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61
집밥을 너무 잘함 61화
‘어? 기침이 멈췄어……!’
한 번 기침을 하면 사례 들린 듯이 엄청나게 기침을 하던 그였는데.
기침이 멈추었다.
식습관이 바뀌자 몸도 따라와 주었던 것이었다.
“사장니임!”
유준휘가 오늘밥집으로 달려갔다.
“저 이제 기침이 멈췄어요! 사장님이 해주신 양배추 참치덮밥 덕분인 것 같아요!”
차도가 있다는 유준휘의 말을 들은 우빈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양배추 참치덮밥은 집에서도 편하게 드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드릴 테니까, 꼭 만들어 먹어 보세요.”
“아, 정말요? 사장님이 만든 것처럼 맛은 안 나기도 하지만, 그런데…… 저는 여기서 먹는 게 좋네요.”
활짝 웃는 유준휘를 보고 우빈이 픽 웃었다.
“맛있게 드셔준다면 저야 그보다 더 보람이 없습니다.”
* * *
“흐흠, 흐흐흠. 맛나는 양배추덮밥.”
톡톡. 참깨까지 뿌려서 먹는 유준휘의 도시락을 보고는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
“어, PD님? 갑자기 웬 도시락입니까?”
“흐흐. 이거 맛있거든. 양배추가 말이야, 건강에도 좋은데 맛까지 좋을 줄은 몰랐어.”
“진짜요? 저는 다이어트 때문에 양배추 달인 물 한번 먹어봤는데, 사람이 먹을 만한 게 아니던데.”
“어디, 저도 한입 먹어볼래요.”
“안 돼, 인마! 네 껀 네가 만들어 먹어. 레시피 톡으로 알려줄 테니까.”
“넘해용.”
유준휘는 후배가 입을 삐죽 내미는 것을 가볍게 무시했다.
유준휘의 머릿속에는 새로 기획하는 방송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배우와 셰프가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힐링 프로그램. 익숙한 포맷인 만큼 시청률은 보장된 바였다.
‘문제는 섭외인데, 흠.’
우물우물 밥을 먹던 유준휘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러고 보니 가은 씨가 맛집 잘 알기로 유명하지 않나?’
유준휘가 옆에 있던 가은에게 물었다.
“가은 씨. 어디 추천해 줄 만한 식당 없어요? 아, 그래! 저번에 그때 가은 씨가 별스타에 올린 김밥집, 인기 많았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어때요?”
여자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한 번 물어볼게요. 그런데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라,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가은이라는 예명을 가진 국민 첫사랑 배우, 이소현이 잠시 한숨을 내뱉었다.
* * *
“안녕하세요, 사장님!”
한여름이지만 어제 비가 와서인지 오늘은 조금 쌀쌀했다.
우빈은 반팔차림이었는데, 그 때문에 바람막이라도 걸치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들었다.
“오늘은 양파가 엄청 많네요?”
우빈이 트럭에 한가득 쌓인 양파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는 저쪽 시장에 있는 중국집으로 가는 차야.”
“이 트럭 하나가 다요? 와, 가게가 엄청 크신가 봐요.”
“그럼, 크지. 삼층짜리 건물인데, 다 그 집에서 쓰고 있으니까. 나 말고도 다른 데에서도 양파를 받아갈걸, 아마?”
“어마어마하네요.”
우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음식점도 그렇지만, 특히 중식당에서는 자장면, 짬뽕에 들어가는 양파가 필수이다 보니.
“조금 줄까?”
“으음, 저는 많이는 말고요.”
아무래도 지난번 야시장 때 무리한 모양인지, 양파만 봐도 눈이 매운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양파랑 감자가 이렇게 많다보니 우빈은 만들고 싶은 메뉴가 떠올랐다.
바로, 짜장밥이었다.
양파와 함께 카레용이라고 적혀있는 돼지고기 등심을 사왔다. 한입거리로 먹기 좋게 썰려있는 돼지고기였다.
양파를 채 썰며 우빈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봄이가 반찬 투정을 안 하네.’
예전에는 양파의 양, 만 들어도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했는데. 요즘은 양파를 보아도 크게 거리낌 없이 음식을 먹었다.
이전에 먹인 양파 수프가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우빈은 조금 뿌듯한 기분으로 감자에 묻은 흙을 물로 털어주었다.
다음에는 감자의 껍질을 깎고 감자도 잘게 잘라주었다.
