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05
집밥을 너무 잘함 105화
‘세상에…… 화려해도 너무 화려하잖아?’
우선 밥은 커다란 연잎으로 감싸져 흰색 줄로 묶여있었다.
연잎밥은 하나씩 가져가면 된다는 말에 직원이 밥을 집었다. 놀란 건 직원뿐이 아닌 듯, 옆에 있던 동기가 직원을 향해 속삭였다.
“야, 대박. 연잎밥 나 처음 먹어봐.”
“그러니까!”
그때 배식을 하던 우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연잎밥은 하나씩 가져가시면 되고요, 따뜻하게 드시려면 연잎을 다 펼치지 마시고 반은 접어두었다가 드시면서 펼치면 돼요. 보온 역할을 해주거든요.”
동기는 그런 우빈을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평생 안 펼칠게요…….”
“하하하. 맛있게 드세요.”
홀린 듯이 우빈을 멍하니 쳐다보는 동기를 본 직원은 부끄러워졌다. 얼른 동기의 팔을 잡고 다음 반찬을 받으러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은 소불고기와, 구운 단호박, 전복 버터구이, 그리고 고기가 잔뜩 들어있는 소고기뭇국이었다.
“헐, 대박. 소불고기 완전 좋아하는데. 이건 얼만큼 가져가면 되는 거예요?”
동기의 물음에 배식을 하던 남자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답했다.
“어, 마지막 팀이시죠? 조금 남을 거라 했으니까 드시고 싶은 만큼 가져가세요.”
“와아! 그럼 저도 많이 먹을래요.”
“넵! 맛있게 드세요.”
직원과 동기는 도시락을 받고는, 잔뜩 상기된 표정과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잘 먹겠습니다!”
직원은 힘찬 인사와 함께 연잎밥을 묶은 실을 조심스레 풀었다.
향이 너무 좋아서 맛이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연잎을 펼친 직원은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아! 엄청 푸짐하네.”
연잎 안에는 영양찹쌀밥이 들어있었는데, 은행과 연근도 들어있어서 꽤 푸짐해 보였다.
와앙. 한입 크게 밥을 떠먹은 직원이 곧 앓는 소리를 냈다.
“으으음. 너무 맛있어! 처음 맡아보는 향인데, 은은해서 좋은데? 마음에 들어.”
다른 반찬도 말할 것도 없었다. 소불고기도 달달하니 좋았고, 부드러운 버터와 함께 쫄깃쫄깃 씹히는 전복구이도 맛있었다.
“흐아아. 최고다. 그리고 먹으니까 또 힘이 나는 것 같아.”
“정말! 연잎 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 ……야, 연잎은 왜 따로 빼는 거야?”
직원은 연잎을 따로 꺼내서 물에 깨끗하게 씻어 보관하는 동기를 이상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후후.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갈래.”
* * *
‘다행히 다들 좋아하는 것 같네.’
모두 우빈이 체육대회를 고려해서 열심히 구성한 반찬들이었다. 평소에 오늘밥집에 내놓는 것보다 열량을 조금 더 높인 음식들이었다.
호평만 계속 이루어지고, 순조롭게 배식이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뭐? 고기가 모자란다고?”
“죄, 죄송해요. 제가 사람 수를 헷갈렸나 봐요.”
대학생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식을 하면서 사람 수를 세기는 했지만, 홍팀이 끝나자 모두 배식이 끝났다고 착각한 게 문제였다.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한 운영팀, 사람 수로는 삼십 명 정도가 남은 시점이었다.
대학생이 배식하는 소불고기는 맨 끝에 배치해 놓았다. 정반대쪽에 있기도 했고, 우빈도 우빈대로 정신이 없어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떡하지.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데.’
우빈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대학생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빈은 황급히 대학생을 달랬다.
“아니야.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어쨌든 문제는 일어났고, 대학생을 탓해봤자 고기가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이 근처에 정육점이나 슈퍼가 있나? 핸드폰으로 급하게 찾아보았지만 근처에는 편의점 이외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잠시 고민하던 우빈이 박길복에게 물었다.
