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23
집밥을 너무 잘함 23화
“이 사장님 여자친구는 있대요?”
“애도 있드라. 그것도 요정도 되어 보이는 애. 엄청 귀엽던데? 줄 설 때 같이 번호표 나눠주던데.”
“아, 정말요……?”
이 과장이 자신의 허리 정도에 손바닥을 흔들었다. 그러자 정 주임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봄이의 이야기였다. 김성훈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둘에게로 성큼 다가섰다.
“후후후. 귀엽죠? 보기만 해도 반해 버릴 것 같죠? 이름은 봄이라고 합니다.”
“봄이……? 그게 애기 이름이에요? 김 대리님, 이 가게 가본 적 있어요?”
이야기 도중에 끼어들었지만 워낙 사교적인 김성훈이었기에 큰 반발은 없었다.
‘가게에 가본 적 있냐고?’
김성훈이 픽 웃었다.
있다마다. 김성훈은 자신이 얼마나 오늘밥집에서 사장과 친하고, 봄이와도 친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뭐…… 그렇죠.”
뚫어져라 영상을 보던 정 주임이 끝내 소리쳤다.
“으아아. 저 더는 못 참겠어요. 만두! 오늘 저녁은 여기 만두 먹을 거예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어요.”
활활 의지가 불타오르는 정 주임을 보고는 이 과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셋이 다 같이 저녁 어때? 조금 멀긴 해도 택시 타고 가면 갈 만한 것 같은데.”
“콜!!”
그리고, 같은 시각. 자신의 혼삿길이 실시간으로 막히는 줄도 모르고, 우빈은 열심히 양파를 채 썰고 있었다.
* * *
“오늘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정 주임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일단 기다려 보자고.”
오늘밥집의 가게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유채가 쪽지에 숫자를 적은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고, 사람들은 가지런히 줄을 섰다.
줄이 길게 서 있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또 힐끔거리면서 호기심에 모여들었다.
“저기요. 이거 뭔데 줄이 이렇게 서 있어요?”
“여기가 만두 맛집이래요. 너튜브에 나왔는데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요?”
질문한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다가가서는 속삭였다.
“그렇다는데? 어차피 우리도 슬슬 저녁 먹으려고 했잖아. 여기서 한 번 먹어볼까?”
“그렇게 맛있나?”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두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에 줄에 합류했다.
“세 분 안쪽으로 들어오실게요!”
김성훈 일행은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가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우빈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 성훈 씨 오셨네요?”
그 모습을 본 정 주임이 김성훈의 어깨를 툭툭 치며 소곤거렸다.
“와아! 사장님이 이름도 아시고. 김 대리님 진짜 단골인가 봐요.”
“어머, 웬일이야. 성훈 씨 알고 보니 되게 트렌드세터였구나?”
김성훈을 보고 아는 체하는 우빈을 보고는, 김성훈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하하,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올라간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몰랐다.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이 메뉴판을 보았다.
“만두! 무조건 만두! 결코 만두!”
“알았으니까 좀 진정해, 은정 씨. 은정 씨는 만두고. 그럼 성훈 씨는요?”
“결코 만두!”
“어휴, 관두자. 내가 말을 말지.”
이 과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유채가 쪼르르 달려갔다.
“주문하시겠어요?”
“만두가 인당 두 개씩인 거죠? 그럼 저희 만두 여섯 개랑 떡볶이 2인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채가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주문을 받았다.
“그래서, 성훈 씨. 여기가 그렇게 맛있어? 이 긴 줄을 기다릴 만큼?”
장장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 재잘거리는 두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기다린 시간이 짧아졌기에 망정이지. 퇴근 후에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까지 기다릴 만한 보람이 있을까?
김성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드셔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채가 접시 하나를 가지고 왔다. 유채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이 말했다.
“사장님이, 이건 단골분이라고 서비스래요!”
“어머머! 맛있겠다! 잘 먹을게요. 세상에, 성훈 씨 덕에 이런 것도 먹네.”
