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04
집밥을 너무 잘함 104화
“하하, 힘들기야 힘들지. 그래도 다행히 더위는 많이 안타는 편이라서.”
불앞에 계속 서있는 이상 힘들기야 힘들었지만. 눈앞에 있는 요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생각하는 탓에 더운지도 몰랐다.
“요리사한테 체력이 중요하긴 해. 그래서 수호가 오자마자 도움이 많이 됐지. 보통은 하루 종일 무거운 팬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쉽게 지치거든.”
우빈의 말에 오오-! 하고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역시 이수호 선배님이십니다!”
“그,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수호가 머쓱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그렇게 바트에 모든 음식을 담았을 때였다.
빵빵-!
가게 앞에서 큰 견적소리가 울렸다.
“어이! 다 완성했어?”
트럭 안에서 박길복이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었다.
* * *
운송할 트럭이 도착했다. 모두가 열심히 아까 만든 음식들을 트럭에 실었다.
사내 체육대회는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 차로 이동이 필요한 운동장에서 진행되었다.
그렇게 대회 장소에 도착하자 푸른 잔디가 보였다.
벌써 도착해서 몸을 푸는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수가 많지는 않았다. 자차로 이동한 참가자들도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버스를 대절했다고 했다.
“우와, 엄청 넓네.”
“그러게요.”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운동장은 더 넓어 보였다. 푸른 잔디가 깔린 곳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편하게 쉬기 좋아보였다.
“자, 우리도 이제 시작하자!”
“예!”
음식이 들어있는 바트는 아직 시원한 트럭 안에 들어있었다. 지금은 음식을 나눠줄 테이블과 천막을 먼저 설치하기로 했다.
사각 파이프와 몰드를 받아와서 설치를 하고 있는데, 박길복이 다가와서 고정하는 걸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고맙기는! 내가 이번에 강 사장 덕분에 정말 큰 도움을 받았는걸. 이 정도쯤이야, 당연히 도와줘야지. 다음에 크게 쏠 테니까 기대하라고.”
“하하, 네.”
우빈은 지난번 김 회장이 오늘밥집에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빈은 경품으로 소갈비를 준비했다는 업체 다원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우빈은 이전에 다원이 청구한 단가가 얼마인지를 물었다.
김 회장은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답해주었다.
예상보다도 높은 단가였다. 게다가 다원이 그렇게 높은 품질의 고기를 제공했을 것 같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낮은 단가에 훨씬 좋은 고기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빈은 곧장 박길복의 정육점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렇게 많이 주문하실 줄은 몰랐지만요.”
“내 말이.”
우빈은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특급의 특급의 특급! 소갈비 중에서도 가장 좋은 소갈비지.”
“오, 이건 진짜 엄청난데요?”
소갈비를 살핀 우빈의 눈이 빛났다.
윤기가 나면서도 반지르르한 것이 최상품의 품질인 게 틀림없었다.
“하하! 다음에 오늘밥집으로 좀 들고 가야겠네.”
“아니, 아니. 사러 갈게요.”
“에헤이, 우리 사이에 뭘!”
“……아픕니다.”
박길복이 우빈의 등을 팡팡 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 천막으로 다가왔다.
“어어, 벌써 왔구만.”
“좋은 아침입니다.”
김 회장이 우빈을 보고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 우리 식구들 먹을 거, 잘 좀 부탁하네.”
“염려 마십시오.”
참가자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우빈과 이수호는 열심히 책상과 천막을 설치했다.
그 모습을 기웃기웃거리던 직원 중 한 명이 우빈에게 다가와서는 물었다.
“헉, 저기…… 혹시 오늘의 밥차 나오신 분 아니세요?”
가끔 길을 걷다가도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송은 방송이라 그런지, 본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우빈이 빙그레 웃자 직원이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대박! 저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오늘의 밥차 엄청 재미있게 봤거든요. 혹시 오늘 도시락도 꼬막비빔밥이에요? 그거 엄청 맛있어 보였는데.”
