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32
집밥을 너무 잘함 132화
이후로도 봄이는 예쁜 옷을 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벌씩 옷을 입어보았는데, 하나같이 다 잘 어울려서 옷가게 직원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데요? 솔직히 옷보다는 따님이 예뻐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빙글빙글.
거울을 보며 몸을 빙글 돌리는 봄이를 힐끗거리며 직원이 말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소곤거리는 직원의 말을 들은 우빈은 아까 갔던 가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요즘에는 영업 멘트가 꽤 공격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옷을 계산했다.
적당히 간식이라도 사서 어디 앉아있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팝업스토어가 우빈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자리가 여기라고 했지.’
우빈은 얼마 전에 정하늘이 전화로 말해준 위치를 살폈다.
‘손님들이 젊네.’
이삼십대로 보이는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어 간간이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보였다.
오늘은 팝업스토어가 두 개가 열린 듯했는데, 하나는 미트파이였고, 다른 하나는 유명 파티시에가 만든 타르트였다.
그렇게 우빈이 지그시 팝업스토어를 쳐다보고 있자 봄이가 말했다.
“아빠 배고파요? 계속 보고이쏘.”
“하하. 봄이는 배고파? 저기 앞에 있는 거 한번 먹어볼래?
“웅.”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빈은 빠르게 줄을 서왔고, 곧 둘 앞에는 미트파이와 타르트가 놓여졌다.
미트파이는 성인남성의 손 크기만 했는데, 빵을 한입 물자 안에는 소고기와 풍부한 체다치즈 향이 났다.
겉에 있는 빵은 바삭하고, 안에 있는 소고기는 짭조름한 게 마치 소고기 장조림과 비슷한 맛이었다.
파이를 한입 베어물자마자 입안에 쏟아져 들어오는 묵직한 맛. 기름지고 느끼한 것이, 두 번은 못 먹을 것 같지만 한번 먹기에는 제법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한편 고기를 좋아하는 봄이의 취향에는 딱 맞는 것 같았다.
“우우움.”
두 눈을 반짝이는 봄이를 보고는 우빈이 음료를 건넸다.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
“네에.”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파이를 마저 베어물었는데, 워낙 입이 작아서 그런지 열심히 먹고는 있었지만 파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우빈이 흐뭇한 미소로 봄이를 쳐다볼 때였다.
우물우물 미트파이를 먹던 봄이가 다람쥐처럼 양볼이 빵빵해진 채로 그대로 멈추었다.
그러더니 황급히 입안에 있는 미트파이를 먹고는 그대로 삼켰다.
“미앙. 먹는 거 느려요. 아빠 먼저 먹고이써요.”
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타르트를 내밀었다. 우빈이 미트파이를 먼저 먹고 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귀여워서 보고 있던 거야. 천천히 먹어, 봄아.”
그런 우빈의 말에 봄이는 히,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미트파이를 천천히 우물거렸다.
한편, 우빈은 타르트를 같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칼로 능숙하게 썰어냈다. 타르트 위에 블루베리가 잔뜩 얹어져 있어, 블루베리를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썰었다.
그리고 타르트를 입에 넣었다.
‘맛있다.’
우빈이 눈을 크게 떴다. 유명 파티시에라더니, 과연 그럴 만했다. 안에 들어있는 크림치즈와 커스터드 크림.
자칫 조금만 선을 넘으면 금방 느끼해지기 쉬운 조합이었지만, 위에 있는 산뜻한 블루베리가 톡톡 터져 산뜻함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블루베리 콤포트.
꼭 같이 곁들여 먹어야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름진 장어초밥을 먹은 뒤에는 산뜻하게 다시 시작하라는 뜻으로 생강. 이 타르트에서는 블루베리가 그런 역할을 했다.
한입 먹을 때마다 마치 처음으로 돌아오는 듯한 산뜻함에 우빈과 봄이는 타르트를 빠르게 먹어치웠다.
“마시따아.”
봄이도 만족스러운 듯이 활짝 웃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이 팝업스토어에서는 미트파이의 줄이 훨씬 길었다. 분명 맛을 따지자면 타르트가 훨씬 세련된 맛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음…… 이거는 고민 좀 해봐야겠는데.’
우빈이 턱을 쓰다듬었다.
얼마 뒤면 우빈도 동일한 위치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우빈이 봄이를 향해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갈까?”
즐겁게 간식은 먹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배불리 먹어볼 생각이었다.
우빈이 중얼거렸고, 봄이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봄이와 이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뻤다.
개런티로 들어온 돈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그리고 그 덕분에 봄이에게 예쁜 겨울옷을 사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빠, 오늘 재미써요!”
활짝 웃는 봄이를 보고 우빈이 물었다.
“옷 사서?”
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게 아니라, 이렇게 아빠랑 가치 시간 보내니까 죠아요!”
“나도 그래, 봄아.”
읏차. 우빈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슬슬, 저녁 먹으러 가볼까?”
이제 간식은 먹었으니까, 본격적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볼 시간이었다.
* * *
“안 돼애!”
우빈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둘 앞에는 가게 문이 하나 닫혀있었는데, 당분간 리모델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이거 하나 먹으러 온 거였는데.”
기껏 봄이에게 맛있는 북경오리를 먹여주려고 찾아온 곳이었는데.
지도 앱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던 터라 리모델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후회해 봤자 엎질러진 물이었다.
‘봄이도 배고플 텐데.’
차를 오래 탄지라 봄이도 분명 무언가 먹고 싶을 것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봄아. 금방 식당 찾아볼게.”
