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148
집밥을 너무 잘함 148화
아침에 일어나보니 펭귄 인형이 침대 밑으로 데구르르 떨어져 있었다.
봄이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펭귄 인형의 먼지를 쓱쓱 털어주고 입김도 불어주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우빈은 이미 출근을 한 것 같았다.
봄이는 펭귄 인형을 안고 일층으로 쪼르르 내려갔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우빈은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얼굴이 밝아져서는 계속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화를 끊고 화색이 된 우빈을 보고는 봄이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다.
“아빠, 모예요?”
“봄이 일어났구나!”
역시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우빈은 평소에도 봄이를 보고 활짝 웃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기분이 좋은 일이 있는 듯한 미소였다.
“이제 어린이집에 갈 수 있대! 잘 됐다, 봄아!”
“어린이집? ……아!”
봄이는 놀라서 하마터면 펭귄 인형을 또다시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어린이집이라면 지난번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곳이었다.
“우아! 정말요? 나도 이제 어린이집 갈 수 있는 거예요?”
“맞아, 봄아.”
봄이가 환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구럼 이제 글자도 배울 수 이써요? 칭구도 만나고?”
봄이는 신이 났는지 펭귄 인형의 짧은 두 손을 잡고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춤을 추듯이 돌았다.
혹시라도 전처럼 봄이가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럴 일은 없어보였다.
며칠 후.
가게 앞에 두 할머니가 서 있었다. 김씨 할머니와 정씨 할머니였다. 그리고 김씨 할머니가 헛기침을 큼큼거리다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받어. 꽃집에 갔더니 요즘은 뭐, 이런 게 유행이라네.”
인형이 가운데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꽃다발이었다.
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 할머니가 준비한 선물이었다.
“우아아! 감쟈합니다!”
봄이는 꽃다발이 마음에 드는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김씨 할머니가 픽 웃었다.
“이제 한동안 조용해지겠네.”
김씨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낮에는 종종 김씨 할머니의 떡집에 놀러와서 떡도 얻어먹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던 봄이였는데.
이제 그런 모습이 줄어든다니 조금 섭섭한 마음은 들었지만.
그래도 봄이가 친구도 더 많이 사귀고 무언가를 이것저것 배울 거라는 생각에 좋았다.
“돌봐주셔서 감사했어요. 정말 두 분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우빈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가끔 우빈의 눈이 닿지 못할 때, 김씨 할머니와 정씨 할머니가 봄이를 정성껏 돌봐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계속 죄송스러웠는데, 김씨 할머니와 정씨 할머니는 오히려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다.
“돌보긴 뭘 돌봐. 애가 얌전해서 혼자 잘 놀았는데. 우리가 봄이랑 같이 있는 게 즐거워서 그런 건데, 뭐. 아무튼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니 정말 잘 됐네.”
옆에서 김씨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뭐. 봄이는 잘할 테니까 큰 걱정은 없다만.”
꽃다발을 보면서 밝은 미소를 짓는 봄이를 보고는 김씨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어딜 가나 사랑만 받고, 밝은 미소로 지낼 수 있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봄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우웅? 할모니, 나 어디 안가요!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 사귀고, 마니 놀러올 거예요.”
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할머니의 팔에 찰싹 붙었다.
전보다는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봄이가 풍영시장을 떠나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 봄이의 말에 김씨 할머니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렇지, 그렇지.”
아이들은 금방 성장한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라서 자신을 마주보고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또 금세 커버리겠지.’
김씨 할머니가 눈을 감고 웃었다.
그래도.
옆에서 이렇게 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어이고? 왜 다들 모여있어요? 그 꽃은 뭐고?”
박길복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저 어린이집 간다고 할모니가 주셨어요!”
“아하! 꼬맹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가는구만?”
박길복이 웃었다.
“재미있게 잘 놀다와.”
“녜.”
벌써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고있는 봄이였다. 그런 봄이를 보다가 박길복이 팔꿈치로 우빈을 툭툭 쳤다.
“형씨, 걱정은 안 돼?”
“뭐가요?”
“왜, 어린 애들은 장난이 심하잖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혹시 괴롭히기라도 하면-”
하지만 박길복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봄이를 괴롭히면요?”
순간 우빈의 표정이 본 적도 없을 만큼 험악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박길복이 당황해하면서 얼른 우빈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크흠, 그냥 해본 말이야. 잘 적응하겠지.”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휴, 완전히 딸바보가 됐다니까.’
박길복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부터도 그런 조짐이 보이기는 했었지만, 이제는 거의 차원이 달랐다.
미래 사위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으로 가게에 찾아온 건 가은이었다.
“하이, 대박 사장님.”
안경에 모자를 눌러쓴 편한 차림이었다. 가은은 턱을 괴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어때? 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니까.”
“내가 다 떨려. 잘할 건 알지만.”
자신의 일이라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주제에. 봄이의 일이 되면 잔뜩 긴장을 하는 우빈을 보고 가은이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봄이가 아장거리며 둘에게로 다가왔다.
“봄아아! 오늘도 어김없이 귀엽구나.”
봄이가 나타나자 가은은 못 참겠다는 듯이 양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가방을 부스럭거려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어린이집 간다며? 축하해! 이건 이모가 주는 선물!”
