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38
집밥을 너무 잘함 38화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이것도 맛있긴 한데······.’
하지만 정신없이 알칼국수를 흡입하고 있는 여자를 보고는 도저히 돌려달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미안, 오빠.”
“미안한 건 아는구나. 맛있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절반 정도 뺏겼을 때쯤에 곧바로 알칼국수를 하나 더 시킬걸.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고는 여자가 머쓱한 표정으로 헤헤 웃었다.
“어어엄청. 우리 내일 여기 또 오자.”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장희찬과 우빈이 가볍게 손뼉을 마주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얼마 후.
신메뉴, 매콤알칼국수와 함께 장희찬의 칼국수집은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오늘은 화제의 맛집 장땡칼국수집에 와보았는데요~!”
발랄한 목소리의 BJ들도 장희찬의 칼국수집을 찾았다.
봄이에게는 알칼국수가 너무 매울 것 같아서 일반 칼국수를 시켜주었는데, 알칼국수가 궁금한지 기웃거렸다.
“한입 먹어볼래?”
역시나 봄이에게는 너무 매웠던 모양이었다.
국물을 먹어보더니 한참을 혀를 내밀고 있었다.
후루룩.
“와.”
우빈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역시 직접 손으로 반죽한 칼국수면이 더해지니 맛은 더할 나위 없었다.
알집이 어찌나 푸짐하게 위에 얹어져 있는지 젓가락으로 한 번 휘저어야 밑에 있는 칼국수면이 보일 정도였다.
후룩.
얼큰한 맛의 벌건 국물을 들이켜고,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또 칼국수를 후루룩 먹었다.
우빈만 만족한 것이 아닌 듯, 다른 사람들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칼국수는 모두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우빈이 빙그레 웃었다.
장희찬이 우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빈아. 진짜, 진짜 네 덕분이야.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라.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지?”
가게를 왔다갔다하면서 몇 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실은 장희찬과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말까지 놓게 되었다.
우빈이 미소와 함께 장희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은혜는 무슨. 나 말고 부모님께 잘해 드려. 밥 맛있게 잘 먹었다.”
얼마 후에는 장희찬의 어머니가 퇴원했는데, 장희찬이 만든 알칼국수를 먹고는 탄식을 흘렸다.
“맛있다, 맛있어. 이게 정말 친구가 도와준 거라고?”
“응. 대단하지.”
장희찬의 어머니는, 그의 아들과 남편이 매번 칼국수집의 존속을 가지고 으르렁대던 걸 생각했다.
칼국수집은 그대로 접어야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우빈이 레시피를 도와줘서 이렇게 장사가 잘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렇게 장땡칼국수는 새로운 메뉴인 매콤알칼국수와 함께 아버지의 뜻을 이은 칼국수집을 이어갈 수 있었고, 계속해서 호평을 이어갔다.
* * *
그러던 어느 날.
“야, 됐어. 무슨 리모델링은 리모델링이야.”
-요즘은 그렇게 오래 안 걸린대. 네가 이렇게 도와줬는데 내가 입 싹 닫아서야 되겠냐? 그리고 나보다도 우리 어머니가 더 난리셔. 이렇게 도움받았는데 제대로 보답은 해야지, 하신다고.
끄응.
벌써 다섯 번째였다.
장희찬은 우빈에게 보답해야 한다면서 끈질기게 리모델링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 어머니 이야기까지 가져오자 우빈은 더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이렇게 더 거절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칼국수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라. 재료비만, 아니, 재료비도 안 받고 우빈이 네가 필요한 만큼 다 보내줄게.
장희찬의 말에 우빈이 픽 웃었다.
“재료비도 안 받겠다고? 그러다 내가 칼국수집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도 다 줘야지. 진짜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야, 우빈이 너는. 가게가 잘되니까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
장희찬이 밝아진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렸다.
어머니가 그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고 연락 줄게. 지금은 일단 다른 할 일이 많아서. 가게 리모델링하려면 아무리 요즘 기간이 짧아졌다고 해도 며칠 정도 쉬어야 되는데, 아직은 안 될 것 같다.”
