는 황소의 눈이 동그래졌다.
황소도 청년도 어느 때에 서로 변하게 되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모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어서 자기가 지금 청년으로 변해있는지 황소로 변해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콩쥐는 머리를 감다가 뒤에 거꾸로 보이는 것이 황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다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놀란 것으로 치자면 콩쥐보다 청년이 더 놀랐을 것이다.
머리를 감던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쳐드는 바람에 물에 빠진 생쥐가 물 속에서 얼굴을 내놓은 것처럼 난감하게 보였던 것이다.
콩쥐도 그 상황을 눈치챘다.
제 꼴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콩쥐는 재빨리 가르마를 갈랐다.
묻는 것도 지쳤다는 것이 맞는 말일지, 이제 저도 슬슬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지 콩쥐는 이제 청년에게 황소가 어디에 간 거냐고 묻지 않았다.
청년은 콩쥐가 긴 머리를 모아쥐고 수건 짜듯이 틀어 짜내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제 도포자락으로 닦으라고 팔을 내밀었다.
콩쥐는 마다하려 했지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청년의 체취에 취해 말할 정신을 놓쳐버렸다.
갑자기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콩쥐를 보고 있자니 청년의 가슴에서도 방망이질이 시작되었다.
콩쥐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앞장 서서 마구 달아났다.
콩쥐의 뒤를 청년이 바짝 쫓았지만, 콩쥐는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았고 그때 콩쥐의 계모 목소리가 들렸다.
“콩쥐 이년은 소를 끌고 어디로 도망을 간 거야? 당장 안 들어 와, 이 도둑년아!!”
콩쥐는 그 말에 놀라 숨도 고르지 못하고 달렸고 제 발에서 벗겨진 신을 보고도 돌아가서 찾아올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남겨진 청년은 콩쥐의 신발만 주워들고 멍하니 멀어지는 콩쥐를 바라보기만 했다.
콩쥐의 계모는 콩쥐가 혼자만 돌아온 것을 보고 콩쥐를 황소 도둑으로 몰았다.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지만 계모는 그런 저런 것을 두루 생각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당장 콩쥐를 관아로 끌고 가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늦었기에 하룻밤을 겨우 참았다.
이튿날.
콩쥐의 계모는 날이 새자마자 콩쥐를 죄인 다루듯이 관아로 끌고 가서는 이 년이 황소 도둑년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전날 사람들 몰래 하루 종일 변신술을 연마하느라고 새벽에야 잠들었던 젊은 사또는 밖이 일찍부터 시끄러워진 것에 기분이 상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저 년부터 가두라고 해야겠다고 나서는데 끌려온 여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그 사이 머리는 다시 곱게 땋아져 있었고 밭에서 일하던 더러운 모습도 아니었던데다 계모의 구박을 받으며 서러운 눈물까지 흘리고 나니 청초하고 연약해 보이는 것이 꿈에 나타나 사또를 몽정에 이르게 했던 바로 그 춘향이, 아니, 콩쥐였다.
사또는 일이 어찌 돌아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콩쥐의 계모가 제 것도 아니었던 황소를 제 것으로 삼으려다가 황소가 사라진 것을 보고 콩쥐를 관아로 끌고 온 것이다.
콩쥐는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황소가 어디로 갔는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하면서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계모는 그럴 때마다 앙칼진 목소리로, 이 년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사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미의 재물을 훔친 것은 큰 죄니 오늘부터 콩쥐를 관노로 들일 것이다.”
모두가 동시에 뜨악한 얼굴로 사또를 바라보았다.
“사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콩쥐의 계모가 말했다.
당장 콩쥐가 관노가 되면 일은 누가 하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노랗게 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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