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71
집밥을 너무 잘함 71화
갑자기 나온 예전에 일하던 레스토랑의 이름에 우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은지가 준비해 온 명함을 내밀었다.
“쿡매거진의 강은지 기자라고 합니다. 잠깐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사실은, 이번 달 특집 기사로 꼭 오늘밥집을 넣고 싶어서요!”
생글생글 웃는 강은지를 보고 우빈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라.
우빈이 확실하게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봄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아빠아? 누구?”
‘꺄악!!! 귀여워!’
햄스터나 소동물을 좋아하는 강은지 기자였다. 그런 강은지에게, 봄이의 귀여움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봄이는 아장거리며 우빈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말똥거리는 눈으로 강은지를 쳐다보았다.
“따, 따님이세요?”
이미 같이 찍을 사진 구도를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강은지. 그런 그녀를 보며 우빈이 입을 열었다.
“예. 그런데…… 만약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인터뷰 사진에는 저만 나갔으면 합니다. 너튜브 때도 아이는 노출시키지 않았거든요.”
“아…… 네, 그럼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강은지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은지가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편집장님! 대박이에요, 대박! 저 한 건 땄어요!”
“왜 그래?”
“불룩체인 다들 아시죠? …에이, 다들 왜 그러세요? 모르는 척.”
불룩체인의 이야기에도 다들 짐짓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맛의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그런 너튜버랑 비교하면 안 되지.”
“그런 너튜버라뇨? 불룩체인은 구독자가 팔십만 명이고 우리 잡지는 연간 판매량이…… 우, 웁! 왜 갑자기 입을 막으세요, 정현 씨!”
보다 못한 신정현이 기자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굳은 얼굴의 편집장이 다가왔다.
“어디, 계속 말해보라고 해.”
“아무튼 그 불룩체인 채널에도 나온 식당인데요. 글쎄, 거기 주인이 예전에 아씨에트에서 일했던 사람이더라고요!”
아씨에트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간 회의실이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씨에트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미슐랭 레스토랑 중에 하나였다.
“혹시 강우빈 셰프?”
“헉,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편집장은 기자의 영수증을 낚아채듯이 가져가고는, 영수증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정말이군.”이라고 중얼거렸다.
“……코스 형식으로 받고 있나?”
“코스요? 으음, 아니요? 제가 가봤는데. 정말 백반집이었어요.”
‘컨셉이 아니라고?’
편집장, 황태웅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내가 가보겠네.”
“편집장님이 직접이요?”
황태웅의 말을 들은 회의실이 또다시 술렁거렸다.
쿡매거진은 여성잡지에서 분리된 요리 전문잡지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잡지였다.
그리고 그런 인기는 황태웅의 고집스러움이 한몫했다.
잡지의 인기 코너, ‘황태웅의 저녁 식사’에는 한 레스토랑은 가게를 접기도 했다.
‘아씨에트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지.’
까다로운 입맛의 황태웅도 인정할 만한 맛이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찾아간 아씨에트는 맛이 무언가 달랐다.
분명 여전히 맛있고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에 물어보니.
-지난번 강우빈 셰프는 어디에 갔지요?
-아…… 강 셰프님은 그만두셨어요.
어디로 갔냐고 물어봐도 자신도 잘 모른다고 말하는 셰프에, 행방을 포기하던 참이었는데.
‘하고 많은 메뉴 중에서도 백반이라니.’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서인가? 겉만 레트로 감성이고, 가격은 비싸게 받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합리적이다 못해 저렴한 가격과 그에 걸맞지 않은 퀄리티로 호평에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가게.
“어디, 진짜인지 한번 알아보자고.”
* * *
‘정말 고향 집에 온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황태웅은 천천히 다시 가게를 돌아보았다.
깨끗하고 밝은 가게이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시선을 잡아끌 만한 멋진 인테리어도, 아무것도 없었다.
일부러 편집장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저 제일 자신 있는 음식으로 달라는 말에, 황태웅의 앞에 나온 음식은 소고기무국과 돼지불백, 상추, 쪽파김치, 그리고 단호박이었다.
‘……백반치고는 호화롭지만. 정말 이게 다인가?’
“아깝지 않습니까?”
“……아깝다니요?”
우빈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나는 백반이라길래 그냥 그런 컨셉의 레스토랑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건 정말…… 백반집이잖습니까. 어디에나 흔히 볼 수 있는 백반집이요.”
그 말에 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황태웅이 물었다.
“왜 웃는 겁니까?”
“아니요. 그게 제 목표였거든요. 어디에나 볼 수 있는 흔한 백반집.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먹고, 잠깐 쉴 수 있는 백반집이요. 손님께서 그렇게 보셨다니, 제가 그래도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니구나 안심이 되어서 그랬습니다.”