-알겠어. 그 대신 언제든지 말하고.
통화를 마친 우빈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해야겠어.’
가게 규모가 작아서 계속 혼자로도 충분할 줄 알았는데, 가끔은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계속 일해야 했다.
단체 손님이 있을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음식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언제 우빈이 지쳐 쓰러질지도 몰랐다.
‘잘 구할 수 있을까?’
우빈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도 주변 선배들로부터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흉흉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빈은 처음에는 일이 좀 서툴더라도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일단은 채용 공고를 내볼까.’
우빈은 가게 앞에 ‘아르바이트 모집’이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믿을만한 사람이 오면 좋겠는데.
그날 오후, 우빈은 면접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세련된 인상의 여자였다.
‘레스토랑 경력이 있네?’
우빈이 써붙인 공고에는 홀 서빙이라고 적혀있기는 했지만, 조리도 할 수 있다면야 더 바랄 게 없기는 했다.
이력서를 꼼꼼히 읽고 있는 우빈을 보고는 픽 웃는 소리가 들려서 우빈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여자가 한쪽 입꼬리를 잔뜩 들어올리고 있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동네 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는 너무 넘치는 스펙이라는 거.”
여자의 말에 우빈이 조금 당황해서 쳐다보았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더니, 거의 사십 분에 가까운 시간을 자기자랑에 썼다.
‘으음, 자신감이 있는 건 좋은데.’
마지막에 우빈이 질문할 때 까칠하게 대답하던 모습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자신 말고도 손님한테도 그런 식으로 부딪히면 좋지 않을 것이다.
‘사람 채용하는 게 쉽지 않네.’
그러던 와중에 여자가 앉아있던 의자 쪽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아까 앉다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우빈이 황급히 바깥으로 나섰다.
다행히 늦지 않았는지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한-”
“어, 어. 오늘 면접 본 곳? 가게는 엄청 허접하더라. 근데 그만큼 사장이 물러보이더라고.”
멈칫.
여자를 부르려던 우빈의 몸이 굳었다.
여자는 핸드폰을 어깨와 머리 사이에 끼우고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대충 그런 곳에 레시피 좀 알아내고 한 반년 정도? 일하다가 나가면 되지, 뭐.”
그렇게 웃으면서 통화하던 여자는 우빈과 시선이 마주쳤다.
우빈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자 여자가 얼른 통화를 끊었다.
‘다, 당연히 들었겠지?’
우빈이 팔짱을 꼈다.
“한수연 씨.”
“······네.”
“지갑, 흘리셨더라고요. 별도로 연락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 주세요.”
얼굴이 새빨개진 여자는 대답 없이 후다닥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하아.”
우빈이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앞에서는 모두가 성실하게 일한다고 말하니 누구를 믿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우빈은 시름이 깊어진 표정으로 가게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 * *
“더, 덥다아······.”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성큼 찾아왔다.
에어컨 없이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만 있었다.
봄이도 더운지 선풍기 바람이 오는 테이블에 앉아 축 쳐져 있었다.
“빙수나 만들어 먹을까?”
“빙슈?”
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선은 우유에 올리고당을 섞었다.
그리고 떡집에서 인절미를 사왔다.
김씨 할머니도 더웠는지 부채를 파닥거리며 부치고 있었다.
그때 한 전화가 걸려왔다.
장희찬이었다.
-우빈아. 저번에 보니까 가게에 에어컨이 없던데. 저번에 내가 잘 아는 인테리어 사장님이 있댔잖아? 소개시켜 줄 테니까 빨리 달아라.
“어?”
우빈은 잠시 당황했지만 아까 테이블 위에 축 쳐져있는 봄이를 떠올렸다.
그러더니 곧 고맙다고 통화를 마쳤다.
며칠 후.
“그럼 이쪽에 구멍을 뚫고, 배선은 이쪽에 두겠습니다.”
