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46
집밥을 너무 잘함 146화
“내가 해 주께여!”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핀 봄이의 모습은 마치 히어로 무비에 나오는 영웅 같았다.
“봄아아!”
슬기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이 양손을 모았다. 결국 봄이가 마우스 위에 손을 올리고, 우빈이 같이 눌러주기로 했다.
“갑니다. 하나, 둘!”
달칵.
마우스 왼쪽 버튼이 클릭되면서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으악, 못 보겠어!’
슬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도 반응이 궁금했다.
조회수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리고 슬기의 걱정과는 달리.
영상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미 유명 너튜버인데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집니다.
-편집 바뀌었나? 뭔가 더 깔끔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ㅎㅎ
사람들은 불룩체인이 새로운 컨텐츠를 시도한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대부분은 오물오물 밥을 먹는 봄이의 모습이 귀엽다는 평이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우빈에 관한 관심도 많았는데, 몇 번 얼굴을 내비친 우빈을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었다.
– 와아!! 오늘밥집 사장님이다!!!! 안 그래도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 요리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ㄴ 셰프인데 오늘밥집이라는 가게로 유명해요!! 안 가보셨으면 꼭 한번 가보세요!
ㄴ 여기 찐맛집임
“반응이 제법…… 괜찮네요?”
“제법 정도가 아닌데? 엄청 괜찮아!”
기존 불룩체인의 팬들한테는 새로운 컨텐츠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편집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불룩체인은 편집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슬기처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눈으로 쓱쓱 훑어봐도 반응이 좋았다.
잔뜩 긴장했던 슬기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고, 불룩체인과 우빈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성공이에요, 성공!!”
슬기가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양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그러고는 봄이와 함께 손뼉을 맞추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단숨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 리스트에 올라갔다. 이윽고 해외에서 유입된 시청자들로 더해져 이번에 불룩체인이 올린 영상은 더욱더 인기를 끌어 결국에는 조회수가 육십만을 찍게 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육십만이라니…… 대단하네.”
처음에는 수가 너무 커서 얼마나 큰지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숫자를 실감하게 된 건 이번 주였다. 봄이의 얼굴을 보려고 멀리서 기차를 타고 찾아왔다는 말에 그제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제만 해도 봄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온 팀이 세 팀이나 있었지.’
우빈이 기지개를 켜고는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젠 정말 봄이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고 새싹이 움트는 계절이 되었다.
부드럽게 뺨을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에는 달콤한 공기가 섞여들었다.
우빈은 빗자루로 가볍게 가게 안을 쓸었다.
“아기상어가 춤을 추고 이써요~.”
그리고 웬일로 일찍 잠에서 깨어난 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코끼리 모양의 물뿌리개를 꺼냈다.
물뿌리개에서 물이 졸졸 흘렀고, 화분에 있는 흙 겉표면이 물로 흠뻑 적셔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그렇게 물을 주는 봄이를 보면서 우빈이 웃었다.
봄이 배시시 웃었다. 그런 봄이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짓던 우빈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봄아, 여기 뭐가 난 것 같은데?”
“오디, 오디?”
새싹이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아, 징짜다!”
쪼그려 앉아서 신기한 듯이 새싹을 한동안 살펴보는 봄이. 우빈은 빗자루를 의자에 세워놓고는 봄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봄이 덕분에 금방 자라겠다.”
“웅! 곰방 자랄 거야.”
활짝 웃는 얼굴의 봄이를 우빈이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새싹이 얼마나 빨리 자랄지 기대가 되었다.
“쑥쑥 크면 좋겠다.”
선명하게 다가온 봄의 기운은 가게 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덧 집 근처에 있던 목련 나무에서 작지만 조그맣게 꽃봉오리가 피어있었다.
“와아, 아빠! 저기도 꽃이 이써요.”
“그러게. 벌써 봄인가 보네.”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봄이 귀를 쫑긋거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두팔을 하늘 위로 쫙 펼쳤다.
“요기도 죠기도 봄!”
“아하하.”
발랄한 봄이의 모습을 보고 우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봄이. 봄이라는 이름이 정말 딱이었다. 화사하고 생명력이 가득 넘치는 그런 모습.
우빈은 그렇게 아름답게 핀 꽃을 보며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이런 날에 나들이 가면 좋겠다.’
화사한 햇살과 함께 우빈은 봄에게 물었다.
“봄아, 우리 꽃 보러 갈까?”
“꽃이요? 여기 있눈데?”
봄이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목련을 가리켰다.
“여기보다 햇빛이 더 많이 닿은 곳이 있거든. 그쪽은 지금 여기보다 훨씬 꽃이 많이 피었대. 날씨도 좋으니까 도시락 싸서 가자.”
지금도 아름다운데, 이것보다 더 많은 꽃이라니.
상상만 해도 멋질 것 같았다.
게다가 우빈이 만들어준 맛있는 도시락까지 있다면.
봄이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보고 우빈은 애써 웃지 않도록 참아야만 했다.
봄이가 얼른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죠아요!”
우빈은 꽃구경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기로 했다. 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하면서.
둘은 손을 꼭 맞잡았다.
따뜻한 봄날. 꽃잎이 살랑살랑 흩날리고 있었다.
* * *
이른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부스스한 머리.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즐거운 소풍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도시락을 만들어야 했다.
마침 유채와 슬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길래 넷이서 같이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우빈은 소풍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선은 봄이가 좋아하는 소불고기 김밥부터 만들자.’
양념에 재운 소불고기는 팬에 붉은 기가 없어질 정도로만 익혀냈다. 그리고 대발에 김과 밥, 소불고기를 넣는다.
