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07
집밥을 너무 잘함 107화
“가짜 공룡인데.”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봄이를 보고, 우빈이 장희찬을 툭툭 쳤다. 그러고는 소곤거렸다.
“진짜라고 해야지.”
“가짜인데?”
“봄이 세상에 가짜 공룡은 없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장희찬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였다.
우빈이 공룡알을 들고는 봄이에게 다가갔다.
“안녕! 나는 공룡이야. 봄이를 만나려고 찾아왔어! 물에 넣으면 곧 내 모습이 드러날 거야!”
“……응! 나도 자 부타캐, 공룡아!”
헬륨 가스를 먹은 듯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우빈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빈을 보자 봄이가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공룡알을 우빈에게 받아들어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장희찬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평소에 장희찬의 가게에 와서 카리스마 있게 이것저것 컨설팅을 해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빠라는 게 정말 극한직업이구나. 나는 저런 성대모사 절대 못하는데……!”
“……시끄러. 동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끔 이런 것도 해야 해.”
대야에 물을 받아 봄이의 공룡알에서 뭐가 나올지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장희찬이 물었다.
“그런데 여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게?”
돌 몇 개로 고정해 둔 돗자리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 여전히 휑한 옥상을 둘러보았다.
“안 그래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알잖냐. 내가 워낙 이런 거에 센스가 없기도 하고.”
지난번 가게 인테리어도 우빈은 이런 느낌이 나면 좋을 것 같다는 말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그걸 예쁘게 꾸며주는 것은 전부 장희찬의 몫이었다.
“인조잔디만 깔아줘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텐데.”
잠시 중얼거리던 장희찬. 그리고 급기야는 줄자를 찾기 시작했다.
“줄자는 왜?”
“잔디 정도는 깔 줄 알아.”
장희찬은 줄자를 가지고 옥상 이리저리를 돌아다녔다. 잔디를 예쁘게 깔려면 처음에 길이를 잘 재서 재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며칠 뒤. 장희찬은 커다랗게 둘둘 말린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바로 인조잔디였다.
“진짜 가져왔네.”
“쉿, 가짜 잔디라고 말하면 우리 잔디잔디가 화내거든요?!”
“야.”
장희찬은 낄낄 웃으면서 잔디를 깔기 시작했다. 잔디를 자르기 위해 큰 가위도 함께 가져왔는지, 제법 빠르게 슥슥 인조잔디를 잘라냈다.
우빈도 목장갑을 끼고 가위로 옆부분을 잘라냈다.
“폭시폭시해요.”
재단이 끝난 부분에서 봄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그러더니 풀썩, 하고 누웠다.
그대로 누워 팔다리를 파닥거리면서 움직였다. 몇 번을 그렇게 움직이던 봄이는 이내 헤, 하고 입을 벌리면서 고양이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즐겼다.
“이거, 비 오면 어떡해? 다 걷어내야 해?”
“아니, 물 배수도 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구나.”
슥슥, 슥. 둘은 계속해서 가위로 잔디를 잘라냈다. 커다란 가위였지만 매트가 억세서 자르는 데에는 꽤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옥상의 반 정도 작업이 끝났을 때즈음에 장희찬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후우, 잠깐만 쉬었다 하자.”
그나마 더운 여름이 아닌 시원한 가을에 작업해서 다행이었다. 매트를 자르고 다듬는 것뿐인데도 옥상이 워낙 크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장희찬을 보고는 우빈이 물었다.
“나머지는 그럼 밥 먹고 할래?”
“오, 나야 좋지.”
“오케이. 그럼 잠깐 재료 뭐 있나 보고 올게.”
일층으로 내려가 주방 냉장고를 살피던 우빈. 제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게 뭔가 해서 재료를 살펴보았는데, 얇은 소고기가 눈에 띄었다.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근막이 없어 질기지 않은 홍두깨살이었다.
‘좋아, 이걸로 하자.’
우빈은 키친타올을 꾹꾹 눌러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했다. 얇게 겹쳐져 있는 소고기를 하나씩 펼쳤다.
다음에는 전을 부치기 위해 계란물을 만들 차례. 계란을 차례차례로 톡톡 껍질을 깨서 그릇에 풀어주었다.
