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52
집밥을 너무 잘함 52화
“흐음.”
의자 위에 놓여있는 공룡 인형을 보던 우빈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음식에도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을 합치면, 더 맛있어질까?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서 우빈이 씩 웃었다.
“아브아.”
이제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약간 말끝을 밑으로 흐리면서 눈꼬리가 밑으로 내려올 때는 배가 고프다는 뜻이었다.
“배고프구나! 얼른 밥 먹자.”
“웅!”
오늘 점심으로 만들 음식은 크림 짬뽕이었다. 아까 본 공룡 인형을 보고 떠올린 음식이었다.
퓨전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은 즐겨 먹지만, 아무래도 호불호가 강하다 보니 우선은 우빈 자신이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마늘을 슬라이스 해서 팬에 볶자 마늘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올라왔다.
다음에는 채 썬 양파도 같이 팬에 넣어주었다.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넣어주자, 새하얀 크림짬뽕 위에 화려한 붉은 색감이 더해졌다.
후루룩, 후룩!
봄이가 맛있게 크림짬뽕을 먹었다. 봄이랑 같이 먹기 위해서 조금 덜 맵게 만들었는데, 다행히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았는데, 문제는 인형이었다.
“봄아, 먹을 때는 인형 안지 말자. 음식이 묻으면 인형이 지저분해지잖아?”
“……시져.”
봄이가 인형을 흔들다가 그만 티라노의 팔이 의자에 걸려서 부욱, 하고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
“……뺘아?”
둘은 조용히 인형 쪽을 바라보았다. 봄이는 차마 인형을 건들지 못하고, 우빈이 조심스레 인형을 들었다.
인형이 찢어졌다.
“어어, 어……!”
차마 소리도 못 내면서 뜯어진 인형을 문지르는 봄이.
그 모습을 본 우빈이 화들짝 놀라서 봄이를 달랬다.
“금방 고쳐줄게.”
이후로 봄이의 입은 계속 뾰로통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우빈은 봄이와 어떻게 화해할까 고민하다가, 공룡 모양의 너겟을 튀겼다.
“봄아, 밥 먹자.”
보통은 밥 먹자고 이야기할 때는 바로 달려오는 봄이였는데, 오늘은 공룡 때문에 삐쳤는지 터덜터덜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왔다.
“미안. 아빠가 갑자기 인형 뺏어서 화 많이 났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던 봄이가 앞에 놓여진 공룡 모양의 너겟을 쳐다보았다.
바삭바삭하게 기름에 튀겨진 너겟을 보면서 봄이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띠었다.
“아쁘아…….”
“응?”
봄이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우빈을 말없이 뒤에서 껴안았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 마음이 전해져 와서, 우빈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봄이가 인형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아빠가 설명이 부족했어.”
바삭, 바삭.
우빈은 머스타드에 너겟을 찍어먹는 걸 좋아했지만, 봄이는 케첩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봄이가 포크로 공룡 너겟을 쿡쿡 찍어서는 케첩을 묻혀서는 냠냠 먹었다.
“감쟈함니다.”
“그렇게 맛있어?”
빙그레 웃는 우빈의 모습.
사실 봄이는 맛도 맛이지만, 일부러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 모양의 너겟을 구해와서 튀겨 준 우빈의 마음이 고마웠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전하기에는 말이 서툴렀다.
“띠라노. 죠아.”
“공룡이 그렇게 좋은가. 하긴, 나도 너 나이 때쯤에는 공룡이 꽤 좋았던 것 같다.”
쓱쓱 머리를 쓰다듬는 우빈을 보고 봄이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뭐.
어서 빨리 말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봄이였다.
합.
봄이가 너겟을 한입 더 크게 물었다.
“마시따.”
“밥 먹고, 이따가 같이 반짇고리 사러 가자.”
“녜!”
반짇고리가 뭔지는 알까?
뭔지도 모르면서 씩씩하게 손을 들고 대답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우빈은 픽 웃었다.
급하게 잡화점에서 사 온 반짇고리는 그래도 색상이 꽤 다양했다.
바느질은 서툴렀기에 우빈이 바늘에 몇 번 찔렸다.
악, 소리를 낼 때마다 봄이가 안절부절못해 했다.
그리고 엉성하게 고쳐진 인형을 우빈이 다시 봄이에게 건네주었다.