재잘재잘 입을 여는 직원을 보고 우빈이 답했다.
“꼬막비빔밥은 아니지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혹시 꼬막비빔밥은 드시고 싶으시면 언제든 가게로 오셔도 좋고요.”
“꺅……! 진짜요? 네네! 헉, 이제 돌아가 봐야겠다. 아무튼 꼭 가게로 들를게요!!”
곧 체육대회가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면서, 직원은 잔뜩 호들갑을 떨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우빈을 보고 웃던 박길복이 툭툭 우빈을 쳤다.
“오, 이제는 영업도 잘 하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더니.”
“……하하.”
어차피 영업도 진심이 있어야 하니까. 맛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영업은 그저 빈수레일 뿐이다.
회장이 앞으로 나섰다. 마이크를 잡자 크게 삐-!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잠시 귀를 막았다.
당황한 김 회장이 마이크를 툭툭 다시 치자 소리가 돌아왔다.
“에, 오늘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날씨입니다. 밥이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기가 막힌 곳으로 섭외했으니 걱정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김 회장이 힐끗 우빈 쪽을 쳐다보았다. 우빈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고는 다시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게,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점심도 맛있게, 상품도 푸짐하게 준비했으니 어디 한번 잘 놀아봅시다.”
와아아-!
상품을 푸짐하게 준비했다는 회장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붉은색 머리띠를 한 고동규 부장도 잔뜩 들떠있었다.
“흐흐. 이번에도 좋은 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사내 체육대회는 강제는 아니었지만 빠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참석률이 높았다.
김 회장은 앞에 있는 직원들을 보고는 씩 웃었다.
요즘 시대에 사내 체육대회를 성황시킬 수 있는 김 회장의 비법은 바로, 어마어마한 상품이었다.
회장이 마이크를 옆에 있는 진행자에게 건넸다.
“자, 경기 시작에 앞서 먼저 상품부터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내 체육대회는 약 삼백 명의 인원이 청팀, 백팀과 홍팀, 세 팀으로 나뉘었다.
삼등 상품은 마트 상품권이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실 참가상에 가까웠기에 사람들은 다음 상품이 무엇일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등 상품은 간장게장입니다! 이야아, 이거 밥도둑이죠. 알이 꽉꽉 차서 들어있다는 말을 전해 받았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헐, 이등 상품이 간장게장이라는데? 간장게장이면 비쌀 텐데…….”
간장게장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등도 저렇게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데, 도대체 일등은 얼마나 좋은 상품이 나올까?
“그리고 대망의 1등은…….”
진행자가 뜸을 들이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삼십 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아, 아. 가볍게 농담 한 번 던져보았습니다. 하하, 다들 조금만 진정하시고요.”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진행자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비단 보자기에 돌돌 감싼 물건을 하나 풀어내고는 소리쳤다.
“바로 한우! 우와, 찐 한우 선물세트입니다! 무려 투뿔인데 살치살, 채끝살, 안심, 등심까지 골고루 들어있습니다. 이야, 이거 진짜 비싼 건데. 오늘 회장님 돈 좀 팍팍 쓰셨겠는데요?”
우와아아아!
선연한 마블링을 본 사람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대박! 저 때깔 좀 봐! 저게 다 얼마야?”
진행자는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우리 소고기를 향해 다들 열심히 뛰어봐야겠죠? 회장님이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하신 만큼, 우선은 준비 체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따라 사람들이 양팔을 벌려 서로 간의 간격을 벌렸다. 경쾌한 노래와 함께 사람들이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우빈은 봄이에게 물었다.
“우리도 같이 할까?”
“쪼아!”
우빈과 봄이는 사람들과 함께 같이 준비 체조를 시작했다.
중간에 허리를 숙여 손끝을 발등에 닿는 동작이 있었다. 하지만 우빈의 손끝은 발등은커녕 정강이 근처까지만 간신히 닿을 뿐이었다.
