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31
집밥을 너무 잘함 31화
“……깜빡했어.”
담담하게 말하는 이소현.
우빈이 메밀 김밥 한 줄을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먹으라고. 모양은 좀 그런데 보기보다는 맛있어.”
“이렇게 먹으면 너 모자라잖아.”
“나도 이미 한 줄 먹었어. 애들한테 한입씩 달라하지, 뭐.”
거절하기에는 메밀 김밥에 호기심이 갔다. 도대체 무슨 맛일까?
게다가 꼬르륵거리며 배도 고팠다.
도시락을 받아든 이소현. 그리고 옆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가 혀를 내밀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우우, 강우빈이랑 이소현 둘이 사귄대요! 사귄대요.”
“시끄러!”
그렇게 우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벌떡 일어서서 친구들에게 넉살 좋게 김밥을 한 입씩 얻어먹었다.
이소현이 물끄러미 메밀 김밥을 쳐다보다가 손을 가져다댔다.
특이하게 생긴 김밥이라 처음에는 장난치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빈의 성격상 그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우물우물.
‘맛있다.’
오이와 당근이 아삭아삭 씹히면서 상큼한 맛이 났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참기름도 들어가 있어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맛이었다.
‘면인 것 같긴 한데 무슨 면이지? 소면인가?’
이소현이 잠시 김밥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입안에 넣었다.
살짝 짭조름하게 간이 된 면이 포슬포슬 부드러운 계란 지단과 어우러져서 술술 넘어갔다.
이소현이 힐끗거리며 멀리 있는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은 다른 아이들 옆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 우빈을 보던 그녀. 잠깐 본다는 것이 그만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우빈이 싱글거리며 웃자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그만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계속, 맛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반이 갈라졌다.
우빈이 남중에 갔다는 소식만 듣고, 이후로는 연락처도 없어서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김밥을 먹을 때마다 종종 생각이 났다.
김밥을 건네주었던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러던 와중에 즐겨보던 너튜브 영상에 우빈이 보였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확실히 가게에 찾아와 얼굴을 보자 알 수 있었다.
“그때 그 김밥 참 맛있었는데. 이게 같은 음식이었구나. 몰랐어, 조금 이상한 김밥이었던 것만 기억나거든.”
이소현이 김밥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웠다.
“그랬구나. 그때 먹은 게 메밀 김밥이었구나.”
“너무 옛날이긴 하지. 맛있었다니 다행이다.”
“왜?”
“그때 그 김밥, 내가 만든 거거든.”
“정말로? 그때부터 요리를 잘했구나.”
이소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후로 둘은 즐겁게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분식집부터 엄했던 도덕 선생님까지.
우산과 메밀 김밥 말고는 큰 접점은 없었지만, 그때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둘은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이소현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가게에는 불룩체인의 사인이 붙어있었다. 뚫어지게 사인을 쳐다보면 이소현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사인이 있으면 가게에 도움이 되나?”
“그런 것 같아. 팬분들이 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보고 호기심이 든다고도 하더라고.”
예전에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때는 유명 남자 아이돌이 한 번 방문했는데, 한 달 내내 남자 아이돌의 팬으로 예약이 꽉 찼던 기억이 있었다.
“종이 있어?”
“무슨 종이?”
“그냥, 나도 사인 남기고 싶어서. 잘 먹고 갑니다, 이런 느낌으로.”
이소현이 후후 웃었다.
“그래, 그럼.”
우빈은 조금 의아해했지만, 예전부터 엉뚱한 모습이 있던 이소현이었기에 별 의심 없이 종이를 넘겼다.
이소현은 능숙하게 매직펜으로 사인을 그렸다.
제법 화려한 사인에 우빈이 오, 하고 놀랐다. 끝에는 하트까지.
그런데 문득 이상한 것이 보여 우빈이 물었다.
“가은? 가은이 뭐야? 너 이소현이잖아.”
우빈의 질문에 이소현이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내 닉네임.”
“게임 닉네임?”
“음…… 비슷해.”
이소현은 제법 화려해 보이는 사인을 우빈에게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먹고 간다, 우빈아. 그리고……. 고마워.”
“무슨 소리야. 일부러 가게까지 찾아와 주었는데 내가 고맙지. 또 와, 다음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줄게.”