“사장님, 혹시 소갈비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 * *
“어, 어엉? 어디 보자……. 이 정도는 줄 수 있겠어.”
다행히 박길복도 혹시 몰라 소고기 세트 세 개를 여분으로 챙겨온 상황.
우빈은 이수호에게 차키를 건네주었다.
“수호야, 차에 가면 내 꺼 버너가 있을 거야. 그거 좀 꺼내와 줘. 그리고 승우 씨는 편의점에서 부탄가스 좀 사와 줘. 한 개면 될 것 같아.”
“네네,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던 대학생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편의점으로 곧장 뛰어갔다.
‘괜찮아. 해결할 수 있어.’
예상외의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원래 주방에는 변수가 많이 생기는 법이었다.
우빈은 침착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하나씩 지시를 내렸고, 대학생도 허둥지둥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우빈은 소고기를 참기름과 소금으로 만든 양념에 버무렸다. 양념을 재울 시간은 없으니까 최대한 빠르게 버무려서 굽기로.
하지만 우빈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아직 고기를 받지 못한 직원들이 도시락 용기를 들고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서 있었다.
“……아.”
우빈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평소에 돋보이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우빈이지만.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는 퍼포먼스지.’
우빈은 퍼포먼스로 유명한 스테이크집 사장을 떠올렸다.
우빈이 소금을 높게 손에 들었다.
소금이 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우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만한 모습까지 따라하면서 소금을 착착 뿌렸다.
그리고 옆에서 봄이도 그 모습을 따라하면서 소금을 뿌리는 시늉을 했다.
우빈 보다도 봄이는 완전히 심취한 표정으로 소금을 쫙쫙 소고기에 뿌려댔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기만 몇 십 년을 다룬 장인의 표정 같았다.
기다림에 지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조금은 누그러졌다. 픽 웃으면서 봄이의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픗, 푸하하! 아, 귀여워.”
그리고 그때. 이수호와 대학생이 버너와 부탄가스를 동시에 가져왔다. 우빈은 부탄가스를 버너에 끼우면서 목장갑을 손에 여러 개를 걸쳤다.
그리고 이수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렇게 해줄 수 있어?”
이수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뒤로 물러나 주시겠어요?”
“네에!”
또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우빈의 말에 다들 의아해하면서도 식판을 든 채로 뒤로 물러섰다.
목장갑을 낀 우빈은 진지한 표정으로 팬 위에 고기를 올렸다. 그리고 우빈이 손을 고기 근처로 가져갈 때였다.
“뭐, 뭐야?!”
화르르륵!
우빈의 손으로부터 불이 나타났고, 이후에 커다란 불기둥이 팬 위에서 솟구치면서 순식간에 고기를 구워냈다.
“우와아아! 바, 방금 나만 본 거 아니죠? 분명, 손에서 불이 붙었는데?”
기다리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호들갑을 떨면서 안경을 다시 고쳐썼다.
우빈은 그렇게 불에 구운 고기를 조금씩 잘라서 사람들 접시 위에 직접 하나씩 올려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방금, 어떻게 한 거예요? 손에서 불이 났는데?”
우빈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영업 비밀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야. 분위기가 바뀌었어.’
방금 우빈이 사용한 기술은 흔히 식당에서 불쇼를 사용할 때 쓰는 방법을 조금 응용한 것이었다.
원래는 알콜도수가 높은 술을 음식 위에 휙 부어준 다음에 토치로 순식간에 큰 불길을 일으켜 불쇼를 만들어내는 것.
우빈은 한 손에 목장갑을 여러 개 겹쳐 착용한 다음에 물과 기름을 번갈아 장갑 위에 묻혔다.