봄이는 손끝이 닿다 못해 발바닥 전체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흐물거리는 고양이 같았다.
손이 더 내려가지 못해 낑낑거리는 우빈을 슬쩍 보던 봄이가 물었다.
“아빠눈 이거 앙 대?”
“어. 아빠는 잘…… 아, 아악!! 그만, 봄아!”
어느새 우빈의 뒤로 이동한 봄이가 등을 양팔로 꾹꾹 눌렀다. 팔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우빈은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운동 좀 해야겠다.’
준비 체조만으로 우빈은 잔뜩 피곤해졌다.
“우리 팀이 이길 거야.”
“열정하면 빨강 아니냐!”
소고기를 건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열심히 오재미를 던져 박 터뜨리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우빈이 미소 지었다.
‘운동회는 정말 오랜만이네.’
학교 다닐 때 이후로는 처음 보는 운동회였다.
남들이 조카 운동회에 구경 간다고 할 때도, 우빈은 외동이었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
다 큰 어른들이 운동복과 함께 한 팀이 되어서 헤어밴드까지 쓰고 있는 모습이 떠들썩하니 좋아 보였다.
“재밌어 보인다, 그치.”
“그런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운동회에 참가하다니, 다들 정말 사이가 좋은가 봅니다!”
이수호와 우빈이 흐뭇한 미소로 경기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한 헤어밴드를 한 여자가 오재미를 들고는 씩씩거렸다. 이글이글거리며 부릅뜬 눈으로 박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으아아악! 터져, 터지라고! 그래야 한우를 먹는다고! 내 소고기이이이!”
그렇게 박을 쏘아보는 여자의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가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봄이는 무서웠는지 손을 살짝 떨었고, 우빈은 손으로 봄이의 두 눈을 가렸다.
“……우리는 가서 마저 준비할까?”
“넵.”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안내방송에 따라 한 팀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직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홍팀 직원들이 아쉬운지 입맛을 쩝 다셨다.
“아, 엄청 배고파. 그거 조금 뛰었다고 배가 고프네.”
아까 우빈과 같이 사진을 찍었던 직원이 꼬르륵거리는 배를 감싸안았다. 그러던 정민진을 발견한 동기가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어? 민진아! 여기, 여기!”
동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옆에 앉았다.
“와, 체육대회 너무 본격적인 거 아냐?”
“그러니까. 그런데 진짜 상품 저거, 이기면 팀한테 다 주는 건가? 한 팀에 백 명이나 되는데. 저게 다 하면 얼마야? 일십백……. 허어어억.”
손가락과 함께 계산을 하던 동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 이번에 점심으로 온 업체 어디인지 알아? 엠플릭스에 오늘의밥차 방송에 나온 셰프라고! 봐봐, 여기 가은이랑도 같이 나왔고. 사람이 많을 때는 웨이팅도 해야한대.”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캡쳐 방송을 보고는 오, 하고 신기해하며 캡쳐 화면과 우빈을 번갈아 보았다.
“진짜네. 신기하다! 아까 밥에 힘 좀 줬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입사했을 때 체육대회가 있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당황했던지.
‘요즘 같은 시대에 사내 체육대회가 말이 되냐고!’
하지만 이렇게 호화 상품이 나오니 다들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뿐.
평소에도 승부욕이 넘치던 직원도 오랜만에 피가 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 메뉴도 궁금해.”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아까부터 계속 맛있는 냄새가 나니 참기가 힘들었다.
그때 안내 방송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멘트가 들려왔다.
“홍팀, 식사 받아가세요.”
“야야, 우리 차례다. 가자!”
그렇게 직원은 동기와 함께 신이 난 표정으로 얼른 천막으로 향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천막으로 가니 바트가 놓여있었고, 커다란 국을 담기 위한 통도 놓여있었다.
직원은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을 챙기고는 도시락 용기를 받았다.
점심으로 과연 어떤 음식이 나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간 직원이 깜짝 놀라 손을 입으로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