“우와, 감사합니다!”
한편 김성훈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감격한 얼굴로 두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우빈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단골이라고 챙겨주다니.
“사장님!”
“네, 성훈 씨.”
“앞으로 회사에서 야근하게 되더라도 저녁도 굶고 올게요! 식사는 무조건 오늘밥집! 포장하러 오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언가 한마디 하려던 우빈이, 감동으로 눈을 글썽이는 김성훈을 보고는 뺨을 긁적였다. 김성훈의 직장 동료들도 있는 자리니.
우빈은 그저 싱긋 웃고는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평생 단골 해야지……!’
서비스로 나온 것은 바삭바삭해 보이는 군만두였다.
바사삭! 군만두의 껍질이 소리를 내면서 입안에서 부서졌다.
“앗뜨, 아뜨뜨.”
뜨겁다고 소리를 치면서도 누구도 음식 씹는 것을 멈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에 들어있는 당면. 바삭바삭한 만두피가 부서지면서 그 안에서 촉촉하게 흘러나오는 육즙. 감미로운 맛을 느끼면서 당면을 끊는 기분이 끝내줬다.
‘……뭐야? 군만두가 이렇게 맛있어도 돼?’
바삭바삭한 만두를 먹으니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군만두가 이렇게 맛있으면 다른 건 또 얼마나 맛있을까?
그리고 잠시 후에 만두와 떡볶이가 나왔다.
‘후아.’
절로 탄성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뽀얀 국물에 보기만 해도 든든해 보이는 커다란 만두가 알차게 그릇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을 장식하는 새빨간 떡볶이. 고춧가루가 가득해 보이는 떡볶이는 얼른 먹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색을 하고 있었다.
“꺄아아! 나왔다!”
“빨리 먹자!”
“잘 먹겠습니다!”
김성훈이 그 모습을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떡볶이를 집중해서 먹기 시작했다.
* * *
잠시 여유가 생긴 우빈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약 이십여 명.’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던 우빈을 누군가 잡아 세웠다.
“저분이 사장님인가 봐? 대박. 영상에서 보니까 칼솜씨가 장난 아니던데.”
사람들의 칭찬에 부끄러워진 우빈이 후다닥 주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우빈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남은 재료를 확인했다. 만두는 예상했던 분량이라 괜찮았는데, 떡이랑 어묵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
‘이거라면 조금 부족한데.’
“슬기야. 가서 밀떡 좀 더 사올래? 나가서 위쪽으로 쭈욱 가면 소담떡집이라는 곳이 있어. 거기 가서 오늘밥집에서 왔다고 말하고, 양은…….”
우빈이 흘긋 남은 재료를 쳐다보았다.
“혹시 모르니까 넉넉하게 4kg 정도 부탁해.”
“네!”
재료가 소진되었다고 말하고 남은 손님들을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우빈이 못내 미안할 것 같았다.
“뺘아!”
“봄이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긴, 봄이가 길을 잘 아니까.’
번쩍 손을 드는 봄이를 보고 우빈이 강슬기한테 봄이를 맡겼다. 거의 매일을 우빈과 같이 정육점에 들르기 때문에 길은 잘 알 것이었다.
“혹시 모르겠으면 봄이에게 물어보고. 봄이가 길을 알려줄 거야.”
“알겠습니다!”
다시 요리하려 돌아가려던 우빈이 잠시 생각하더니 강슬기에게 말했다.
“그리고, 오는 길에 그것도 같이 사올래?”
잠시 후.
“뺘아.”
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가게로 아장아장 들어섰다. 걸어가는 모습을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강슬기가 양손에 밀떡을 사왔다.
“사장님, 여기 밀떡 사왔어요.”
“고마워. 무겁지는 않았어?”
“이 정도는 전혀요! 봄이도 업고 와도 여유 있었을걸요? 그리고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도 사왔어요. 근처 편의점에서 다 돌면서 있는 거 쓸어왔어요.”