“응. 시간 있으면 또 올게.”
이소현이 미소를 짓고 떠났다.
그리고 돌아온 강슬기가 가게 문에 서서는 들어오지 않고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헐. 사장님. 방금…… 방금 아니죠?”
“뭐가 아니야?”
“가은이요!”
“응? 방금은 내 중학교 동창이야. 이소현.”
“아닌데, 맞는데…….”
강슬기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토독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손가락을 두드리던 강슬기가 입을 크게 벌렸다.
“맞네, 맞아! 사장님, 방금 나간 사장님 동창이 가은 맞아요! 본명이 이소현이래요.”
강슬기가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소현의 사진이 있었다.
“아는 사이예요?”
강슬기가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어, 동창인데…….”
“가은이잖아요! 요즘 완전 대세인 드라마 배우요!”
“어, 어……? 배우라고?”
당황하는 우빈. 그리고 슬기가 그걸 보고 답답한 듯이 말했다.
“저번부터 연예인 모르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가은을 몰라요? 로 완전 첫사랑 이미지로 유명한 배우잖아요!! 다음에 오면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아깝다, 가은인 줄 알았으면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할걸.”
슬기가 잔뜩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게 유명한 배우였다고?’
우빈이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한편, 이소현은 포장해 온 메밀 김밥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렇구나. 이게 그때 그 김밥이었구나.’
“어, 뭐야? 웬 김밥?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오전 촬영이 있는 날에는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부터 미용실에 가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해야 했다.
때문에 24시간 열려있는 김밥집이 주식이었던 것이다.
또 이동하는 밴 안에서 먹기 편했기 때문에 매니저가 자주 김밥을 사오고는 했다.
“그러니까요. 김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네요.”
“?”
매니저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소현이 굳이 더 설명하지는 않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토도독. 이소현이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며칠 후.
“사, 사장님! 이것 좀 보세요! 이거 사장님이 만드신 김밥 아니에요?”
슬기가 잔뜩 호들갑을 떨면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별스타에 이소현이 올린 메밀 김밥이 올라갔다.
‘내 최애 김밥!’
메밀 김밥과 함께 한쪽 눈을 감고 가볍게 손하트를 하는 이소현의 사진.
-언니 너무 예뻐요!! 머리스타일 바꾼 것도 완전 잘 어울려요ㅠㅠ 언니도 김밥 맛있게 먹고 오후도 화이팅
-Gaeun♥ sooo pretty!!
-누나 이뻐요 사랑해요
ㄴ@qfwoji23 박진우 여기서 뭐하냐
그리고 사진 속 김밥이 또다시 오늘밥집에서 만든 메밀 김밥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환호했다.
-여기 저번에 불룩체인이 갔던 가게라며? 가은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먹잘알이네;
-가은 김밥 먹어본 내돈내산 솔직후기!
이소현의 선전과 함께 우빈이 파는 김밥은 가은 김밥이라 이름이 붙고, 한동안 날개를 단 듯이 많이 팔렸다.
가게 벽에 붙여진 이소현의 사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재밌나?’
‘으음.’
우빈은 퇴근 후에 이소현이 나온 로맨스 드라마를 보았다. 끝까지 보긴 했지만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소현이 앞으로도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소현이 올린 메밀 김밥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 * *
“여기, 메밀 김밥 두 줄이요.”
“네, 메밀 김밥 두 줄 맞으시죠? 주문받았습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다시 바빠진 가게였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슬기가 도와주고 있었다.
“슬기 너, 이렇게 아르바이트만 해도 괜찮겠어? 나야 도움이 되니까 고맙지만…….”
아르바이트 시급이야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었지만서도 우빈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요. 저녁 시간에 잠깐 오는 건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영상 편집하고, 학교 수업 듣고, 과제 하고……. 몸 움직이니까 좋아요.”
슬기가 씩 웃으면서 팔을 빙빙거리며 휘저었다.
점심 장사가 끝난 이후에 어깨를 통통거리는 슬기.
그리고 봄이가 다가와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슬기의 팔을 주물러 주었다.
“우와아, 봄이가 언니 안마해 주는 거야? 고마워!”