‘밀가루만 쓸까? 아니야, 찹쌀가루도 넣자.’
우빈은 계란옷에 쫀득한 맛을 더해주기 위해 찹쌀가루도 조금 넣기로 했다.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부어서 가볍게 섞어주었다.
그리고 넓은 접시에 가루를 잔뜩 뿌려서 손으로 한번 골고루 접시에 퍼뜨렸다. 방금 핏물을 제거한 얇은 소고기를 젓가락으로 꺼내 밀가루를 잔뜩 묻혔다.
그다음에 계란물을 앞뒤로 푹 적셔주고.
팬을 꺼내 식용유를 두르고 가볍게 양옆으로 흔들어준다.
계란물에 적신 얇은 소고기를 기름에 튀겨지듯이 앞뒤로 잘 구워준다.
그러면 빠르게 만들면서도 맛도 있는 소고기 육전이 완성된다.
접시에다가 육전을 차례차례 동그랗게 꽃모양으로 쌓아주자 어째 새참 같은 비주얼이 완성되었다.
‘새참에는 역시 막걸리인가.’
우빈이 픽 웃으면서 막걸리와 사이다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장희찬은 다시 잔디 매트를 자르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쉬고 하라니깐.”
“뭐야, 벌써 다 만들었어? 와, 육전이네? 맛있겠다.”
“식기 전에 먹어.”
장희찬은 막걸리와 사이다 둘 중에서 고민하다가,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나는 막걸리.”
“여기 잔.”
양은으로 된 막걸리잔에다가 막걸리를 졸졸 따라 마셨다. 알밤으로 만든 막걸리는 은은한 밤맛이 감돌면서도 신맛이 있어 입맛을 돋우었다.
얼마 마시지 않았지만 벌써 알딸딸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시기로 했다.
‘어디 한번.’
장희찬이 젓가락으로 육전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고기와 한 몸이 된 듯 착 달라붙은 고소한 계란옷.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고기. 너무 두껍지도, 그렇다고 식감을 느끼기에 너무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의 소고기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흩어졌다.
아주 조금 남아있는 고기의 필연적인 느끼함마저, 가운데 놓여있는 새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니 산뜻하게 사라졌다.
“와아, 이거 장난 아니게 맛있는데? 오늘 메뉴야?”
“아니, 그냥 새참으로 만든 거야.”
“우와, 아까워. 빨리 안 팔고 뭐해? 이런 걸 나만 먹는 게 너무 아까운데? 육전에서 냄새도 하나도 안 나고 그냥 고소하기만 해. 와, 진짜 맛있다.”
장희찬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육전을 먹었다.
그리고 맛있게 육전을 먹는 건 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티라노가 육식 공룡이었지.
유달리 고기를 좋아하는 봄이를 보면 티라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는 분명 공룡이었다면 육식 공룡이었을 거야.”
“키햐아!”
사이다를 마신 봄이도 입가를 닦아냈다.
기분 좋게 사이다를 마시는 봄이를 보고, 장희찬과 우빈이 픽 웃으면서 막걸리 잔을 서로 부딪혔다.
취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목을 축일 정도로만 막걸리를 마신 다음에 작업을 마저 이어했다.
인조잔디를 까는 것만으로도 꽤 분위기가 살았다. 황량했던 옥상에 푸른빛이 더해지자 제법 화사해졌다.
“후, 끝났다!”
장희찬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여러 개의 매트를 덧붙였지만 이음새 부분도 마치 한 장의 매트처럼 흔적 없이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된 잔디를 보고 우빈이 감탄하며 말했다.
“와, 진짜 깨끗하게 잘 붙였다. 업체에서 해준 것 같은데?”
그런 우빈을 보고 장희찬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 봤냐? 이제 내 실력을 좀 알겠지? 잔디 시공은 예전에 몇 번 해봤거든.”
“그랬어?”
처음 듣는 이야기에 우빈이 눈을 크게 떴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몇 번. 흠, 이제 잔디가 있으니까 위에 데크는 조금 더 진한 색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장희찬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가지 종류의 나무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줬다. 우빈이 보기에는 두 색이 똑같아 보였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한참을 쳐다보았지만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른 거야?”
