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32
집밥을 너무 잘함 32화
쌀떡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어묵을 베이스로 하는 떡볶이와는 달리, 닭고기가 든 양념이 흠뻑 배인 떡은 먹어도 먹어도 부족했다.
셋이 한참을 그렇게 먹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우빈이 소매를 걷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제 우동사리를 넣어볼까?”
“좋아요!!”
“뺘아!”
우빈은 얼른 물을 끓여 우동면을 데쳤다. 이 인분 면을 넣으려던 우빈은 생각을 바꾸었다.
‘슬기가 있으니까 하나 더 넣는 게 좋겠지.’
넉넉하게 면을 데친 다음에 물기를 체로 빼주었다.
그렇게 데친 우동면을 불 세기를 조금 올려서는 빠르게 볶아주었다.
탱글탱글하게 닭볶음탕의 양념이 밴 우동면. 봄이도 슬기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빠르게 면을 집어삼켰다.
잠시 후.
모두들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다들 배가 불러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다. 입가는 기름으로 번들번들했다.
“사장님, 오늘도 진짜, 진짜 맛있었어요!”
“마시써, 아브아.”
둘의 웃는 모습을 보고는 우빈도 빙그레 웃었다.
* * *
때는 어느 날 오후였다.
“어, 됐다, 됐다!!”
우빈이 휴대폰으로 날아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는 소리쳤다.
-축하합니다. 금해년도 주말농장에 당첨되셨습니다. 경작대금을 아래 지정 계좌로 입금하여 주십시오.
어느덧 커진 브로콜리는 가게 바깥으로 내쫓은 상황이었고, 가끔은 길고양이에 의해 브로콜리가 조금 뜯어먹히기도 했다.
봄이가 그에 꽤 불만을 가진 상태였는데.
때마침 주말농장에 당첨되었다니 우빈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빈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층으로 달려갔다.
“봄아, 봄아! 우리 주말농장 당첨되었어!”
“우웅? 농쟝?”
봄이가 농장이 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명보다는 직접 가보는 게 빠를 것이다.
“지금 바로 가볼까?”
* * *
“우와, 넓다!”
“뺘아!”
텃밭은 걸어서 이십 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
‘이 정도면 봄이 데리고 올 만하겠다.’
너무 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경사로도 아닌 평지였다.
여기저기에 자신의 구역임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었고,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듯 ‘체험농장’이라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팻말도 보였다.
‘어디 보자, A-27, 27이……. 여기구나.’
경쟁률이 높은 만큼 텃밭은 잘 관리되어 있었다. 조금만 정리하면 바로 작물을 심을 수 있는 상태로 보였다.
“봄아, 이제 여기가 우리 땅이야. ……일 년간은.”
“땅?”
“응. 채소나 과일같이 봄이가 좋아하는 걸 잔뜩 키우자.”
봄이는 우빈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었다.
“땅 죠아!”
그리고 옆에는 비닐하우스 화원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우빈이 씩씩하게 인사하면서 화원에 들어갔다.
‘우선은 브로콜리를 옮겨심어야 하니까.’
모종삽과 물뿌리개를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씨앗을 살 차례였다.
“종류가 많네. 어떤 걸로 살까?”
씨앗은 팩에 담겨 있었다. 상추, 옥수수, 무순. 그리고 루꼴라나 콜라비 같은 씨앗도 팔고 있었다.
봄이는 물끄러미 씨앗이 담긴 팩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우빈은 봄이에게 물었다.
“봄아, 뭐가 좋아? 채소 말고도 예쁜 꽃 같은 것도 있어.”
한참을 고민하던 봄이는 수박과 호박 모종을 골랐다. 아무래도 사진에 있는 동그랗고 커다란 모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요.”
화원 주인이 인자하게 웃으면서 모종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둘은 씨앗과 물뿌리개, 삽을 가지고는 다시 밭으로 돌아왔다.
봄이는 삽을 들은 채로 열심히 우빈의 설명을 들었다.
“잡초는 이렇게 뽑아주고, 삽으로 흙을 퍼서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야.”
“웅.”
“이렇게 딱딱한 돌이 있으면 골라내 주고. 알겠지?”
“웅!”
봄이가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빈은 잠시 봄이가 돌을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봄이는 오른손으로 삽을 쥐어서는 밭을 콩콩 찧어댔다. 그리고 돌이 발견되면 하나씩 돌을 손으로 집어서 빼냈다.