우선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부은 다음에 춘장을 부어 볶아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팬에 돼지고기를 볶고, 잡내를 잡기 위한 적당량의 후추까지.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볶아지자 다음에는 감자와 양파를 같이 볶는다.
양배추의 숨이 죽어 쪼그라들었을 때즈음에, 춘장과 설탕, 진간장과 굴소스를 넣어서는 휘릭 볶아주었다.
‘그다음에는 물과 전분가루를 섞어서…….’
대파를 잔뜩 넣은 계란볶음밥 위에, 짜장 소스를 부으니 훌륭한 짜장밥이 완성되었다. 우빈이 뿌듯한 표정으로 봄이와 같이 먹을 양을 가지고 왔다.
“먹자, 봄아!”
“녜!”
‘좋아, 먹을 만하네.’
물론 짜장밥을 만드는데, 시판 짜장소스를 사용하면 요리하기야 더 편리하지만. 이렇게 짜장소스를 직접 만들면 춘장으로 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훨씬 진한 맛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때, 우빈의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로 울렸다.
* * *
“아휴,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나가야 해가지고요.”
차를 빼달라는 전화였다.
“흐흠, 흠!”
누군가 크게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칠십 대 정도로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에 의아해하던 우빈이 곧 그가 누구인지를 떠올렸다.
“아,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밥집의 임대인이었다. 이전 부동산에서 잠깐 얼굴을 본 게 다여서, 조금은 긴가민가했다.
그제야 남자는 헛기침을 멈추고는 우빈에게 물어보았다.
“……요즘, 장사는 잘 되나?”
“네? 네. 그럭저럭 운영은 잘되고 있습니다.”
“흐흠, 그래……. 일 매출은 얼마 정도 나오는데?”
갑작스런 말에 우빈이 잠시 당황했다.
“죄송하지만 매출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서요.”
“뭐?”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빈도 순순히 말해줄 마음은 없었다.
그런 우빈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노인은 잠시 우빈을 노려보다가 혀를 낮게 차고는 몸을 빙글 돌렸다.
“……일 보게.”
한편, 오늘밥집에서는 모두가 봄이의 주위를 에워쌌다.
“봄아, 너어어무 예쁘다!”
“히.”
칭찬이라는 걸 아는지 봄이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김성훈이 새로 가져다 준 여름용 멜빵바지였다. 흰색 티셔츠와 청색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시원해보이면서도 아주 잘 어울렸다.
유채가 잔뜩 호들갑을 떨며 눈을 반짝거렸다.
“대박, 지이인짜 귀엽다! 봄아, 너 말이야. 그때 아프지는 않았어?”
“뺘아아?”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말이야! 꺄아아, 너어무 귀여워어. 정말이지, 입에 넣고 마구 깨물고 싶어죽겠어. 으아아아, 사장니이임. 봄이 사진 찍어도 되나요? 아, 물론 채널에 업로드는 절대 안 할게요! 그냥, 개인 소장용으로…….”
봄이의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왜 점점 봄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김성훈화 되는 걸까.
우빈이 조금 의문을 가지면서 봄이에게 다가가서는 얼어붙은 봄이를 안아들었다.
“봄이가 그만큼 귀엽다는 말이야. 진짜로 깨문다는 게 아니라.”
“우웅…….”
봄이는 우빈의 품에 파고들었다. 봄이의 고개를 다시 들게 하려는 유채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그다지 큰 소용은 없어보였다.
‘그나저나.’
우빈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슬슬 가게를 확장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빈 혼자만 있었더라면 조금 무리일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이수호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알아보기에는 아직 조금 더 풍영시장에 남아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의리로 가득한 락 정신의 박길복, 입은 조금 험하지만 마음씨는 따뜻한 김씨 할머니. 그리고 옆에서 재잘거리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씨 할머니와,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가진 하늘청과의 이상호까지.
‘하긴, 어차피 계약기간도 많이 남았으니까.’
우빈은 특별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봄이를 달랬다.
* * *
“에이씨. 별점만 떨어뜨리면 된다며.”
머리가 희끗한 남자가 투덜거리고 있었다.
오늘밥집의 건물주, 최동연이었다.
시장 안에 있는 낡은 건물. 각 잡고 팔려고 하니 사는 사람은 없고, 그렇다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대충 가게 월세만 받으면서 지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장사가 생각보다 잘되어도 너무 잘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그게 최동연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구를 만나자마자 그런 말이 들려왔다.