강슬기에 이어 유채도 편의점에서 돌아왔다. 급하게 달려온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잘했어. 그럼 바로 유채랑 같이 손님들한테 나눠줄래?”
“네! 알겠습니다!”
강슬기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바글바글. 줄은 여전히 길었다.
“어우, 그런데 오늘 좀 춥지 않아?”
기다리던 사람이 외투를 꽉 저몄다.
봄이었기에 얇은 외투를 입고 온 것인데, 아직 저녁에는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급기야 부들부들 떨던 사람 중에서는 긴 줄과 찬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줄을 이탈하는 사람도 생겼다.
“야, 안 되겠다. 더는 못 기다리겠어. 다음에 다시 오자.”
“벌써 삼십 분이나 기다렸는데 가자고?”
남자는 투덜거리면서도 일행을 따라 떠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커플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많이 추우시죠? 기다리시는 동안 이거 하나씩 받으세요.”
유채가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유채가 나누어주는 물건은 아까 편의점에서 사온 따뜻한 캔커피였다.
손님들이 기다리면서 추울까 봐 우빈이 부탁한 음료였다.
착, 착.
유채 뒤에서 봄이가 튀어나오더니 캔커피를 하나씩 내밀었다. 그런 봄이를 보고 사람들은 몸을 살짝 숙이며 봄이와 눈을 마주쳤다.
“어머, 귀여워라! 아빠 도와주는 거야?”
“뺘아아.”
“어쩜 착하기도 하지. 잘 받을게, 고마워!”
봄이가 활짝 웃자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사람들은 호호 웃으면서 고사리 같은 봄이의 손에서 캔커피를 하나씩 받아갔다.
캔커피와 함께 순식간에 분위기가 포근하게 바뀌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따뜻한 캔커피를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로 얼은 손을 녹였다.
“아아, 마시니까 훨씬 낫다. 이 집 좀 센스 있는데? 안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추워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는데 말이야.”
“진짜! 들고만 있어도 따뜻해.”
순식간에 오들오들 떨던 사람들의 체온이 올라갔고,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다시 차분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봄이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강슬기가 떡볶이 위에 붙여놓았던 ‘재고 소진’이라 적힌 종이를 떼버리자,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물었다.
“어? 떡볶이 다시 주문할 수 있는 거예요? 먹고 싶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서 소진돼서 아쉬웠는데.”
“네! 주문하시면 됩니다! 메뉴 어떻게 하시겠어요?”
슬기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도 만두 그거랑, 떡볶이 좀 하나 시킬까?”
“좋아. 부족하면 더 시키자.”
커플은 그렇게 주문을 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마터면 떡볶이는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러게 말이야. 어떤 맛일지 진짜 기대돼.”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로 배달된 만두를 보고 커플이 침을 꿀꺽 삼켰다.
“와, 방금 봤어? 대박. 만두 엄청 크다!”
“그러니까. 완전 맛있어 보여.”
만두 찌는 냄새가 가게에 솔솔 퍼졌다. 기대감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주문하신 만두랑 떡볶이 나왔습니다.”
남자가 먼저 크으 하고 감탄을 터트렸다.
“헐, 진짜 맛있다……. 더 먹고 싶다.”
만두는 불룩체인이 인증한 만큼 말할 것도 없었다.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떡볶이까지. 옆에 놓인 단무지의 새콤한 맛에 또다시 입맛이 돌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를 쳐다보니, 웬걸. 만두의 반이 남아 있었다.
혹시 입에 안 맞는 걸까?
남자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자기야, 왜 그래? 맛이 별로야?”
“그게 아니라…….”
여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숟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그게 아니라? 왜, 무슨 일 있어?”
그러더니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소리쳤다.
“……아까워서 못 먹겠어!”
여자가 계속 만두가 든 숟가락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우리 내일 또 오자.”
끄덕끄덕.
못내 남는 아쉬움에 그릇을 빤히 쳐다보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맛있다.”
“그치, 그치? 와, 나도 만두는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거든? 아니네. 여기는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