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45
집밥을 너무 잘함 145화
모니터 앞에 앉은 불룩체인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맛깔나는 입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처음부터 기록적인 상승세와 함께 순식간에 150만 명의 구독자를 이끌어낸 불룩체인이었다.
그의 채널은 순조로웠지만 이대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지난번 슬기가 만든 봄이의 영상을 보았을 때, 불룩체인은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딱 그가 원하던 영상이었다.
영상을 본 불룩체인은 바로 직감했다. 바로 슬기만이 그가 원하는 영상의 퀄리티를 재현해 낼 수 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그렇게 슬기를 데려왔지만, 정작 기획 단계에서 막히고 있었다. 불룩체인이 머리를 감싸맸다.
‘기왕 편집자도 새롭게 데려왔는데 말이야. 뭔가 새로운 콘텐츠 없으려나.’
구독자도 계속해서 늘고, 조회수도 늘었지만.
늘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한다는 압박감은 여전히 있었다.
“으음.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네.”
그렇게 불룩체인이 컴퓨터 앞에 앉아 끙끙 앓고있을 때였다.
똑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윽고 불룩체인의 딸, 신현주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아빠 뭐해? 엄마가 과일 먹으래.”
신현주의 손에는 예쁘게 깎은 참외가 들려 있었다.
“오 땡큐! 거실에서 다같이 먹자.”
“엄마는 필라테스 간다고 방에서 알아서 먹으래. 내 것도 따로 있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아내가 필라테스를 가는 시간은 저녁 일곱 시.
나름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에 앉아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사실에 불룩체인이 울적해하고 있을 때였다.
“왜 그래? 바빠?”
“다음 컨텐츠로 뭐할까 생각 중이야.”
컨텐츠라.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딸이 곧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외쳤다.
“다른 나라의 특이한 음식 먹으러 세계 여행 가는 건 어때? 요즘 여행 컨셉으로 하는 너튜버들 많잖아!”
신현주는 재잘거리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아빠가 너튜버인 게 싫다더니.
불룩체인이 물었다.
“현주는 아빠가 너튜브하는 거 요즘에는 안 싫어?”
“에이, 아직도 그 이야기야? 미안하다니까.”
신현주는 입을 뾰로통 내밀면서 툴툴거렸다.
“나는 아빠가 좋아하는 일 하는 게 좋아. 그도 그럴 게, 지금도 고민하는 척하면서 입꼬리는 잔뜩 올라가 있는걸?”
“아빠가 그랬어?”
“응.”
그렇게 말하면서 불룩체인의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아니면 요리를 배우는 건 어때? 계속 먹는 것만 했으니까,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고 먹어보는 영상도 재밌을 것 같아.”
“오오! 그거다! 세상에, 내 딸이 천재인가 봐!”
“뭐래.”
신현주는 피식거리면서 방을 나갔다. 그리고 불룩체인은 미친 듯이 메모를 해나갔다.
만약 단 한 명에게 요리를 배워야 한다면.
불룩체인이 씩 웃었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 *
“아이고,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불룩체인 씨가 물어본 건데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우빈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렇게 불룩체인은 우빈과 함께 너튜브 촬영을 하게 되었다.
“자아, 오늘은 엄청난 게스트를 모셔왔습니다! 바로 장안의 화제, 오늘밥집의 강우빈 사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다행히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데 카메라를 보고 인사를 하는 게 영 어색했다.
불룩체인의 새 컨텐츠.
바로 같이 음식을 만드는 컨텐츠였다.
이전에는 음식을 맛보고 즐기기만 했다면, 불룩체인은 이제 음식이라는 분야의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었다.
‘요리를 만드는 처음부터 먹는 장면까지 통째로 보여주는 거지!’
불룩체인이 콧김을 내뿜었다.
새로운 컨텐츠를 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룩체인은 꽤 들떠 있었다.
돼지등뼈와 우거지.