“잘 하네!”
“구래?”
우빈의 칭찬에 봄이가 히, 하고 웃었다. 봄이가 그렇게 흙에서 자잘한 돌을 골라내는 동안 우빈은 가게에서 가지고 온 브로콜리 모종을 꺼냈다.
‘우와, 진짜 커졌네.’
이제는 제거해야 할 만큼 곁순이 우렁차게 자라나 있었다.
큰 삽으로 브로콜리를 심을 공간을 만들어준 우빈.
‘후, 이것도 생각보다 힘드네.’
브로콜리를 심어주고는 다시 봄이에게 다가갔다.
“어디, 봄이. 잘하고 있었……”
우빈이 순간 말을 멈추었다.
봄이가 있던 구역은 돌과 잡초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프로 농사꾼!
우빈이 그런 봄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봄이가 “흠흠.”하고 헛기침을 하면서 손을 허리춤에 가져갔다.
“어디 보자. 우와, 사장님 솜씨가 아주 좋으신데요?”
텃밭 관리인이 다가와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제가 한 게 아니라 봄이가 한 겁니다.”
관리인은 우빈이 농담을 던졌다고 생각하면서 크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 저렇게 작은 꼬마 아가씨가 이렇게 꼼꼼하게 다 작업했다고요? 농담도 잘하셔. 이야, 그나저나 사장님은 진짜 농사꾼 해도 되겠어. 흙이 무슨 비료를 뿌린 것처럼 반짝반짝해요.”
관리인이 우빈의 등을 펑펑 두드리면서 웃었다.
봄이가 한 일로 대신 칭찬을 받는 기분이 이상했다. 우빈은 뺨을 긁으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 * *
일주일 후 다시 찾아간 주말농장.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브로콜리는 쑥쑥 자라있었다.
저번 주만 해도 조그마했던 꽃봉오리는 이제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커져 있었다.
‘이젠 안 되겠다.’
우빈이 결심한 듯 봄이에게 다가섰다.
“봄아.”
“웅?”
쪼그려 앉아서 새싹을 구경하던 봄이가 고개를 돌렸다.
“브로콜리를 슬슬 먹어야 할 것 같아. 오늘 수확하자.”
“시져!”
봄이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우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빈은 조금 강경책을 쓰기로 했다.
“봄이 너, 우유 좋아하지?”
“웅.”
“치즈도?”
“……웅.”
봄이는 우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을 치켜뜨고 쳐다보았다.
“브로콜리를 잘게 갈아서 치즈랑 우유랑 녹여서 수프랑 먹으면 아주 따뜻하면서도 고소해서 맛있어.”
꿀꺽.
우빈의 설명에 봄이가 저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흘렀다.
그래도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시져.”
“봄이가 먹지 않으면 브로콜리는 아마 썩을 거야. 그것보다는 봄이가 맛있게 먹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열매를 따도 다음에 또 자라거든.”
“웅?! 여매?”
“응. 새로운 열매가 나와.”
봄이가 눈을 번뜩 떴다.
“구럼 머글래!”
봄이가 빙그레 웃었다.
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물뿌리개를 집었다. 그러고는 씨앗에 물을 열심히 주었다.
* * *
가게로 돌아온 우빈은 우선 브로콜리를 잘게 썰었다.
그러고는 양파를 채를 썰었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브로콜리를 짧게 데쳐주었다.
팬에 버터를 볶자 녹으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위에 아까 썰어놓은 양파를 볶았다.
양파가 버터를 머금어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때 즈음, 우빈은 밀가루와 우유를 넣어주었다.
다음에는 아까 잘랐던 브로콜리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줄 차례였다.
‘최대한 형태가 안 보이는 것이 좋겠지.’
믹서기에 간 브로콜리와 생크림을 우유가 들어있는 팬에 넣어서 가볍게 끓였다.
너무 센 불에 오래 끓이면 우유의 수분이 증발되어 꾸덕꾸덕해지기 쉽기 때문이었다.
후춧가루와 치즈를 살짝 뿌려 마무리해 주었다.
‘다음에는 이거.’
우빈이 식빵을 꺼냈다.
토핑으로 함께 곁들일 식빵 크루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른 팬에 버터를 녹이고 그 위에 큐브모양으로 자른 식빵을 튀기듯이 바싹하게 구워주었다.
