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06
집밥을 너무 잘함 106화
그리고 잠시 후.
우빈은 새빨간 부리가 달린 하얀색 닭의 모습을 한 인형옷을 입고 있었다.
“아빠아, 화이티이잉!”
봄이가 옆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 봄이가 자신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경기는 닭싸움.
우빈이 왼쪽 발목을 들어올리고 상대를 쳐다보았다.
상대방은 우빈 보다 조금 더 화려한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휘슬 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바로 우빈에게 달려들었다.
휙! 우빈이 오른쪽으로 잽싸게 피했다. 그리고 우빈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백팀의 상대편 선수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제법 잘 피하는데? 형씨, 왕년에 닭다리 싸움 좀 해봤나 봐?”
“닭다리는 많이 튀겨봤습니다.”
담담히 말하는 우빈의 말을 상대방이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
맹렬히 달려온 공격에 우빈이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또 오른쪽으로 피했다. 계속해서 자신의 공격이 빗나가자 상대방 노란 닭이 씩씩거렸다.
“어떻게 그렇게 빠른 거지?”
“육아를 해보면 알 겁니다. ……맞으면 정말 아프거든요.”
‘이 정도는 봄이 보다 느려.’
티라노 프린세스끼리 우정을 다지는 씬이 있다. 그리고 서로의 몸통에 신나게 얼굴을 들이미는 것인데, 봄이는 애정 표현으로 우빈의 배에 얼굴을 박고는 했다.
한번 맞으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우빈은 점점 빠르게 봄이의 몸통박치기를 피하는 방법을 익혀갔다.
‘이게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아빠아, 힘내애! 아빠아가 채고야!”
봄이가 옆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저렇게 목청껏 응원하는데 질 수는 없지.
우빈이 힘껏 몸을 날렸고, 노란닭은 그대로 우빈의 공격에 힘없이 쓰러졌다.
“어어, 어이쿠!”
“홍팀, 승!”
짝짝짝! 커다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빈이 인형탈을 벗었고, 봄이가 그런 우빈에게 품에 안겼다.
“아빠아! 아빠! 이겨써!”
어느새 봄이는 붉은색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신난 표정으로 달려오는 봄이였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뺨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세상에서 제이 머시써!”
봄이의 말에 우빈이 웃었다. 비록 우스꽝스러운 닭 인형 옷을 여전히 입은 채였지만.
딸의 눈에만 멋있어 보인다면 뭐.
어떤 모습이든 좋았다.
* * *
마지막 경기는 줄다리기였다.
“하나, 둘!!”
힘껏 구호를 외치면서 둘이라는 신호에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우빈이 손에 땀을 쥐고 쳐다보았다.
아슬아슬하게 붉은색 깃발까지 거의 다 끌려갔던 중심점이 서서히 왼쪽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리고, 마지막 외침과 함께 붉은색 깃발이 완전히 홍팀 쪽으로 다가왔다. 한번 페이스가 무너지자 백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질질 반대쪽으로 끌려갔다.
“홍팀, 승! 이로써, 이번 체육대회 전체 우승은 홍팀입니다!”
와아아아-!
근소한 점수 차이로 우열을 가리고 있던 터라 이번 경기에서 누가 승리를 거머쥐는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그렇게 체육대회는 막을 내렸다.
“축하합니다.”
홍팀 사람들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하나씩 상품을 받아갔다.
보자기에 감싸진 한우 세트를 한 아름 안아든 직원의 입이 찢어질듯이 웃었다.
“이야, 이게 다 얼마야! 오늘 간만에 가족들이랑 번들거리는 소 좀 먹어보겠네!”
“우리 나이대 되면 소 같은 거 먹으면 소화 잘 안 되는 거 알지?”
“에에이, 까짓꺼 조금 체하면 되지. 으하하.”
고동규 부장이 누가 소고기를 나눠달라고 할까봐 후다닥 소고기를 꽈악 품에 안았다.
“자, 아쉽게 우승을 놓친 백팀에게도 격려상이 있습니다!”
MC가 말을 이어갔다.
“바로, 간장게장 세트입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죠?! 싱싱하고 알이 꽉 찬 간장게장 세트! 이야, 여기 주황색 알 가득 찬 것 좀 보세요.”
눈동자에 영혼이 없던 백팀 사람들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간장게장 세트라니!
“맞다, 이등 상품이 간장게장이었지. 오늘 마누라한테 욕은 안 먹겠네!”
물론 한우를 못 먹은 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온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
다 같이 천막을 걷고 짐을 박길복의 트럭에 실었다. 그리고 우빈도 떠나려고 하는데 누군가 우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뒤를 돌아보니 김 회장이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우빈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오늘은 고마웠네. 자네 덕분에 정말 성공적인 대회를 마칠 수 있었어. 덕분에 내 체면도 살았어. 날씨도 좋은데다가, 이렇게 맛있는 밥과 함께 체육대회를 열어서 즐겁구만.”
우빈은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드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조금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하하.”
그 정도면 잘 넘겼다는 듯이 김 회장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아까 점심을 먹던 사람들의 표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떠올라 다시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업체 다원의 횡포에는 화가 났지만, 그래도 더 좋은 곳을 만나게 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연이란 게 정말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나?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김 회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우빈이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고 힘차게 악수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매년 가을에는 바빠질 것 같았다.
* * *
즐거웠던 체육대회도 끝나고, 오늘밥집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평소와는 다르게 도시락 주문이 많았다. 그것도 전화로.