넓은 조리대에 재료가 놓여있었다.
“어디 보자, 오늘은 그럼 어떤 음식을 만드실 건가요?”
“감자탕입니다.”
감자탕.
뜨끈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고기가 가득한 국물. 쌀밥과 함께 든든한 한 끼로도 좋았고, 맛좋은 국물과 함께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불룩체인은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먹기 전문.
그렇지만 일부러 예능식으로 웃기려고 실수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칼과 불이 있다보니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게 주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빈이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우선은 좋은 돼지등뼈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흐르는 물에 돼지고기를 계속 씻어서 핏물과 불순물을 빼냈다.
“왜 물에 담궈서 씻어줘야 하는 겁니까?”
“여기 밑에 보시면 뼛조각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물로 박박 깨끗하게 문질렀다고 생각해도, 붙어있는 작은 뼛조각 같은 것들이 남아있을 수 있어요.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나오면 확 기분이 상하잖아요?”
우빈의 말에 불룩체인이 동의한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후, 싫죠. 너무 싫어요.”
“예, 그래서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고는 돼지고기 등뼈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그런 다음에는 돼지고기를 한번 뜨거운 물에 데쳐주었다.
다음에는 돼지고기를 삶을 차례.
월계수잎과 양파. 그리고 통후추를 넣어서 보글보글 끓여준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됩니다.”
“오호!”
그동안에 대파와 마늘을 준비하기로 했다.
불룩체인은 대파를 썰려고 했는데, 영 칼질이 서툴렀다. 잘못하다가는 손을 베일 것 같아서 우빈이 입을 열었다.
“아니면 가위로 자르시죠.”
그렇게 가위로 싹둑싹둑 자른 대파와 양념, 그리고 삶은 돼지고기를 한데 넣어 끓여주면 완성.
들깨가루와 깻잎으로 향을 더해주었다.
카메라를 다 세팅한 불룩체인은 봄이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제 방송하려고 하는데, 어때, 봄이도 같이 먹을래?”
그 말에 봄이가 물끄러미 앞에 있는 감자탕을 바라보았다.
봄이는 몇 번 불룩체인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불룩체인은 주로 입담으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였지만, 가끔은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린 봄이가 주저하면서 물었다.
“저도 마니 머거야 해요……?”
자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은 아주 느렸다.
봄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불룩체인을 보고 물었다. 그러자 불룩체인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많이 먹는 건 나만 하면 돼. 봄이는 옆에서 조금씩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면 돼.”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럼 갠차나요.”
잠시 후.
“안녕하세요, 맛있는 걸 끝까지 먹는다, 불룩체인입니다!”
그리고는 봄이가 나타났다.
“안뇽하세요.”
공손하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봄이.
조명이 반짝거렸지만 너무 눈부실 정도는 아니었다.
“이거 이름 모예요?”
“감자탕이야.”
“감자……?”
감자탕이라는 이름에 봄이는 감자 수프 같은 걸 생각했는데, 눈앞에 새빨간 국물이 있어 조금은 당황했다.
“자, 아까 열심히 만든 감자탕입니다. 어디, 한번 맛을 보겠습니다.”
숟가락을 든 불룩체인과 함께 봄이도 같이 먹기 시작했다.
후우, 후.
감자탕 국물이 뜨겁지 않도록 봄이가 후후 입김을 불었다.
국물은 한입 입에 넣은 봄이가 눈을 크게 떴다.
“……!”
국물은 들깨가 들어가서 고소하고, 또 깻잎이 들어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봄이는 먹는 모습이 느렸지만, 맛을 전부 음미하려는 듯이 그렇게 감자탕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어때, 먹을 만해? 아빠랑 같이 만든 거야.”
옆에서 불룩체인이 껄껄 웃었다. 봄이는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마시써요.”
“얼마나?”
“마니요. 움.”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 느끼는 맛을 표현할 만큼 아직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서 봄이는 두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큰 원을 만들었다.