완성된 식빵 크루통을 스프 위에 올려주었다.
은은한 연녹색빛이 도는 브로콜리 수프와 그 위를 장식되어 있는 크루통.
봄이가 물끄러미 다가와서는 물었다.
“……부로코리?”
“맞아.”
봄이가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후룩.
수프를 떠먹은 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생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수프를 먹어서인지 눈에 이채가 돌았다.
“……마시따.”
봄이가 브로콜리 수프를 보고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우빈도 같이 브로콜리 수프를 먹어보았다.
바삭바삭한 크루통과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넘김이 좋은 따뜻한 수프는 아침으로 먹기에 아주 좋았다.
“아브아. 마시써. 내이도 요거.”
“내일도 브로콜리 수프 만들어줘?”
“웅.”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부아. 농쟝 죠아.”
“그래?”
“웅!”
봄이가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주말농장을 신청하길 잘했다고 우빈은 생각했다.
* * *
오늘 가게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한태호였다.
“안녕하십니까.”
“아휴. 오늘은 앉을 자리가 있네요? 사람이 계속 바글바글해서요.”
한태호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한참 불룩체인 만두붐이 꺼졌다 싶더니만, 다음에는 가은 김밥이 휩쓸고 간 오늘밥집이었다.
드문드문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은 있었지만, 다행히 한태호가 앉을 자리가 있을 정도로는 여유가 있었다.
우빈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조금 바쁘기는 했네요. 그래도 따님께서 도와주셔서 살았어요.”
“안 그래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둘이 무슨 너튜브를 했다면서요? 사장님께 민폐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머쓱해하는 한태호를 보고 우빈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전혀요! 오히려 가게 홍보도 되었는데 가게 일까지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데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다행이지만요.”
한태호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면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꽁치로 드릴까요, 돼지로 드릴까요?”
“아이고. 고를 수 있습니까? 둘 다 맛있겠는데 어쩌죠, 하하.”
푹 익힌 꽁치가 들어있는 꽁치 김치찌개가 얼마나 별미인지. 길쭉길쭉한 통조림 꽁치를 밥 위에 올려 먹으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김치찌개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야말로, 부드러우면서도 국물 맛이 가득 배어있어서 갓 지은 쌀밥과 잘 어울릴 테니.
어느 쪽을 골라야 하나.
차라리 맛을 모르면 쉽게 고르기라도 할 텐데,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딱 지금 한태호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태호가 잠시 “으음.”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돼지고기로 주세요.”
“네, 금방 만들어드릴게요.”
돼지고기 삼겹살.
기름이 보다 적은 앞다릿살로 만들어도 맛있지만, 지방이 녹진하게 녹아있는 진한 국물의 김치찌개를 만들려면 삼겹살이 제격이었다.
우빈은 냄비에 돼지고기를 볶아주었다.
그다음에는 쌀뜨물을 돼지고기가 잠길 만큼 부어주었다.
보글보글거리며 냄비에 있는 물이 금방 끓어올랐다.
끓일수록 고기에 있는 지방이 물에 녹아들어 더 맛있어진다.
적당히 잘 익은 신 김치와 새우젓 한 큰 술을 넣었다.
두부는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주었고, 색감을 위해 홍고추과 청양고추를 어슷하게 썰어주었다.
이십 분 정도 푹 익힌 고기를 확인하고는 우빈은 냄비에 김치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
이후에는 매콤한 맛을 위해 고춧가루도 넣어주었다.
마지막으로는 한식에서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는, 대파와 홍고추, 청양고추를 모두 넣어 십 분 정도 보글보글 끓였다.
“주문하신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나왔습니다.”
“이야, 역시 강 사장님이네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잘 먹겠습니다!”
후룩.
한태호가 얼른 숟가락으로 김치찌개 국물을 한입 들이켜 보았다.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면서도 혀가 아릿한 맛이었다.
“와아, 맵네요!”
금방이라도 땀을 뻘뻘 흘릴 것만 같은 매콤한 맛에 한태호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사장님이 매운 걸 좋아하시니까요.”
적어도 주에 두 번씩 찾아오는 한태호였기에 이미 그가 매운 맛을 선호한다는 건 잘 아는 상태였다.
“크으, 속이 탁 풀리는 맛입니다. 일만 아니었어도 이 김치찌개랑 소주 하나 먹으면 딱이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