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40
집밥을 너무 잘함 40화
“아쁘아. 울!”
오늘은 오늘밥집의 휴무일이었다. 우빈은 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텃밭으로 향했다.
봄이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응, 방울토마토가 많이 열렸네.”
조금씩 햇빛이 따가워지고 있어서, 혹시라도 봄이의 피부가 상할까봐 밀짚모자를 하나 샀다.
저번에 심은 작물은 쑥쑥 자랐다.
‘역시 봄이 때문이겠지.’
이전에 가게에 있던 식물들도 그렇고.
덕분에 상추와 대파 같은 작물들은 쑥쑥 자라서 가게 메뉴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치잉!
봄이가 가지고 있는 호미에서 순간 빛이 났다.
파바바박! 봄이는 호미로 빠르게 땅을 팠다.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봄이를 보고 옆에 있는 할머니들이 감탄했다.
“아이구, 무슨 아가가 저렇게 일을 잘 한댜?”
뒤에서 칭찬을 들은 봄이의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갔다.
잠시 후.
봄이가 일군 땅이 돌과 잡초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서 반짝였다.
봄이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자 운디네를 불러냈다.
“뺘아아.”
포롱, 포롱.
푸른 빛의 인어들은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인어들은 곧 까르르 웃으며 봄이의 코끼리 모양 물뿌리개에서 물방울을 가지고와서는 밭에 물을 흩뿌렸다.
곧 땅이 살짝 젖어 촉촉해졌다.
한편, 우빈은 열심히 상추와 대파를 수확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바질이랑 루꼴라도 심어볼까?’
향긋한 향이 나는 루꼴라는, 다음번에 피크닉을 갈 때 샌드위치 속재료로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렇게 쑥쑥 자라니 농사할 맛이 절로 났다.
봄이가 방울토마토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먹고 싶은 걸까? 우빈이 봄이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먹어볼까?”
봄이는 상상도 못했다는 듯이 토끼처럼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물었다.
“갠챠나?”
“응. 싱싱한 채로 먹어보자. 저기 옆에서 물로 씻어서 먹자.”
“웅!”
농장 근처에 있는 수도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방울토마토는 신선했다.
“마시따.”
“그러게. 단맛이 많이 나네.”
과즙이 잔뜩 든 토마토.
‘……잠깐, 토마토는 과즙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우빈이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쳐다보았다.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미국에서는 세금 문제 때문에 이 문제가 대법원까지 간 일도 있었다.
수입 채소에 세금을 매기고 있었는데, 토마토에 세금을 물리자 수입상이 토마토는 과일이라며 반박한 것이었다.
당시 재판 결과는 토마토가 채소인 것으로 결론 났지만, 식물학적으로는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하고 있다.
안에 씨앗이 들어있고 꽃에서 열매가 맺히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에서 하나씩 따서 과채류라고 분류하기도 한다던데. 아으, 복잡하다, 복잡해.’
우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일이건 채소건. 어쨌든 맛있으면 됐지, 뭐.
원래는 몇 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봄이와 함께 몇 개 더 먹었다.
방울토마토를 햄스터처럼 하나씩 오물거리며 먹던 봄이가 입을 열었다.
“쁘아.”
“응?”
“울. 이제 못 머거?”
“방울토마토? 아니, 먹을 수 있을걸?”
끄덕끄덕.
봄이가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빈은 수확한 방울토마토로 오늘 저녁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토마토를 오래 익히면 라이코펜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영양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네.’
우빈이 픽 웃었다.
원래 봄이가 오기 전에는 손님들에게 나가는 메뉴 말고 자신이 먹을 음식은 정말 대충 챙겨 먹었다.
요리사라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거라 생각하지만, 조금만 손님이 밀려 들어오면 영양은커녕 남은 재료를 대충 볶아먹기 바빴다.
‘아니, 배라도 채우면 다행이지.’
심지어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런 날은 정말 힘들었다.
맛있는 냄새가 풀풀 나면서, 정작 자신의 배는 꼬르륵거리고.
