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38
집밥을 너무 잘함 138화
“정말, 정말루 무서운 곳이 아니지……?”
“아빠가 무서운 곳에 봄이를 왜 데려가. 절대 아니야.”
여전히 봄이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았다.
그 이후로 너튜브 영상에서 봄이 또래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과, 위험하지 않다는 걸 몇 번이나 보여주었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결국 무서우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우빈은 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을 수 있었다.
겁을 먹은 아기사슴처럼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던 봄이는, 놀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 우와아. 이게 다 모야?”
탁 트여있는 넓은 공간은 마치 우빈이 밤마다 읽어주는 동화책에서나 튀어나올 것 같은 공간이었다.
커다란 나무도 있고, 맛있어 보이는 팝콘과 장난감을 곳곳에 팔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사탕 가게와 젤리를 파는 곳이 있어서 봄이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엄마, 나 저거 탈래!”
“하준아!! 뛰지 말라니까.”
놀이기구를 타려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고는 봄이가 궁금해했다.
“봐봐, 아빠가 무서운 곳 아니라고 했지?”
그제야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공원에 가니 하나둘 솜사탕을 들고 있었다.
“아빠. 저게 모야?”
“저건 솜사탕이라는 거야. 봄이도 먹을래?”
“먹을 수 이쏘?”
몽실몽실 구름처럼 생긴 솜사탕을 보고 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서 오세요!”
동물 모자를 쓰고 있는 캐스트가 봄이를 보고 활짝 웃었다. 봄이는 그런 캐스트를 올려다보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솜사탕에는 종류가 많았다. 분홍색 동그란 모양과, 하늘색 동그란 모양까지.
“둘 다 예뿐데…….”
봄이는 한참을 앞에서 서성였다.
마음 같아서는 둘 다 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오늘 당 섭취가 너무 많아질 터였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봄이는 하늘색 솜사탕을 골랐다.
“이걸로 할래?”
“웅!”
밝게 미소 짓는 봄이.
달콤한 솜사탕을 하나씩 뜯어먹었다.
“아빠, 마시써요.”
봄이의 머리보다도 훨씬 커다란 솜사탕이 곧 손 안으로 들어왔다.
행복하게 솜사탕을 뜯어먹는 봄이를 보면서 우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많이 먹어.”
솜사탕을 입안에 넣자 달콤한 맛으로 가득 퍼졌다. 봄이의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 솜사탕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니. 왜 놀이동산에 아이들을 위한 간식이 많은지 알 것만 같았다.
“아빠.”
“왜?”
“매이매일 솜사탕 먹고 시포요…….”
그러면 이가 썩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다가, 말하지 않았다.
행복한 듯이 솜사탕을 물고 걸어가던 봄이가 입을 열었다.
“참, 아빠. 아까 엉니가, 기린 모자를 쓰고 있어써요.”
“아아.”
아까 솜사탕을 만들어준 캐스트가 쓴 기린모자를 떠올리며 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도 한번 구경 가볼래?”
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봄이는 여러 머리띠를 보고는 신나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한참을 둘러보던 봄이는 위에 걸려있는 공룡모자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모자를 써 보려고 까치발을 들었는데, 키가 작아서 잘 닿지 않았다.
“여기.”
“고마어요, 아빠.”
봄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공룡모자를 쓰고 봄이가 거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귀엽다.”
“갠차나요?”
모자를 쓴 봄이는 정말 잘 어울렸다. 하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한 모습으로 봄이를 보고 있었는데, 봄이가 옆에서 다른 하나를 고르고 있었다.
“아빠도 이거 써바요.”
“나도……?”
끄덕끄덕.
‘으음.’
물론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몇 번 와본 적은 있었지만, 한번도 머리띠를 사서 써본 적은 없었다.
머리띠를 손에 들고 머뭇거리고 있자, 봄이가 그를 재촉했다.
“빠리요! 아빠도 써야대요!!”
하지만 봄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우빈은 결국 사슴뿔이 달린 머리띠를 쓰고 어색하게 웃었다.
“우아아! 머시써요!”
“그, 그래.”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사슴뿔이 흔들렸다. 도대체 이렇게 불편해 보이는 머리띠를 왜 쓰고 다니는지 생각했지만.
봄이가 머리에 쓴 공룡 모자를 쓴 채로, 우빈을 보고 뒤를 돌아 헤실 웃을 때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잘 어울린다.’
정말 귀여웠다.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게, 꼭 우빈의 생각만은 아닌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어린이용 롤러코스터도 탔다. 봄이는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하는 듯하더니, 타고 난 이후에는 재미있다면서 또 타러 가자고 우빈을 졸랐다.
겨울을 대비해서 놀이공원 곳곳에는 히터가 있었지만, 그래도 봄이가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돼서 우빈은 목도리로 봄이를 칭칭 다시 감아주었다.
목도리로 돌돌 감싼 끝에 봄이의 얼굴은 코끝만 살짝 삐져나와 있었는데, 추워서인지 코끝이 빨갰다.
“안으로 들어갈까?”
봄이가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우빈은 카페로 들어와서 봄이를 위해 따뜻한 핫초코를 시켰다.
“푸하아. 달고 마시써요.”
핫초코는 우유와 달콤한 초콜릿이 가득 들어 부드러웠다. 따뜻한 핫초코를 들이켜고는 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카페 창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퀘어랜드의 자랑인 커다란 정원이 보였다.
봄이나 여름에는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눈만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 * *
한편, 정령계.
