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64
집밥을 너무 잘함 64화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았다. 갈매기와 함께 뛰노는 봄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뜩 흔들려 있었다.
“제가 찍을까요?”
“그럴래?”
그러고 나서 우빈은 이수호가 찍은 결과물을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동감 있고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봄이를 귀엽게 잘 찍어내서, 조금은 질투가 날 정도였다.
“엄청 잘 찍었는데? 수호, 너 사진에 재능이 있구나?”
“아무래도 조카 사진을 계속 찍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안 있고 움직이니까, 이쪽에 연속 촬영 기능을 이용해서…….”
우빈은 그렇게 고개를 연신 끄덕여가며 이수호의 촬영 기법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철썩 거리는 바다를 보다보니…….
계속해서 무언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수호와 우빈은 계속해서 꺄꺄, 거리는 봄이와 그를 배경으로 한 드넓은 바다를 쳐다보다가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럴 때는…… 그거죠?”
“너도 같은 생각 하고 있었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호.
“그럼…… 가볼까?”
셋은 근처에 있는 대게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건물 전체에 간판보다 훨씬 큰 붉은색 게 모형이 붙어있어 눈에 띄었다.
수조안에 맑은 물 안에 가득 들어있는 게를 보고, 봄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헙.”
“왜 그래, 봄아?”
“마나. 징구러……!”
마치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는 봄이.
화려한 반찬들이 상 위에 잔뜩 차려졌고, 봄이는 그중에서도 치즈가 가득 든 옥수수를 냠냠거리며 먹었다.
대게찜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빈은 새우를 까서 봄이에게 주었는데, 그 모습이 재밌어보였는지 봄이가 자신에게도 새우를 달라고 했다.
“우웅.”
작은 손으로 새우의 다리를 뜯어내려 했지만 아무래도 조준이 어려웠는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한 이수호가 도와주려고 손을 내미려는 순간, 봄이가 다리 하나를 떼고는 활짝 웃었다.
“아빠아. 자아.”
등껍질은커녕, 꼬리도 머리도 그대로인 새우. 겨우 다리만 몇 개 뜯어졌을 뿐인 새우를 우빈은 봄이의 손에서 받아먹어서는 껍질 채로 우적우적 씹었다.
“응. 맛있다. 역시 봄이가 최고네.”
“히.”
봄이는 활짝 웃더니 곧이어 “삼쵸 꺼.”라며 다른 새우를 까면서 다음 희생양을 만들고 있었다.
“어머어머, 어쩜 이렇게 귀여운 딸이 있대? 안녕, 이름이 뭐야?”
“앙녕하세요. 저눈 봄이, 에요.”
봄이가 수줍게 인사하자 서빙하던 아주머니는 어쩜 목소리도 예쁘다면서 칭찬했다.
봄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어있는 치즈 옥수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마시씀니다.”
“호호, 그게 맛있어? 알았어, 아주머니가 더 가져다줄게!”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가자 우빈이 이수호를 보며 말했다.
“수호 약간 네 말투를 따라가는 것 같은데?”
“자아아, 옥수수 나왔어요.”
그리고 곧이어 나름 요리 경력이 긴 우빈의 인생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산처럼 수북이 쌓인 콘치즈가 나왔다.
“많이 먹어야 해~ 모자라면 아줌마한테 또 말하고.”
“녜. 감샤함니다.”
양손을 배꼽에 모아서는 꾸벅 인사하는 봄이를 보고는 아주머니는 예의가 바르다면서 박장대소를 터트리고는 갔다.
그러고는 대게찜이 나왔다.
몸통이 두 개, 그리고 옆으로는 다리살이 화려하게 놓여있었다.
위쪽으로는 내장이 가득한 등껍질과 함께 두 집게발이, 아래쪽에 놓인 게딱지에는 내장볶음밥이 듬뿍 담겨있었다.
“와아아. 진짜 푸짐해 보이는걸?”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우빈과 이수호마저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이 손을 바삐 대게에 가져다 댔다.
다리까지 꽉꽉 토실토실하게 게살이 차있었다.