누군가를 챙겨주는 일이 곧 자신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 같다고 우빈은 생각했다.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썰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에그스크램블을 만들 차례였다.
볼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에그스크램블의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우유를 넣은 이후에 소금을 살짝 뿌려주었다.
계란이 살짝 익어 아직 촉촉한 상태를 가지고 있을 때즈음.
우빈은 올리브오일을 팬에 둘러서는 방울토마토를 볶아주었다.
프라이팬에 진간장과 설탕을 뿌리고는 아까 만들어둔 에그스크램블을 볶아주었다.
접시에 옮겨 담고는 후추를 톡톡 뿌려주었다.
노란색 붉은색 알록달록한 색감에 쪽파를 잘게 썰어 장식해 주었다. 파슬리 가루를 뿌리는 것도 가능했다.
“봄아, 밥 먹자.”
“웅!”
오늘은 새하얀 쌀밥과 함께 덮밥으로 먹었지만, 다음에는 반찬으로 먹거나, 아니면 이대로 샌드위치 속재료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새콤한 방울토마토와 간장과 소금으로 간이 되어 짭짤하면서도 부드러운 계란 볶음을 먹었다.
버터와 함께 볶아준 에그스크램블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그렇게 평화롭게 시간이 흘렀고, 곧 날이 어두워졌다.
우빈이 내일 장사를 하기 위해서 손질할 밑재료를 꺼내던 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성훈이 찾아왔다.
* * *
“안주라도 만들어드릴까요?”
“어휴, 오늘 쉬는 날이시잖아요! 잠깐 사이즈만 물어보려고 온 건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지난 번에 봄이에게 건네준 옷이 조금 큰 것 같아서 계속 신경 쓰였다.
기왕 옷을 입는다면, 사이즈도 딱 맞게 예쁘게 입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아녜요. 어차피 저도 지금 조금 출출해서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괜찮으면 같이 드시죠.”
“그렇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우빈은 간단하게 먹을 골뱅이 소면무침을 만들기로 했다.
골뱅이 통조림에서 국물을 쫙 빼고, 먹기 편하게 한입 크기로 큼직하게 썰어주었다.
고추장과 설탕, 물엿과 간장을 넣어 양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든 양념에 고춧가루와 다진마늘을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해주었다.
“소면은 빨리 삶아지는 게 진짜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김성훈의 말에 우빈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면이 얇은 만큼 빨리 삶아지고 먹기도 편했다.
그동안 양파를 채 썰어 아린 맛이 빠지도록 찬물에 잠시 담가주었다.
잘게 자른 깻잎과 채 썰은 당근도 볼에 넣어서는 양념과 골뱅이를 한번에 뒤섞었다.
소면을 예쁘게 돌돌 말아서 골뱅이와 함께 내놓고, 마지막으로는 통깨로 장식해 주었다.
“키야, 맛있겠어요! 잘 먹겠습니다.”
둘은 골뱅이무침 소면을 먹고 탄식을 흘렸다.
매콤한 양념에 절인 쫄깃쫄깃한 골뱅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요즘 회사가 많이 힘든가 봅니다.”
“그냥, 직장인이 그렇죠, 뭐.”
김성훈이 픽 웃었다.
“친구들 중에서는 벌써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애들도 있거든요. 저는 그런데, 아직도 대리이니까……. 회사를 조금 늦게 들어간 것도 있어서, 가끔 걱정되기는 해요.”
삼십대 중반.
이제 더는 어리지 않았다.
대리이기는 하나 회사에서도 점점 맡기는 일이나 기대하는 수준은 올라갔다.
남들은 자신을 어른처럼 보는데, 정작 김성훈은 자라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김성훈이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까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알콜에 조금 취한 김성훈이 얼굴이 조금 벌게져서는 헤헤 웃었다.
김성훈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회사생활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저도 팀장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한데, 그래도 과장님이나 다른 직원들이랑 잘 맞으니까 좋아요.”
김성훈이 SNS의 업로드된 친구들의 사진을 떠올렸다.