세계수는 정령을 지키고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세계수의 심기가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령 중 하나가 인간계에 갔다가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수백 년 전, 이렇게 돌아오지 않았던 정령이 한번 크게 사고를 친 이력도 있는지라, 세계수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
세계수는 큰 분노를 느꼈다. 정령의 샘에 빠져, 그리고 그대로 인간계에서 인간과 계약을 한 것까지는 괜찮았다.
정식 계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허용 범위였으니까.
하지만 계약 기간을 넘어서도 계속 인간계에 머무른다면 정령의 기운은 점점 약해지고, 그건 규칙을 위반하는 일이 되었다.
“조, 조금만 더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앉아있는 의자에 긴 손톱을 툭툭 두드리던 세계수는 말없이 생각했다.
인간계를 오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정령과 사람이 깊게 얽히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이러다 자칫하면 지난번처럼 큰 사고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세계수는 예전에 있었던 참혹한 광경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처럼 그런 일이 또 반복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세계수가 분노를 일으키자 주위에 있는 정령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령이 계약 기간을 지나고도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정령이 벌벌 떨면서 숨어버리자, 세계수는 혼자 남았다.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분노는 거셌다.
“내가 직접 가겠다.”
세계수의 눈이 빛났다.
* * *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우빈은 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각종 놀이기구를 보는 봄이의 눈이 반짝였다.
“우아, 아빠! 저것도 재미써 보여요. 저거 타고시포요.”
우빈은 활짝 웃으면서 봄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래. 오늘은 실컷 놀자.”
봄이는 고개를 붕붕 끄덕이더니 들뜬 발걸음과 함께 놀이공원을 향해 달려갔다.
우빈은 그런 봄이의 행복한 미소를 지켜보았다.
봄이가 가리킨 것은 범퍼카였다. 키가 작아서 어린이 범퍼카를 타야했다.
어떤 아이와 부딪히고는 까르르 웃었다.
‘……어?’
한 아이가 봄이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물론 서로 부딪히면서 타는 범퍼카이기는 하지만, 계속 봄이의 차만 노리는 것이 아빠로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빈의 미간이 찌푸려지려고 할 때였다.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자 봄이도 눈치챈 듯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또다시 봄이를 향해 돌진할 때였다.
봄이가 눈을 깜빡였다.
혹시라도 세게 부딪힐까 봐 우빈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가만히 있던 봄이는 핸들을 화려하게 돌려서 후진했다. 그리고 봄이의 차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아이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방향을 돌리지 못했다.
그리고.
뻐억!
그러자 아이는 봄이가 있던 자리였던 아무것도 없던 기둥에 쾅하고 부딪혔다.
‘……휴우.’
그렇게 스릴 가득한 범퍼카를 탄 이후로, 우빈은 봄이와 함께 얌전한 회전목마를 타기로 했다. 회전목마에는 마차가 있었는데, 봄이는 우빈과 함께 말을 타고 싶어했다.
우빈은 번쩍 들어올려 말에 올리고는 그다음에 말에 올라탔다.
“재미써요!”
신나하는 봄이의 표정을 본 우빈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봄이가 고른 건 관람차였다. 하늘에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계속해서 터지는 폭죽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리고 봄이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은 불꽃이 터지면서 또다른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내고, 이후에는 마치 금가루가 반짝이는 것처럼 불꽃이 산산이 흩어져서 천천히 내려왔다.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보게 된 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우빈은 그런 봄이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불꽃이 봄이의 눈에서 튀어올랐다.
“대다내요.”
진심으로 감탄한 듯한 봄이의 목소리.
반짝이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는 봄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니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빈은 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계속 올라가는 관람차 안에서 봄이는 우빈의 어깨에 살짝 고개를 기대었다.
우빈은 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올라가는 관람차. 어릴 적 부모님과 왔었던 때 이후로는, 매번 친구들과는 이런 관람차를 탈 일이 없었기에 아주 오랜만이었다.
창문에 손을 기대고 창밖을 쳐다보는 봄이. 아래에서는 불빛들이 반짝였다.
“예뿌다…….”
넋을 놓고 보는 봄이를 보고, 우빈은 봄이를 이곳에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빠.”
“응?”
봄이가 우빈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빠가 옆에 있어줘서 죠아요. 정말루.”
봄이가 배시시 웃었다.
“나도. 봄이가 옆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관람차는 계속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말하며 봄이는 평소처럼 웃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퍼엉, 펑!
관람차에 타고있는 봄이. 그리고 뒤로는 불꽃이 화려한 모습을 뽐냈다.
봄이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그러고는 봄이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하며 쓰러졌다.
“……봄아?”
우빈이 조심스레 봄이를 흔들어 깨웠지만 봄이의 몸은 미동조차 없었다.
봄이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 *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관람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빈은 봄이를 등에 업고는 의무실로 달렸다.
관람차에서 의무실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고, 계속해서 뛰느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뭐든 상관없었다.
‘왜, 왜 알아차리지 못했지?’
지금도 업혀있는 봄이의 몸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설마 아픈 걸 숨기고 있었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계속 봄이의 손을 잡고 있었고, 추운 날씨에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봐 계속해서 봄이의 상태를 살폈었는데.
그리고 겨우 도착한 의무실.
겨울이었지만 계속 뛰어온 탓에 우빈의 이마에서는 미친 듯이 땀이 흘렀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봄이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황급히 뛰어서 들이닥친 우빈을 보고 의무실에 있던 간호사도 놀랬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우빈을 보고는 큰일이 생겼나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무슨 일이세요?”
“저, 저희 애가 아파요.”
우빈은 숨을 들이마셨다. 진정하려 애쓰며 봄이의 상태를 간호사에게 설명했다.
“갑자기 의식을 잃었어요. 병원, 병원에 가야할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앰뷸런스에 전화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