“……다음에 더 예쁘게 고쳐줄게.”
봄이는 인형을 내려놓고 우빈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우빈의 손을 잡고 호호 입김을 불었다.
“아쁘아.”
“응?”
“……미앙.”
우빈의 손가락을 잡은 봄이의 눈에서 눈물이 포롱포롱 떨어졌다.
“아쁘아, 죠아.”
“……인형보다도?”
끄덕끄덕. 봄이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죠아.”
따뜻한 봄이의 온기가 느껴졌다.
“아빠도 봄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 * *
박길복은 완전히 회복했다.
“아니, 그건…… 프린세스 티라노?”
박길복이 분한 듯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위궤양만 아니었더라도 최소한 도전이라도 해보았을 텐데.
봄이가 처음에는 뿌듯한 표정으로 에헴, 거리는 표정을 짓다가, 박길복이 너무 가지고 싶어하니까 슬금슬금 다가왔다.
“카?”
“카? 뭔 카?”
우빈도 그랬지만, 특히나 박길복은 봄이와 더 의사소통이 서툴렀다.
“카알.”
“칼? 왜, 고기 먹고 싶어서 그러냐?”
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꼬리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꼬리 가져가라고?”
“…….”
봄이는 대답하지 않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마음만 받으마.”
그 말에 봄이가 대놓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자, 박길복은 그럴 거면 왜 말을 꺼냈냐면서 껄껄 웃었다.
“사장님,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신 겁니까?”
“덕분에. 아주 튼튼해. 강 사장이 아니었으면 고기도 다 버렸을 텐데. 고마워, 정말. 그래서 말인데…….”
박길복이 뒤에 있던 고기를 슬금슬금 꺼내려 하자 우빈이 손바닥을 척 하고 내밀었다.
“또 좋은 고기 주시려는 거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됨니다!”
봄이가 옆에서 우빈을 따라했다.
“으잉, 하지만 강 사장이 아니었으면 그 고기는 다 버렸을 거고……. 그에 비하면 이 고기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게 좋은 품질의 고기를 그만한 가격에 얻을 만한 곳이 또 없어요.”
“아, 그러면…… 이렇게 하지 않겠어?”
* * *
“뺘아아아!”
봄이가 초록색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박길복과 우빈, 그리고 봄이와 이수호까지. 넷이서 향한 곳은 근처에 있는 도심 캠핑장이었다.
우빈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박길복의 덩치만큼이나 큰 차로 캠핑장에 이동했다. 삼사십 분도 되지 않아서 캠핑장이 나왔다.
역에서 그다지 멀지않은데도, 산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나무가 가득했고 옆에는 조그마한 개울까지 흐르고 있었다.
좋은 경치에 감탄하던 우빈.
그런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아빠아.”
한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봄이가 다가왔다.
“놀쟈.”
울고 있던 아이는 봄이가 내민 인형을 보고는 히끅거렸다.
“나, 이 인형, 갖고 싶었는데…….”
“길 잃어버렸니? 엄마 아빠는 어디 계셔?”
도리도리. 아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잠시 후.
여자아이는 울고 있었던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와아앙!”
“우와, 세상에서 제일 세고 무서운 공룡, 프린세스 티라노다!”
봄이는 공룡 흉내를 내고, 여자아이에게 인형을 빌려주었다.
그 모습을 본 우빈이 픽 웃었다.
그렇게 둘이 사이좋게 놀고있을 때즈음, 한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소율아! 마음대로 다니면 어떡해! 아유, 우리 아이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아니요. 어디 멀리 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된 거,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시겠어요? 저희도 마침 먹으려던 중이었거든요.”
* * *
“어머나. 세상에, 음식이 어쩜 다 이렇게 예쁘죠? 혹시, 요리사세요?”
아주머니의 칭찬에 우빈이 쑥스러워하는 동안, 박길복이 낄낄 웃었다.
“여기 이쪽 형씨가 요리사입니다. 어때요, 맛있죠?”
“네, 정말 맛있어요!”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감탄사를 흘렸다.
봄이는 옆에서 아이와 같이 놀았다. 오랜만에 또래랑 마주친 것이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이도 아까 심하게 울어서 여전히 눈이 붉어진 채였지만, 지금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지금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얘는 티라노고, 봄이 너는, 음, 공주님이야!”
“시져!”
“공주님 별로야?”