“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에어컨 설치 기사가 찾아왔다.
한 시간 정도 위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봄이는 그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양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
“다 됐습니다!”
띠리띠띠.
리모콘에서는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그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뺘아!”
“시원해? 근데 진짜, 시원하기는 하다.”
우빈은 처음 오늘밥집 가게를 계약했을 때를 떠올렸다.
우빈은 더위에 강한 편이었기에, 굳이 에어컨을 설치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희찬아, 고맙다. 밥 좀 먹고 가.”
“밥? 밥은 무슨 밥.”
“그래? 우리 빙수 먹으려고 했는데.”
우뚝.
장희찬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빙수인데?”
“팥빙수. 콩가루 뿌려서 그 위에는 인절미 올려서 먹을 거다.”
우빈은 어제 미리 얼려놓은 우유얼음을 냉동실로부터 꺼냈다.
얼음에서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릇에는 우유얼음을 놓고, 주위에 떡집에서 사온 인절미를 둘러주었다.
그리고 비워놓았던 정가운데에는 단팥을 올려놓았다.
쫀득쫀득한 인절미.
우유 얼음은 부드러우면서도 사각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자연스러운 단팥의 단맛과 함께, 아까 다져놓은 아몬드.
아삭아삭한 아몬드과 고소한 콩가루와 함께 잘 어울러졌다.
연유를 뿌려먹었다.
“너는 그런데 계속 혼자서 일하는 거야?”
“아아. 안그래도 직원을 구하려고 하는데, 찾기가 어렵네.”
“사람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잠깐. 그러고 보니 나 괜찮은 애 하나 아는데. 소개 시켜줄까? 안 그래도 걔도 일 구한다고 했거든.”
장희찬의 말에 우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왜, 너희 집에는 안 하고.”
“예전에 일하던 분들이 다시 와주시기로 했어. 가게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니까 다시 와주시더라. 애가 조금 덜렁거리기는 하는데, 심성은 착해.”
우빈은 잠시 생각했다.
면접 때는 생글생글 웃다가도 갑자기 뒤를 돌면 싹 변하는 모습을 다시 떠올리자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연락해 줄 수 있어?”
* * *
우빈은 카페에 앉아있었다.
고맙게도 김씨 할머니가 잠시 봄이를 봐주겠다고 말을 꺼내서 봄이는 떡집에 맡겼다.
쪼르륵.
오랜만에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딸기 주스를 보자 봄이 생각이 났다.
‘봄이가 딸기를 좋아하는데. 이따 갈 때 사가야겠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이, 수, 호, 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우빈이라고 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우빈은 일어서서 자리를 권했다.
시원스런 인상의 남자가 뻣뻣하게 앉더니 크게 소리쳤다.
“사장님과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근처에 있던 모든 테이블이 이쪽을 쳐다볼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말에 우빈이 그만 사례가 들러 켈록거렸다.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 모두 찾아봤습니다. 꼭 오늘밥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특별한 기술은 없다.
하지만 서빙은 몇 번 해본 적도 있어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밝은 인상에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힘 있는 목소리. 단점을 물어보니 조금 덜렁거리는 것이 단점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얼마나 덜렁거리길래.’
“이야기 잘 나눴습니다. 며칠 내에 연락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여전히 씩씩하게 말하는 이수호.
‘참, 지하철역이 어디인지는 아려나?’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줘야겠다 싶어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수호가 몸을 숙이고는 길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휙, 하고 농구공을 던지듯이 쓰레기를 날렸다.
“에구구.”
빗나간 쓰레기를 이수호가 허리를 접어서는 다시 쓰레기통에 버렸다.
몸에 배인 듯 자연스러운 동작.
우빈은 그 모습을 보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수호 씨.”
“아, 아! 네, 사장님!”
이수호는 화들짝 놀란 듯이 우빈을 보고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지하철로 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하철은 이쪽이에요.”
정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던 이수호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제가 길을 잘 몰라서······.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빈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