우빈은 게살을 발라서 봄이 앞에 놓여있는 앞접시에 얹어주었는데, 봄이는 영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까 수조에 있던 길쭉한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해산물을 안 좋아하나.’
지난번에 미꾸라지도 그렇고. 우빈이 대게 말고 다른 걸 먹을까 생각하던 와중에, 봄이가 게살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입에 게살을 먹고 우물거리더니 말했다.
“우우웅! 마시따.”
마지막으로는 라면이 나왔다.
라면이 두 개 정도 들어갈 노란색 커다란 양은냄비였는데, 새빨간 국물에 펄펄 끓는 라면이 무척 맛있어보여서 이수호는 얼른 군침을 다셔야만 했다.
“내장을 넣은 라면이에요. 게살도 들어가 있고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아주머니는 라면을 조금 휘저어주며 익은 걸 확인하고는 돌아갔다.
아주머니 말대로 라면에는 대게 다리가 몇 개 들어있었다.
“……이제 다 익은 것 같은데.”
라면을 기다리는 삼 분이 이렇게 길 줄이야.
이수호는 발을 떨고 있었고, 우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초를 세었다.
그리고 라면이 꼬들꼬들하게 잘 익었을 때즈음.
셋은 조금씩 라면을 덜어먹었다.
과연 내장이 듬뿍 들어갔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국물에서부터 시원한 바다향이 느껴졌다.
후루룩.
뜨거운 국물과 함께 라면을 먹자 이수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나기 시작했다.
살이 통통히 오른 대게찜을 이렇게 푸짐히 먹은 것도 모자라, 녹진한 내장의 풍미가 살아있는 게딱지볶음밥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큰한 대게라면까지.
겨우 휴가 첫날일 뿐이었는데, 가게에서 나오는 셋의 얼굴은 기름기지다 못해 피둥피둥 살이 올라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쏴아아-
철썩, 철썩.
계속해서 거품처럼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봄이는 모래로 가득한 해변을 아장거리며 걸었다. 우빈은 그런 봄이가 날카로운 물건에 발이 베이지 않도록 앞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없는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러고 봄이는 바위틈에 찰랑이는 물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작은 게를 발견했다.
“아빠아. 이샹한 고!”
“응? 아아, 이건 꽃게네.”
“머글 수 이쏘?”
봄이는 어딘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튀겨먹을 수는 있겠지만……. 너무 작아서.’
봄이는 어느새 흰색 조개를 줍는데 신이 난 듯해 보였다.
아이들의 집중력이란. 우빈은 픽 웃고는 봄이와 함께 조개를 주우러 다녔다.
“자, 그럼 슬슬 마트로 갈까?”
“녜에!”
봄이는 꽃게 하나를 보다가 다시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흔들면서 꽃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너도 저녁 머그러 가. 앙뇽.”
꽃게가 아까 왔던 바위틈으로 다시 쏙, 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 * *
“이야, 여기가 노다지네, 노다지. 실한 거 봐라.”
한 할머니가 잔뜩 얼굴이 상기되어서는 열심히 다슬기를 줍고 있었다.
이걸로 뭘 먹을까?
우선은 고무장갑을 끼고 박박 씻은 다음에, 깨끗한 다슬기로 장조림을 하거나. 아니면 다슬기국을 끓여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단배추와 부추, 그리고 다진 마늘을 잔뜩 넣어서 푹 끓여먹으면 그렇게 세상 시원하면서도 깨끗한 맛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으, 생각만 해도 맛있겠구만.”
콧노래를 부르며 다슬기를 줍던 할머니의 시야에 돌 위에 붙어있는 커다란 다슬기가 들어왔다.
횡재했다, 라는 생각과 함께 할머니가 다슬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조금 더 가야겠네.’
이미 수면은 무릎 위를 한참 넘어서고 있었지만, 채집통을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성큼 앞으로 나아섰다.
그리고 그때였다.
“아, 아이고!!”
어둑한 밤이라 미처 보지 못한 곳에, 돌에 묻은 물이끼를 제대로 밟아버렸다. 할머니의 발이 미끄러지면서 채집통도 뒤집어진 채로 물 위를 떠다녔다.