“그 친구들도 마냥 좋아 보이지만 다들 사정이 있겠죠. 그건 아는데……. 가끔은 저만, 뒤처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서요.”
“…….”
우빈은 가만히 김성훈의 말을 들어주었다.
어떠한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뿐이죠. 저 괜찮아요. 이렇게 사장님이랑 같이 맥주도 한잔 곁들일 수 있고요.”
“……건배할까요?”
우빈이 맥주잔을 들자 안에 있는 금빛 맥주가 찰랑거렸다.
“네, 사장님과 저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
“건배.”
* * *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성훈이 쾌활한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어제 시무룩한 표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시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동창회가 있는 날이거든요. 오랜만에 그 녀석들 만날 생각하니까 좋네요.”
그렇게 말하는 김성훈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가는 듯했다.
고등학교 친구들.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도, 자영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어 좀처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던 것이다.
거의 몇 개월이 걸려서 동창회가 열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술도 하고, 회포도 풀 생각에 김성훈은 잔뜩 들떠 있었다.
“재미있게 다녀오세요.”
“그럴 겁니다!”
김성훈이 씩 웃었다.
몇 시간 후.
“어, 성훈아! 자식,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너야말로 정장까지 쫙 빼입고. 사람 됐다?”
동창회는 역 근처에 있는 한 양꼬치집이었다.
“자, 다들 건배!”
“건배!”
맥주잔이 짠하고 흔들렸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누구는 차를 샀다니, 누구는 아파트를 샀다니.
이러한 이야기들만 반복되자 김성훈이 혼자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켰다.
‘……생각보다 재미없네.’
차라리 회식에서 이 과장님 옆에서 까불거리면서 말린 오징어 안주나 질겅거리는 것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김성훈을 보면서 한 남자가 곁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성훈아. 우리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맥주 말고 좀 좋은 술 좀 입에 넣어줘야지. 이 근처에 내가 자주 가는 위스키바 있는데, 이따 그리로 가서 한잔하자.”
“난 맥주면 돼.”
“에이,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사업해 볼 생각 없어? 처음에는 조금 고생하긴 하는데, 너도 금방 이런 차 타고다닐 수 있어.”
친구의 손에는 외제차 차키가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김성훈이 픽 웃었다.
“나 장롱 면허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 거야? 해봐야 한 달 월급 뻔한데. 그렇게 해서 집이나 살 수 있겠냐? 그러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
“…….”
김성훈이 조심스레 맥주잔을 흔들었다.
“친구야.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내 연봉, 네가 보기에는 고작 그 돈 버느라 바둥바둥 산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데, 부모님한테 손 안 뻗치고. 월세 안 밀리고 꼬박꼬박 돈 내고 있다.”
그야, 집이나 좋은 차가 있는 친구를 보면 부럽기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리고 좋아하는 가게에서 먹고 싶은 음식 배부르게 먹고. 이거면 됐지 뭘 바라냐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김성훈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 먹었던 골뱅이 소면을 떠올렸다.
주말 점심에 느긋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를 느긋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한 돈을 온전하게 자신을 책임지고 있었다.
남들보다 승진이 어마어마하게 빠르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회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나가면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설령 그게 친구라 할지언정.
김성훈이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월급쟁이로 사는 거, 꽤 행복하다. 네가 사업 잘되는 거 친구로서 물론 부러울 때도 있고 기꺼이 축하해 줄 마음도 있어. 그런데 우리, 남의 인생 깎아내리면서 선 넘지는 말자.”
김성훈의 단호한 말투에 남자가 꼬리를 내렸다.
“야, 너는 내가 뭘, 깎아내렸다고…….”
“나 먼저 일어선다.”
김성훈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옷을 챙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밥집이나 갈걸.’
괜히 아쉬운 마음에 김성훈이 천천히 걸어갔다.
하아. 한 번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김성훈이 눈을 반짝였다.
역시 오늘밥집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가게에 갈 만한 적절한 핑계거리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