“……그냥 내가 고를까?”
“응. 부탁할게.”
장희찬은 우빈의 컬러 센스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리를 할 때 플레이팅은 예쁘게 하는 것 같던데. 그 감각이랑 이거랑은 또 다른 건가?
잠시 생각하던 장희찬이 우빈에게 물었다.
“옥상은 그냥 개인용도로만 쓸 거야? 만약 식당에서 쓸 거면 데크도 잔디처럼 아예 전체로 다 깔아버리는 게 좋을까 해서.”
장희찬은 휙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경치도 좋아서 손님들도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엘리베이터도 없고. 이층이 생활공간이다 보니까 좀 생각해 볼게. 일단은 개인 용도로만.”
“하긴.”
장희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우빈이 지내고 있는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옥상까지 계단을 올라오는 게 불편할 것 같아, 우선 지금은 가끔 우빈이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완성된 잔디 위에서 봄이가 까르르 웃으면서 뛰어놀았고, 두 사람은 남은 막걸리를 마시며 마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맞다. 나 이번에 편의점 도시락 하자고 연락이 왔다.”
“정말로?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할 거지?”
장희찬의 눈이 커졌다.
“글쎄. 지금은 솔직히 가게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분이 들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그저 얼떨떨한 기분이기는 했다.
비단 이번에 명함을 준 편의점 회사의 직원뿐만 아니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늘밥집을 찾고, 또 많은 사랑을 주는 것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저 작은 동네 백반집. 그것도 시장에 있어 일 년 안에 망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네에서 백반집을 매일 먹으러 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걱정하던 날이 바로 어제의 일만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손님이 생기고 단골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 가게 확장한 지도 얼마 안 됐으니까. 일단은 아르바이트부터 뽑고…… 왜 웃어?”
그리고 그런 우빈의 이야기를 듣던 장희찬이 피식 웃는 걸 발견했다. 우빈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마침 찾아온 장희승이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런 장희찬을 보면서 우빈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웃어?”
“나 보고는 일단 생각하지 말고 시도해 보라더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싶어서.”
“……그러게. 너한테는 내가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기분에 우빈이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밀키트를 제안했을 때 장희찬은 굉장히 망설여 했었다. 그런 장희찬의 등을 떠밀어 준 것이 바로 우빈이었다.
“응.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한번 해봐. 망하면 또 어때. 어차피 지금 가게도 이렇게 잘 되고 있는데.”
장희찬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번에 네 덕분에 도전하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되었는걸.”
“……그래, 알았어.”
* * *
장희찬의 도움과 함께 옥상은 빠르게 꾸며졌다.
한쪽 구석에 나무 데크를 놓았고, 위에는 작은 테이블과 소파도 생겼다.
나무 데크는 장희찬이 또다시 인테리어 업체와 연락해서 깔았다.
비용을 낸다고 했지만 장희찬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렇게 치면 컨설팅 비용이랑 밀키트 아이디어 제공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니라면서 우기는 장희찬의 말에, 우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은 연갈색의 나무 테이블이었는데, 아담하면서도 동그란 모양이었다.
율마와 새로 선물 받은 떡갈고무나무까지 구석에 놓으니, 마치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카페의 루프탑과 같은 모습이었다.
‘맨 처음 올 때는 빨래 건조대 하나만 놓여있는 휑한 옥상이었는데.’
“마음에 들어, 봄아?”
“웅! 공워 가타서 죠아요.”
배시시 웃는 봄이의 머리를 우빈이 쓰다듬었다.
새롭게 꾸며진 옥상의 첫 번째 손님은 바로 유채와 슬기였다.
“우와아아! 완전 내 취향인데? 엄청 멋있어요!”
유채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한참 호들갑을 떨면서 소품 하나하나를 구경하던 유채와 슬기였다.
오랜만에 가게에 온지라, 슬기와 유채는 마치 그동안 말하는 게 금지되었다 풀린 것처럼 와다다 수다를 쏟아냈다.
“요즘은 좀 어때?”
“아아, 말도 마세요. 과제 때문에 정신없어 죽는 줄 알았어요.”
슬기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