그런 다음에 술을 손에 붓고 토치로 불을 사용하면 마치 마법사처럼 손에서 불이 뿜어져, 음식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손님이 다칠 수도 있어서 방법은 알지만 가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우빈이 이수호를 보고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에 이수호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불이 나면 이수호에게 얼른 소화기로 불을 진압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쓸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처음에 고기가 모자란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불만을 품었던 운영팀이었다.
하지만 스테이크 장인을 따라하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도 보고, 화려한 불쇼와 함께 맛있는 소고기도 먹었으니 더 불평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대바악! 저 방금 뭐 보고 왔는지 아세요?”
빠르게 소고기를 구워내던 우빈이 소리쳤다.
“금방 구워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들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우빈을 응원했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세요. 음식 만드는 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불쇼 한번만 더 보여주세요! 아까 카메라로 찍었어야 했는데.”
우빈은 빠르게 소고기를 볶아냈다.
붉은 기운이 익혀질 정도로만 아주 얕은 화력이었다.
‘그래, 이거지.’
한편, 처음으로 오늘밥집의 도시락을 추천했던 고동규가 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한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스테이크도 맛있고, 버터를 입힌 전복구이는 쫄깃하면서도 버터의 고소한 향이 듬뿍 배어있었다.
그리고 연잎밥. 연잎을 천천히 벗겨보자 그 안에 연잎으로 싸인 밥이 나왔다.
그리고 한 직원이 우물우물 밥을 먹었다.
“……맛있다.”
그 직원은 바로 소원 수리함에 쪽지를 집어넣은 직원이었다.
이제 회사에 입사한지 4년차인 직원이었다. 옆에 있던 직원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작년 도시락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기는 했어.”
직원은 상한 식재료가 가득 들어있던 도시락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찡그렸다.
밑져야 본전으로 소원 수리함에 쪽지를 넣었는데, 이렇게 바로 반영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복지는 좋아.”
사장이 정말 직원을 생각하는 회사가 따로 있었다. 들어오면 적어도 밥은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정말인 듯싶었다.
“자, 우리 힘내서 한우 타가자고!”
“옙!!”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한번 전의를 다질 때였다.
“부, 부장님. 저 아무래도 발목을 삔 것 같습니다.”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퉁퉁 부어오른 발목. 재빨리 옆에 있는 의무실로 옮겨졌다.
큰 부상은 아니라 잠시 쉬면 되는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뛰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
“어쩌지?”
달릴 사람 수가 부족했다.
“……그럼 저분은 어때?”
* * *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하지만 않았더라도…….”
대학생이 울먹거리면서 우빈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사람들도 다 배불리 먹었는데 뭘.”
부드러운 우빈의 대답에 대학생이 감동한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배식이 끝났다.
‘휴우. 이제 다한 건가.’
배식을 모두 마친 우빈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배식 문제로 양이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이제 점심 배식이 끝났으니 우빈의 역할은 끝났다. 여유롭게 바트를 정리하고 천막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우승상품인 한우 선물세트를 박길복의 트럭에서 모두 꺼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나저나 누가 우승할까요?”
지금 백팀과 홍팀이 막상막하인 상황이었다.
우승 상품으로 한우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까 붉은색 머리띠를 하고 있던 직원이 우빈에게 달려왔다.
“한 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혹시 대신 참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실격 처리되면 점수 차이가 꽤 벌어지거든요. 운영팀에 외부 사람 데려올 수 있으면 데려와도 된다고 오케이는 받아왔거든요.”
“……저요? 아니, 저는.”
우빈은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방금 배식 문제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기도 했고.
거절하려고 하던 때였다.
그런데 옆에서 봄이가 우빈의 옷깃을 잡았다.
“……아빠도 겨기에 나가요?”
‘끄응.’
봄이는 여전히 옷깃을 꼭 손에 쥔 채로 우빈을 보고 있었다.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묻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응.”
“야호! 그럼 빨리 옷 갈아입을 준비합시다! 어서 가요!”
……준비라니?
자신의 손목을 잡고 이끄는 직원을 보고 우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