그렇게 둘둘 말은 김밥 위에 참기름을 바르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꽃모양으로 둥글게 깎아낸 당근까지. 봄소풍에 딱 맞는 예쁜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다 됐다.”
그렇게 완성된 도시락을 보고 우빈은 미소를 지었다.
‘봄이 마음에 들면 좋겠다.’
“이쯤에서 자리를 잡을까?”
도착한 곳은 한강이었다. 한강으로 향하는 길에도 벚꽃이 가득 펴 있어 아름다웠다.
“우아…….”
나풀거리면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 봄이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원래도 벚꽃은 아름답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빈의 손바닥 위에 벚꽃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봄이의 이름도 벚꽃잎을 보고 떠올랐다.
“우아! 아빠한테 꽃잎이 와써요.”
봄이가 꽃잎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우빈은 봄이의 손에 꽃잎을 건넸다.
꽃잎을 받아든 봄이가 배시시 웃었다.
적당히 잔디가 있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벚나무 아래에서 꽃들을 구경했다.
하늘하늘 흩날리는 꽃잎들을 보고 다들 감탄했다.
“우와아, 진짜 예쁘다. 꼭 영화에서 본 풍경 같네.”
그렇게 느긋하게 꽃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도시락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빈은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냈다.
유부초밥, 소불고기 김밥, 크림치즈와 호두가 들어간 김밥. 그리고 과일 샌드위치.
그리고 도시락 중앙에는 계란말이가 있었다.
계란말이 위에는 당근과 무로 만든 주황색과 흰색 벚꽃잎이 있었다. 그리고 계란말이로 만든 나비까지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봄날의 신선함이 물씬 풍겼다.
“이건 거의 예술 작품인데요? 이런 도시락은 본 적조차 없어요.”
“진짜 맛있겠다……. 근데 먹기 아깝다. 근데 진짜 맛있어 보여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슬기와 유채.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까지 우빈의 도시락을 보고는 흘깃거렸다.
“우아아.”
봄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봄은 도시락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엇보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 우빈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걸 알기에 더욱 기뻤다.
도시락에는 손끝의 담긴 노력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도시락은 무척 맛있었다.
“앗! 내 음료수에 꽃잎이 들어갔어!”
슬기의 콜라에 벚꽃잎이 하나 팔랑거리며 떨어졌는데, 다들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벚꽃잎이 어찌나 많이 흩날리는지, 다들 머리 위에 벚꽃잎을 하나씩 얹어놓고 있었다.
후식으로는 유채가 준비한 새빨간 딸기를 꺼냈다. 붉은색 잘 익은 커다란 딸기는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으음, 달콤해. 진짜 맛있어요.”
“그러니까. 어? 그런데 요즘 딸기 철인가?”
원래 딸기는 봄이 제철이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한겨울에도 당도가 높은 딸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딸기 농장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가면 이만한 바구니가 있는데, 그 안에 담아오는 건 다 가져올 수 있대요!”
유채가 팔을 휘저어서 바구니의 크기를 따라했다.
“그래? 언제 한 번 가봐야겠네.”
평화로운 오후였다. 딸기는 달콤했고, 도시락은 맛있었다.
도시락의 맛있는 음식들과, 까르르 웃는 봄이.
그리고 벚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주변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보았다.
‘평화롭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어라. 둘 다 잠들었네. 피곤했나 봐.”
어느새 우빈도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봄이는 우빈의 허벅지를 베고 입을 헤 벌리고 자고 있었다.
“깨우지 말자, 우리.”
유채와 슬기가 웃었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네가 영상 편집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슬기는 불룩체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본격적으로 영상 편집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야. 유채 네가 오늘밥집이 있다는 걸 안 알려줬으면 말이야.”
그렇게 그대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고 계속 빙글빙글 방황했을지도 몰랐다.
그냥 단순히 과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영상이 재미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물론 영상 편집이라는 일이 쉽고 재밌는 일만 기다리는 건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슬기가 잘 알고 있었다.
업무 강도도 세고, 너튜브가 발달한 만큼 도전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계속 해볼 거야.”
그렇게 말하는 슬기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오, 다슬기 오늘 좀 멋있는데?”
유채가 옆에서 주먹을 꼭 쥔 손을 들어올렸다.
짠, 하고 둘의 주먹이 가볍게 맞부딪쳤다.
평화로운 가운데서 벚꽃잎이 하늘하늘 흩날리고 있었다.
* * *
“일어나셨네요. 잘 주무셨어요?”
“어…… 많이 잤나?”
우빈이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답했다.
“별로 안 잤어요. 한 삼십 분 정도? 사장님 머리 조금 뻗쳤어요. 위쪽이요.”
유채가 발랄한 목소리로 정수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고마워.”
아무래도 나무에 기대어 자다보니 머리가 눌린 모양이었다. 머리를 쓸어올리는 와중에도 눈꺼풀은 아직 무거웠다.
‘깜빡 졸았네.’
체력이 좋은 우빈이었기에 밖에서 조는 일은 도통 없었는데.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다 보니 불가항력이었다.
“사장님! 이거 받으세요.”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비비적거리던 우빈에게 슬기가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뭐야?”
슬기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었다.
우빈은 나무에 등을 기대에서 눈을 감고 있고, 봄이는 우빈의 무릎을 베고 쿨쿨 잠이 든 모습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무척 사이가 좋아보이는 모습이었다.
“둘이 너무 사이좋게 자고 있길래 하나 찍었어요. 예쁘죠?”
“응. 정말.”
우빈은 좀처럼 사진에서 시선을 뗄 줄을 몰랐다.
허벅지를 베고 자는 봄이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봄이가 예쁘게 나와서 좋았다.
“고마워.”
너무나 마음에 드는 선물에 우빈이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