“이마안큼 마시써요!”
그러고는 봄이가 배시시 웃었다.
* * *
그렇게 촬영을 마친 이후, 우빈은 진이 다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우빈을 보던 불룩체인이 웃으며 물었다.
“오늘 촬영은 어떠셨어요?”
“솔직히 좀 긴장했네요. 설명이 쉽게 와닿을까 걱정도 되고요.”
너튜브 촬영이라고 해도, 그저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알려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허만옥과 이수호를 상대로 가르칠 때와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눈앞에 상대가 없으니 무엇부터 얼마나 깊게 설명을 해야할지 어려웠다.
“하하, 그러셨어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는데요. 차분하게 설명도 잘해주시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우빈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나머지는 슬기 씨한테 달린 건가?”
“히끅!”
불룩체인의 말에 슬기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였다.
불룩체인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괜히 150만 구독자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슬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빈이 만든 맛깔난 음식까지.
요리로 치면 지금 훌륭한 요리 재료와 조리도구가 모두 갖춰진 상황이었다.
‘나만 잘하면 돼.’
슬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꺄아악.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이 오물오물거리는 입 좀 봐!”
영상을 편집하면서 슬기는 봄이가 귀여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오물오물거리면서 먹는 모습은 마치 도토리를 입에 잔뜩 문 다람쥐 같았다.
자신이 즐겨보던 채널인 불룩체인과, 또 좋아하는 봄이가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
정식 편집자로서의 첫 과제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슬기의 열정이 불타올랐다.
“좋아! 최대한 재미있고 귀엽게 만들어봐야지!”
슬기는 한동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과 씨름을 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먼저 불룩체인이 찾아왔고, 그다음에 퀭한 모습의 슬기가 오늘밥집으로 찾아왔다.
“사, 사장님. 저 왔어요……. 저도 정식 하나 주세요.”
이틀 전의 발랄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잔뜩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슬기가 비실비실 자리를 잡았다.
“괜찮아?”
“네. 잠을 조금 못 자서 그래요. 이틀 동안 한…… 네 시간?”
슬기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팔을 쭉 뻗어 머리를 파묻었다.
곧 슬기 앞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맛난 밥이 차려졌다.
“하아, 너무 좋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입맛이라고는 솔직히 없었는데. 쓰러질 것만 같아서 먹어야겠지 생각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그리고 김치고등어조림, 들깨시래기국과 베이컨감자채볶음이 정갈하게 담겨있는 모습을 보니 식욕이 절로 돋아났다.
꿀꺽 침을 삼키고는 슬기는 젓가락을 가져다 대며 반찬을 음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잘 먹었습니다! 역시 오늘밥집이 최고라니까요. 아, 기운 난다!”
밥을 싹싹 비운 슬기는 평소처럼 헤헤 웃었다.
기운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영상 마무리했어요!”
슬기가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 어때요?”
슬기가 마른침을 삼키며 우빈의 반응을 살폈다.
“진짜 잘 찍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탕은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오물오물 밥을 먹는 봄이의 모습도 귀여웠다.
불룩체인도 엄지를 들어올려서, 슬기는 안심했다.
“그, 그럼 올려볼게요?”
이제 업로드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업로드 버튼을 누르려는 슬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불룩체인의 최근 동영상의 조회수는 최소 삼십만 회.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를 할 때와는 달리, 막중한 압박감이 밀려 들어왔다.
한편 불룩체인도 긴장한 건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시도하는 콘텐츠였기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바들바들 손을 떨던 슬기는 결국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눈을 꽉 감으며 소리쳤다.
“으아, 못 누르겠어요! 불룩체인 님이 눌러주세요.”
“나, 나도 못 하겠는데……. 그럼, 우리 뽑기로 할까? 지는 사람이 영상 업로드하는 걸로…….”
다들 그렇게 서로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걸 서로에게 미루고 있을 때였다.
봄이가 도도도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