“저렇게 장사가 잘되는 집인데, 임대료를 더 올려받지 그래?”
“그러다 확 나가 버리면 어쩔려구. 들어올 사람이 없어서 이 년 넘게 공실로 해두었던 거 알면서도 그래.”
최동연이 짜증을 냈다.
“자네 아들, 조금 있으면 퇴직한다면서. 인테리어 그대로 가져가서 간판만 조금 바꿔서 장사하면 되는 걸 가지고.”
“내가 그 생각을 안 해봤겠어? 그런데 최윤호 이것이, 자기는 음식 같은 거 못 만든다고 하는데 어떡하냐고.”
최동연은 자식이 네 명이었는데, 그 중 최윤호는 세 번째 자식이었다. 다른 자식들은 모두 번듯한 명함과 함께 가정도 꾸리고 잘살고 있는데, 유독 최윤호는 용돈 쓰기만 바빴다.
회사도 겨우겨우 들어가서인지, 아직 한참 일할 나이인데도 벌써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었다는 말에 최동연은 그저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식만큼은 내 마음대로는 안 된다는 말이 요즘 따라 그렇게 사무칠 때가 없었다. 입안이 써서 달달한 커피라도 목구멍에 붓고 있을 때즈음, 불에 기름을 붓듯이 친구는 잔뜩 비웃음이 섞인 말을 꺼냈다.
“무슨 별점을 깎으면서 하나. 그거 별점 조금 깎였다고 장사 안되니까 접겠습니다-이럴 줄 알았어? 나원, 애도 아니고.”
“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너는?! 뭐 좋은 방법 있으면 말이라도 해봐. 남일 훈수 두는 건 다 쉽지.”
결국 얼굴이 시뻘게진 최동연이 씩씩거릴 때였다.
“에헤이, 역정은? 그냥 바로 임대료를 올려버려. 환산보증금 생각하면 두 배까지도 가능은 한데. 일단 지금 가격에서 적어도 60만원은 더 받으라고. 아니, 자네가 무슨 땅파서 장사하는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말이야. 그동안 너무 싸게 받아먹은 거지, 안 그래?”
남자의 말에 최동연의 귀가 쫑긋거렸다.
“그, 그렇지?”
* * *
“그래서 말인데. 관리비를 좀 올려야할 것 같아요. 임대료를 그동안 너무 싸게 받았어서 말이지.”
최동연은 헛기침을 했다.
‘벌써인가.’
우빈도 각오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되면, 어김없이 달려드는 사람들이 나타나니까.
“얼마 정도 생각하시는데요?”
“글쎄, 팔십만 원 정도는 더 받아야하지 않겠어?”
“…….”
우빈의 얼굴이 굳어졌다.
법적으로는 어차피 계약서에 있는 관리비만 내면 상관은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적으로다.
이제 겨우 반년 남짓. 앞으로 최소한 일년 반은 이곳에 더 있어야 했는데, 벌써부터 건물주와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건 없었다.
우빈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웬만하면 내려고 했는데, 너무 욕심이 크시네.’
“일단,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니이, 이 사람아. 생각이 아니라, 내가 관리비를 그만큼 받는다면 그렇게 줘야하는 거예요.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뭘 모르나본데 말이야. 내가 옛날에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았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바로 저녁 장사를 시작해야할 것 같아서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여전히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지만 단호한 우빈의 말투에 최동연이 흠칫하며 물러섰다.
“그, 그래요. 그럼. 내일 다시 찾아올 테니까, 생각 좀 해 봐요.”
‘하아. 어쩌지?’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자니 괜히 화를 내서 일만 더 커질 것 같았다. 특히 박길복은 건물주 나오라면서 당장 씩씩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었고.
‘김씨 할머니도, 음…….’
건물주 할아버지가 이 동네에 사시는 것 같았으니까. 여차하면 아는 분일 것 같다. 쌍욕을 날리지만 않으면 다행일지도.
그렇다고 이수호한테 털어놓자니, 직원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괜히 불안해할 것만 같았다.
“쁘아?”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봄이.
고민하고 있는 우빈이 걱정스러운지 봄이가 와락 품에 안겼다.
‘이래서 사장이 외롭다는 거구나.’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져야만 했다.
“봄아, 우리 잠깐 걸을까?”
“웅! 산채, 죠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