“띠라노. 죠아.”
봄이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는 뺨을 긁적였다. 이상하다, 보통은 친구들은 다 공주를 하고 싶어해서 양보해 준 건데.
뭐, 본인이 좋다는 걸 하는 게 맞으니까.
아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꼬기, 꼬기!”
“흐하하! 역시 우리 집 고기가 제일 신선하지? 많이 먹어라!”
호탕하게 웃는 박길복. 그리고 봄이는 아기사자처럼 계속해서 냠냠거리며 고기를 물어뜯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가게로 또 찾아갈게요.”
가족은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갔다. 봄이랑 여자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팔이 떨어질 것처럼 계속해서 팔을 흔들어 인사했다.
“마저 먹어볼까요.”
우빈이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우를 꺼냈다.
직화로 구운 새우는 바삭바삭하면서도 짭짤하게 간이 되어 아주 맛있었다.
“짜안!”
기분 좋게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시려던 참에, 이수호가 무언가 번뜩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박 사장님, 맥주 드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위궤양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에이, 한 잔 정도는 괜찮…….”
순식간에 맥주를 빼앗긴 박길복이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그럼 콜라라도-”
“어, 위에 콜라도 안 좋다고 합니다!”
이수호의 말에 박길복이 흘깃 이수호를 째려보았다. 정직하고 바른 말만 하는 이수호를 보면서, 왜 역사 대대로 충신들은 귀양을 보내고 내쫓겼는지. 그 이유가 아주 잘 이해가 되는 것만 같았다.
“대신 이걸 마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오.”
찰랑이는 황금빛 액체를 보며 박길복의 심장이 순간 두근거렸다. 혹시 무알콜 맥주일까? 녀석에게도 이런 센스가 있었나?
“박 사장님을 위한 시원한 보리차입니다!”
“에라이, 너는 제주도로 귀양이야, 제주도!”
그렇게 옥신각신 다투는 둘을 보고, 우빈이 웃으며 마시멜로를 가지고 왔다.
“그러지 말고, 다들 간식 먹죠.”
우빈이 꼬치에 마시멜로를 꽂았다. 그러면서 우빈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박길복이 낄낄 웃었다.
“저번에 꼬치구이 만들던 거 생각나서 그러는 거지?”
“……어떻게 아셨어요? 그때 정말,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거든요. 방금도 순간 꼬치를 드니까 몸에 오한이 드네요. 몸이 기억을 하나 봅니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어. 요리 실력이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고기를 하루 안에 다 팔 줄이야. 역시 대단해.”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사장님 꺼는 마시멜로 많이 꽂아드릴게요. 여기요.”
우빈은 마시멜로 세 개를 꽂아서 박길복에게 건넸다.
“쁘아.”
친구와 놀고 있던 봄이가 다가오자, 우빈은 미소를 지으며 마시멜로를 구워주었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불에 구운 다음에, 겉부분이 노릇노릇 바삭해지자 우빈이 조금 식혀서는 봄이에게 건네었다.
“이렇게, 겉부분만 이로 뜯어서 먼저 먹으면 돼.”
“?”
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시멜로를 앙하고 물었다. 한입 모두 물어 우물우물 삼키는 봄이를 보고는 우빈이 시범을 보였다.
“여기 겉부분 있지, 끝을 살짝 물어서 쏙 빼봐.”
“우웅!”
봄이가 다짐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앙, 하고 다시 끝부분을 집어 마시멜로를 쏙 빼내었다.
“오! 잘했어!”
“제법인데?”
옆에 있던 세 명이서 모두 박수를 쳐주니, 봄이는 기쁜 표정으로 마시멜로가 든 입을 오물거렸다.
남겨진 촉촉한 마시멜로 부분은 박길복이 사온 크래커 안에 껴서 먹었다. 봄이가 입맛에 맞았는지 크래커를 먹으며 발을 동동거렸다.
“마시따! 마시메로? 죠아요.”
“입에 맞아서 다행이다. 더 구워줄게.”
“녜!”
생글생글 웃는 봄이를 보고는 이수호가 몸을 일으켰다.
“이번엔 제가 구워보겠습니다. 어, 어어? 불이……!”
“으아악! 물, 물 가져와!”
이수호가 든 마시멜로는 순식간에 녹아버렸고, 마시멜로에 있는 불과 함께 화르륵 불길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