“선무이요?”
그리고 가은이 가져온 선물상자는 붉은색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이 되어있었다.
봄이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물상자를 받아들었다.
하늘색 상자를 열어보자 아기 양말이 들어있었다. 양말을 보고 봄이의 눈이 커졌고, 그걸 본 가은은 후후 웃었다.
“신어봐도 대요?”
“고럼~ 봄이 입으라고 가져온 건데.”
“감쟈합니다!”
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낑낑거리며 양말을 신었다. 토끼가 그려진 양말은 봄이에게 제법 잘 어울렸다.
“우아아. 징짜 마음에 들어요!”
봄이의 뺨에 장밋빛 혈색이 돌았다. 발을 모았다 펼쳤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웬 양말이야? 고맙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은이 만족스러워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봄이 입학선물로 뭐가 좋을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실용적인 게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중에서 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게 뭘까 했거든.”
“양말도 예쁜 양말이 있는 건 몰랐네.”
양말은 그저 따뜻하고 쉽게 벗겨지지 않는 양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빈이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아하하! 앞으로 양말은 내가 챙겨줘야겠네. 다음에 또 예쁜 걸로 사올게.”
그렇게 커피를 홀짝이던 가은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악!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나 가봐야겠다.”
잠깐 선물만 주고 떠나려고 했는데, 둘과 이야기하다 보니 도통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가은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봄아, 아무튼 입학 축하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녜!”
생글생글 웃는 봄이를 본 가은이 “아휴, 귀여운 것.”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다음 스케줄을 향해 황급히 떠났다.
“마음에 들어?”
“엄청요.”
환하게 웃고 있는 봄이를 보니 우빈도 기분이 좋았다.
* * *
팝업스토어 이후로, 입소문에 힘입어 안 그래도 높았던 오늘밥집의 인기는 더욱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가게 앞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 입소문과 SNS, 각종 기사들은 오늘밥집의 인기를 계속해서 증폭시켰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긴 대기줄이 생겨났다.
그리고 오늘은 커다란 카메라가 하나 있었다.
“안녕하세요! 씽씽정보통의 손여은 리포터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너~무나 좋아하시는 바로, 이 가게에 찾아왔는데요.”
카메라 화면은 오늘밥집의 간판을 비추었고, 리포터는 대기줄에 서있는 시민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가게에 자주 오시나요?”
“그럼요. 단골이라고 할 수 있죠.”
회사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씩 웃었다.
“지금 줄이 저기 끝까지 있는데요. 혹시 이렇게 긴 줄을 기다리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야 정해져 있지 않겠어요? 당연히 맛있어서죠!”
남자가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맛도 맛이지만. 오늘밥집은 뭐라고 해야하나, 먹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에요.”
다음 인터뷰는 한 학생이었다.
“저, 저요?”라고 마른침을 삼키던 학생. 마이크가 다가오자 입을 열었다.
“저는 여기서 처음 혼밥을 시작했어요. 사실 남들이 손가락질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다들 신경 안 쓰더라고요. 그리고 음식이 맛있어서 좋았어요.”
학생은 말했다. 평소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던 그였는데, 그렇게 오늘밥집에서 혼밥을 시작하자 일이 하나씩 쉬워졌다.
워낙 소심해서 아르바이트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였지만, 이제는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아무래도 그런 추억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계속 여기로 오는 것 같아요.”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만족스러운 식사의 순간들이 매일매일 오늘밥집에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오늘밥집에서 있었던 저마다의 추억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어느 정도 방송 분량을 챙긴 리포터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혹시 메뉴 중에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추천해 주실 만한 메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질문을 받은 남자가 팔짱을 끼고는 목을 뒤로 한껏 젖혔다.
“흐음, 역시 청국장 아닐까요. 구수하면서 든든한 게, 자꾸 생각이 나는 맛이거든요.”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리포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마이크를 여자에게 넘겼다.
“옆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부대찌개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는 곳이 흔하지 않거든요.”
“다 맛있긴 하지만, 오징어덮밥이 최고입니다!”
대기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메뉴를 하나둘 입 밖으로 꺼내자 주위는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아하하. 다들 감사합니다. 저도 꼭 한번 먹어보도록 할게요. 그럼, 지금까지 현장 인터뷰였습니다!”
와글와글하는 주변을 보고 리포터는 서둘러 인터뷰를 끝냈다.
이윽고 화면은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진행자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작은 가게로 출발해 편의점 도시락, 그리고 백화점의 팝업스토어까지. 심지어는 매일매일 메뉴를 알려주는 SNS 계정까지 생기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가 말을 이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백반집처럼 보이는데요.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요? 오늘은 쿡매거진의 편집장, 황태웅 씨를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맞은 편에는 중절모를 쓴 황태웅이 앉아있었다.
“이번에 오늘밥집이 팝업스토어에서 크게 히트를 쳤는데요. 그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처음에는 맛 때문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오늘밥집의 장점은, 정말로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손님들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그런 경험을 사러 오는 거예요.”
오늘밥집의 사장이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단지 그것뿐만이었다면 이만큼 사람을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경험이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