팔을 주물럭거리던 봄이를 본 슬기가 봄이를 와락 껴안고는 볼을 부비적거렸다. 그러자 봄이가 손으로 슬기를 밀어내며 말했다.
“시져.”
점심 장사도 끝났겠다. 메밀 김밥도 넉넉하게 수량이 남았기에, 우빈은 곧바로 셋이 먹을 음식 조리에 들어갔다.
‘조금 매콤한 걸로 먹을까.’
슬기에게 봄이를 맡기고 우빈은 혼자 정육점에서 닭을 사왔다.
오늘의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감자는 큼직하게 썰었다.
우빈은 닭이 든 스텐 볼에 우유를 들이부었다. 닭고기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에 우유에 담갔던 닭을 꺼내서 다시 깨끗하게 세척해 주었다.
프라이팬에 닭을 넣고 아까 썰어놓은 대파를 같이 볶아주었다. 그다음에는 생마늘. 마늘을 볶아주자 알싸한 마늘향이 올라왔다.
살짝 구워 닭고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올 때 즈음.
이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넣어주었다.
보글보글. 닭볶음탕이 익는 냄새가 나자 봄이가 다가왔다.
“마시써.”
“아직 먹지도 않았잖아.”
“웅.”
고개를 끄덕이는 봄이를 보고 슬기가 옆에서 웃었다.
“그럴 때는 맛있겠다, 라고 하는 거야, 봄아.”
“게따.”
기름이 튈 수도 있어 위험했기 때문에 슬기가 봄이를 프라이팬으로부터 멀찍이 떼어놓았다.
설탕을 한 큰 술 넣고, 그다음에는 양념을 넣어주었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를 넣고는 이십 분 정도 끓여주었다.
펄펄.
냄비에 물이 끓는 소리와 함께 닭이 맛있게 익어갔다.
자칫하면 당근이나 감자가 부서져서 국물이 지저분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빈은 조심스럽게 타지 않을 정도로만 주걱으로 뒤적였다.
추가로 청양고추를 썰어서 넣어주었다.
“떡사리도 좀 넣을까?”
“헐, 완전 좋아요!”
“마시써!”
둘의 열렬한 반응에 우빈이 픽 웃은 다음에 쌀떡을 물에 깨끗이 씻었다.
그다음에 쌀떡을 넣어주었다. 떡에도 양념이 배일 만큼 시간이 지난 후. 마지막으로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어주고는 마무리했다.
우빈이 냄비 째로 닭볶음탕을 들고 왔다.
“뜨거우니까 안 데이게 조심해야 돼.”
“네엡!”
“녜!”
씩씩하게 대답하는 두 사람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이 자작하니까 닭볶음탕을 보고 둘이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고 있었다.
“봄이는 뜨거우니까 식혀서 먹어.”
“우웅!”
우빈이 큼지막한 감자를 봄이의 앞에 덜어주었다.
봄이는 빨리 먹고 싶은지 감자를 후후 입으로 불었다.
한편 슬기는 앞접시에 놓인 닭을 젓가락으로 살을 갈랐다. 살이 잘 익었는지 부드럽게 살이 발라졌다.
야들야들한 살을 슬기가 젓가락으로 양념을 다시 한번 푹 찍어서는 입안에 넣었다.
“와아, 와!”
슬기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는 눈을 꽉 감았다.
살코기가 탄력 있으면서도 쫄깃했다.
“진짜 맛있어요. 양념이 안에까지 밴 것 같아요.”
다음에 슬기가 집은 건 닭다리였다. 잠깐 젓가락을 들더니 슬기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하도 심각해 보이는 표정에 우빈이 물었다.
“사장님. 혹시 비닐장갑 써도 돼요? 이건 젓가락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살이 통통한 닭다리.
슬기는 비닐장갑을 얼른 받아서는 닭다리를 야무지게 물어뜯었다.
마늘을 듬뿍 넣어 마늘향이 담겨있는 국물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코기를 찍어먹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슬기가 또다시 감탄사를 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계속해서 “후후.”하고 입김을 불던 봄이도 포크로 감자를 반으로 갈라서 먹었다. 포슬포슬한 감자는 약간 매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우움!”
봄이도 감자를 우물거리면서 눈빛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