우빈은 서둘러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검색했다. 기왕이면 북경오리가 좋겠지만, 아쉽게도 다른 곳이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분명 우빈이 기억하기로는, 이쪽으로 오면 오리고기집이 가득했다. 한 걸음만 걸어도 또 다른 오리집이 보일 정도로.
그러나 지금은 불빛 하나 없이 썰렁한 거리일 뿐이었다.
“어쩐다…….”
점점 초조해지는 우빈. 혹시 근처에 음식점이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전부 꽃을 파는 화원밖에 없었다.
그때 봄이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아빠, 죠기에 불빛이 하나 이써요!”
그리고 잠시 후.
‘……장사하는 거 맞겠지?’
기대를 가지고 와보았지만. 둘 앞에는 다 쓰러져 갈 것만 같은 허름한 식당만 하나 보일 뿐이었다.
‘어떡하지?’
선뜻 들어가기에는 조금 주저가 되는 비주얼. 하지만 이미 저녁 시간을 한참 지난 바람에 배가 고팠다. 그리고 그가 배가 고플 정도면, 봄이가 떼를 쓰지 않을 뿐이지, 분명 봄이도 배가 많이 고플 터였다.
‘할 수 없지. 근처에 다른 식당도 없으니까.’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들어가자.”
우빈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가게로 들어간 우빈. 다 쓰러져 가던 건물 외부와는 달리 의외로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몇 분이세요?”
“두 명이요.”
“안쪽으로 모실게요.”
자리는 편안하고 쾌적했다. 잠시 메뉴판을 살피던 우빈은 오리주물럭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그렇게 메뉴판을 살피는데 조금 특이한 문구가 있었다.
‘오호, 오리 농가랑 같이 운영을 하고 있는 가게구나.’
오리로 유명한 지역이었기에, 이 가게도 오리를 직접 키워서 내놓는 집인 것 같았다.
동그랗게 썰어진 양파와 함께 붉은색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오리고기가 철판에 놓아 볶을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메뉴 자체는 평범했다. 오리 농가 근처에 가면 먹을 수 있을 법한 오리주물럭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리가 예상보다도 맛이 있었다.
신선한 양파와 버섯. 그리고 쫄깃쫄깃한 떡사리까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리주물럭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건 바로 오리고기 그 자체였다.
담백하면서도 육즙은 가득했다. 또한 쫄깃했다. 그야말로 오리고기가 줄 수 있는 장점이라는 장점은 모두 모아놓은 듯했다.
“마시써요! 아빠, 원래 오리고기가 이러케 마시써요?”
봄이도 완전히 오리고기 맛에 반해 버린 듯했다. 꼭꼭 씹어 오리고기를 먹는 봄이는 완전히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여기가 맛있는 집 같아.”
우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주위를 살폈다.
오리고기도 맛있고, 가게 내부도 깨끗하고. 가게 주인도 표정이 조금 어둡기는 했지만 친절했다.
우빈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더 앉아있을 만했는데. 왜 손님이 없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맛이었다.
안 그래도 언제 한번 오리 요리를 해야겠지 생각을 했는데.
우빈은 아까 메뉴판에 있던 문구를 떠올렸다. 직접 오리 농가를 운영한다는 말.
‘혹시, 오리고기 판매는 안 하시려나?’
식사를 마친 후에 계산을 하면서, 우빈은 주인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장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오리는 맛이 이렇게 다른 겁니까? 더 쫄깃하고.”
계속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가게 주인이 그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쌀겨를 먹여서 그래요. 제가 오리 농가를 같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오리 농가 주인은 쌀겨와 녹차를 배합한 사료를 주었다. 이렇게 정성껏 키운 오리는 살이 더 많고 통통하다고 했다. 우빈은 놀라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맛있는 오리라면.’
우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직접 운영하시는 거면 오리고기도 판매하시는 거죠? 혹시 저와 거래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네? 거래라니요?”
가게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빈은 자신을 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요리에 쓸 오리고기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 오리…….”
가게주인 이선경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폐업을 고민하고 있어서요. 아마 이번 달까지는 보내 드릴 수 있겠지만, 금방 다른 곳으로 알아보셔야 할 거예요.”
“폐업이요?”
이번에는 우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오리 고기가 닭고기만큼 수요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오리 고기라면 분명 수요가 있을 텐데.
안 그래도 이렇게 맛이 있는 집이 왜 인기가 없는지 궁금했을 때였다.
“얼마 전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았잖아요? 다행히 저희 농가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몇 달 전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면 오리 농가에도 피해가 막대했다.
바이러스가 닭에게는 치명적이어서 바로 죽지만, 오리는 사료를 적게 먹는 등, 닭보다는 뚜렷한 초기증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해도 주변 1km에 AI가 발생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오리를 처분해야 했다.
이후에 닭과 오리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러나 이는 공급량이 줄어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뿐, 가게들은 도매가격이 비싸다며 난색을 표했다.
“가게들뿐만이 아니라 손님들도요. 아무래도 조류 독감이라는 말을 들으면 찝찝하니까요.”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가열해서 먹으면 안전하지만, 조류 독감이 돌았다는 말을 들으면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버렸다.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하니, 근처에서 오리 농가를 하던 사람들도 이제 더는 못하겠다면서 하나둘 떠나갔다.
‘말로만 들어봤지만 정말 심각하구나.’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가 몇 년전에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휑한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기왕 이렇게 맛있는 오리고기집을 발견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오리고기집을 보내게 된다면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어쩌면……!’
좋은 생각이 났다.
만약 잘되면, 우빈의 팝업스토어는 물론. 지금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이 가게도 잘 풀릴 것 같았다.
“사장님, 그럼 이런 건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