병원이나 작은 회사같이, 단체로 정기 배송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어디서 알고 온 거냐고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김 회장이었다.
-아, 그 입맛 까다로운 김회장님이 그렇게 칭찬을 하더라고요.
우빈은 우선 고민해 보겠다고 다시 답을 주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저번 체육대회야 하루만 배송하면 되었기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정기 배송은 아예 다른 문제였으니까.
만약 도시락 판매를 늘리고 싶다면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슬슬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가 되기는 했어.’
보육원 때는 셀레스티아의 도움을 받았고, 지난번 체육대회 때는 이수호의 후배들이 큰 역할을 했다.
넉넉하게 준 일당에 후배들은 크게 기뻐하며 또 써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거리가 멀어 매일 새벽까지 오늘밥집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수호야. 너는 혹시 아르바이트 구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그러자 언제나 미소로 가득한 이수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사사, 사장님. 혹시 제가 뭔가 잘못한 일이 있습니까? 아니면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만약 그런 게 있다면 바로 시정할 테니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이수호가 또 무언가 크게 오해를 하는 것 같아 우빈은 손을 내저었다.
“뭐?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반대야. 수호 너 혼자서만 너무 잘해줘서 그렇지.”
내친김에 우빈은 이수호에게 도시락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장 정기배송까지는 무리더라도, 어차피 아침 도시락의 수요도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사람을 뽑아서 도시락의 개수를 천천히 늘려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차근차근 설명을 하니 이수호의 얼굴도 곧 혈색을 되찾았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는 단순작업을 줄일 수 있다면, 사장님이 요리에 더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이수호의 동의도 얻어낸 우빈은 아르바이트 공고를 벽에 붙였다.
종이를 붙이자 봄이가 궁금한 듯이 우빈에게 다가왔다.
“아빠아, 이게 모예요?”
“응, 같이 일할 분을 새로 구하려고 해.”
“아하. 조은 사람이 오면 조?어요.”
배시시 웃는 봄이를 보고 우빈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우빈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는데.
“사장님의 도시락을 편의점에 팔고 싶습니다!”
“……네?”
다짜고짜 명함을 내미는 남자를 보고 우빈이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브레이크타임에 찾아온 이 남자는 큰 편의점 회사에서 찾아 온 직원이었다.
“사실은 저, 계속 오늘밥집에 와서 도시락을 사갔습니다.”
“예, 압니다.”
“……그걸 기억하신다고요?”
“그럼요. 목요일 빼고는 다 오셨었잖아요. 아, 수요일에는 젓가락 두 개 필요하다고 하셨고.”
“마, 맞아요! 아니,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언제 저를 관찰하셨어요? 대단하시네요.”
남자가 우빈을 잘 맞추는 점쟁이 보듯이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에서는 계속 도시락을 콜라보할 식당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오늘밥집.
오늘밥집이 아침 도시락을 판매하고 난 다음부터 계속 주시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특히 저희가 감탄한 부분은 일정한 퀄리티 유지입니다. 매번 그렇게 반찬을 다르게 구성하면서 퀄리티가 유지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사장님은 그걸 해내시더라고요!”
“……예, 감사합니다.”
‘오늘의 밥차’ 방송부터, 심지어는 이번 경용기공의 사내 체육대회에 나온 도시락까지도 SNS를 전부 찾아서 확인한 모양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이라.’
만약 수락한다면, 전국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락이 팔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빈은 지난번 밀키트 때처럼 조금은 망설여졌다.
물론 너튜브나 잡지 등, 여러 매체를 타서 조금씩 유명해진 식당은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아침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고용할 예정인 동네 식당이기도 했다.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고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저희가 아직 직원수가 많은 식당이 아니라서요. 도시락을 만들려면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논의를 해야 할 텐데, 제가 지금 가게에서 빠지기에는 부담이 크네요.”
우빈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물론이죠, 사장님!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 편의점이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하하.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이쪽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우빈은 탁상 위에 놓인 명함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지갑 안에 챙겨넣었다.
* * *
“여기 있었구만?”
“희찬아.”
생각할 게 많아지니 머리가 아파졌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려고 옥상에서 봄이와 함께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장희찬이 나타났다.
그것도 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잔뜩 들고서.
“이건 또 뭐야.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네 선물 가져오면 안 받을 거잖냐.”
맞는 말이었기에 우빈은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건 그렇지.”
장희찬의 밀키트 사업이 아주 잘되고 있었다. 이제는 가게 말고도 새벽배송 업체에도 하나둘 입점을 해서 판매량이 훨씬 늘고 있었다.
덕분에 한가했던 평일은 이제 옛말. 평일에도 밀키트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움을 준 우빈에게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우빈의 성격상 돈은 절대 안 받을 게 뻔했기에, 장희찬은 봄이 선물을 사는 쪽을 택했다.
예상대로 우빈은 거절하지 않고 봄이가 선물을 뜯는 것을 다정한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꺄아아. 이게 모야? 아이스크림!”
하나는 과일과 요거트를 넣어서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아이스크림 틀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캐릭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직접 만드는 거네?”
우빈이 아이스크림틀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사먹는 게 훨씬 편하긴 한데.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룡알이었다.
“이거는 물에 넣고 며칠 기다리면, 알을 깨고 공룡이 뿅 하고 나오는 거야.”
장희찬의 설명에 봄이가 눈을 반짝거렸다.
“……! 징쨔 공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