한번 미끄러지면서 당황한 발은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랐다. 분명 처음에는 허리까지도 닿지 않는 얕은 물이었는데.
어푸, 어푸.
“사, 살려줘!”
할머니가 계속 소리쳤지만 근처에 도와줄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코에도 물이 들어오는 듯했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 * *
한편, 봄이와 우빈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숙소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날이 벌써 어둑해졌네. 숙소까지 멀지 않기는 한데, 빨리 가야겠다.’
그렇게 우빈이 서두르던 때였다.
“……!”
우빈의 손을 잡고있던 봄이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봄아?”
봄이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우빈에게 고개를 돌려서는 우빈의 옷깃을 끌어당겼다.
“아빠아! 빠리, 빠리!”
“응? 무슨 일이야? 봄아, 봄아……?”
봄이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로 우빈의 손을 잡고 달렸다.
우빈은 당황스러웠지만 봄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달려갈 아이는 아니었기에 잠자코 봄이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숨이 찰 정도로 달리고, 도착한 곳은 한 강가였다.
우빈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 살려…….”
“어르신!”
우빈이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의 손이 점점 가라앉으면서, 우빈이 황급히 물에 뛰어들려고 할 때였다.
그리고 그때.
봄이가 손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번쩍하는 번개와 함께 강을 흐르던 물길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물길은 점점 커다란 소용돌이로 바뀌면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한 여자아이가 할머니를 품에 안고 나왔다. 한쪽 손은 할머니의 목을, 다른 손은 무릎 밑을 바치고 있는 상태였다.
셀레스티아였다.
* * *
“아이고,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그러니까 그런 곳은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그깟 다슬기, 얼마 한다고…….”
한 중년의 여자가 눈물을 그렁그렁하고 있었다.
물을 잔뜩 먹어 켈록거리고는 있었지만, 다행히 할머니는 무사했다.
우빈이 재빠르게 응급차를 불렀고, 병원에서는 물에 젖어 일시적으로 체온이 조금 내려간 것 빼고는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입을 열어 말을 내뱉었을 할머니도 지은 죄가 있는지라 입만 살짝 삐죽거리고는 별다른 말은 하고 있지 않을 때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때마침 저희가 지나가고 있었어서 다행이네요.”
사실 감사 인사를 받아야할 건 자신이 아니라 봄이와 셀레스티아였는데.
우빈은 아까 일을 떠올리며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소용돌이에서 물기슭으로 빠져나온 셀레스티아는 조심스럽게 할머니를 내려놓고, 잠시 기절했을 뿐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특유의 새침한 말투로 말하고는 다시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주머니는 너무 놀랐는지 눈이 토끼처럼 벌게져 있었다. 쓱쓱 눈가를 문질렀다.
“그것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놀러오신 분들일 텐데 죄송해요. 그, 혹시 말인데요. 어디 묵어가실 곳은 정하신 건가요? 내일까지라도 쉬고 가시지는 않겠어요? 사실은, 제가 숙박업을 하고 있거든요.”
어쩌지?
거절하기에는 아주머니의 눈이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눈빛으로 가득했다. 우빈은 곤란한 듯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신세를 져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신세라니요, 저희가 은혜를 갚는 것뿐인 걸요!”
그렇게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산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흐릿하게 길을 비추는 전조등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우빈이 살짝 긴장할 때였다.
“자, 다 왔습니다. 여기예요.”
아주머니는 낭랑한 목소리로 안내했다.
“우, 우와아!”
이수호가 입을 떡하니 벌렸고, 옆에서는 우빈도 놀란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숙소라고 했던 곳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휘황찬란한 펜션이었다. 그냥 작은 민박집을 생각하고 있던 우빈과 이수호는 깜짝 놀랐다.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은은한 조명이 밝혀져 있었고, 층고가 높은 거실과 함께 푹신해 보이는 소파와 커다란 텔레비전이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에는 바다가 보였고, 멀리에서 작은 등대와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독채로 되어있는 펜션에는 수영장도 붙어있었는데, 방마다 하나씩 수영장이 있었다.
“지금은 밤이라 잘 안 보이는데, 내일 아침에는 바다도 잘 보일 거예요. 모쪼록 편하게 쉬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