기도 차지 않았다.
자신은 실력이 아깝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저 빙그레 웃는 우빈의 모습이 기가 막히면서도…… 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황태웅이 안경을 고쳐쓸 때였다.
“쌈으로 해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우빈의 말에 황태웅은 속으로 기가 막혔다.
평소 한 끼에 그가 먹는 식사비용만 해도 몇 십만 원이었다.
그 정도의 가격대면 전부 조리해 주기 때문에, 그가 굳이 손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고기도 직접 구워본 건 벌써 몇 년이나 된 것 같았다.
어쨌든, 쌈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에. 황태웅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 한 번 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황태웅은 우선 돼지불백에 젓가락을 가져다댔다.
직화로 구워 불향이 가득하면서도 짭조름하게 간이 잘 배어있었다.
곧이어 상추에 밥을 올리고, 돼지불백과 쪽파김치를 올려 쌈을 싸 먹었다.
우물우물거리던 황태웅의 눈이 조금 커졌다.
‘상추가 왜 이렇게 신선하지?’
고작 상추였다.
그런데 이 상추에서 나오는 신선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온갖 좋은 곳에서 만든 채소는 다 먹어본 황태웅의 입에도 놀라운 맛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상추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추는 어디서 가져온 겁니까?”
“제가 텃밭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입니다.”
‘텃밭이라고?’
마치 아침이슬을 머금은 듯한 신선한 새순을 뜯어먹는 사슴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상추 본연의 맛이 이렇게 좋으면 오히려 다른 음식이 튀어보일 만도 한데, 돼지불백은 상추에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식감이 좋았다.
“이런. 계란찜이었군.”
단호박 뚜껑을 열은 황태웅이 당했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명한 요리 잡지의 편집장인 만큼, 그는 미각이 예리했고 고급 음식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악명으로 그가 오는 것을 무서워하는 가게도 많았지만, 간혹 그가 맛있다고 하는 가게는 예약이 항상 꽉 찰 정도로 미식의 세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컸다.
때문에 많은 레스토랑에서 그에게 초대를 보냈고, 소박하거나 집에서 만드는 음식에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에게 일에 가까웠다.
‘그랬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음식은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우빈 특유의 정갈함과 섬세함은 그대로 담겨있지만, 레시피 자체는 놀랍도록 새로운 맛은 아니었다.
다만 소박하면서도 어쩐지 정감이 가서, 계속 손이 가는 음식이었다.
‘그야말로,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이다.’
특히 쪽파김치는 어디서 구한 건지 묻고 싶을 정도로 아주 신선한 쪽파로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그가 풀어진 모습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황태웅은 다른 사람들의 음식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쪽파김치 대신에 건새우볶음이 반찬으로 나와있었다.
순간 황태웅은 조금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자신의 음식만 다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 반찬이랑 다른 사람들의 반찬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이래서야 공정하게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생각에 황태웅이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였다.
“저는 모든 손님께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듭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에 오셨을 때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셨거든요.”
순간 황태웅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가 우빈이 있는 아씨에트에 간 것은 이제 거의 일 년이 넘을 듯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의 식성을 기억한다고? 황태웅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가, 가벼운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건 맞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죠? 아니, 애초에 아씨에트에 들렀을 때,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기억하고 있다기보다는…… 손님 얼굴을 보니 떠올랐습니다. 새우를 그때 다 남기고 가셨었죠? 손님은 말을 안 하시더라도, 접시는 솔직하거든요. 그냥 안 좋아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알레르기일 줄은 몰랐네요.”
담담하게 대답하는 우빈을 본 황태웅은 말이 없어졌다.
그러던 황태웅의 시야에 들어온 건, 다른 손님을 위해 나가는 접시였다. 그리고 단호박 위에 얹어져 있는 치즈였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분한테는 핫소스에 치즈를 올려서 드리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편한 차림의 슬리퍼를 신고 온 걸 보니, 아마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듯했다.
그런 고객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마주하고, 계속 웃는 우빈을 보면서 황태웅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왜 그동안, 비싼 가격을 치러야만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걸까.’
황태웅은 처음 잡지사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인 만큼, 정말로 맛있는 식당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열심이었다.
황태웅은 그가 처음으로 반대에 부딪혔던 날을 떠올렸다.
그가 노포 칼국수집을 취재하고 와서 혼을 다해 써온 기사였다.
그의 사수는 황태웅의 적어 온 기사를 눈으로 훑어보고는 책상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황태웅이. 제정신이야? 레스토랑도 아니고, 웬 밥집이 뭐야. 편집장님 보시기 전에 얼른 다시 써 와.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정말 맛있는 곳입니다. 주인도 열정으로 가득하고요.
황태웅의 신입 시절.
-이봐, 독자들이 읽고 싶을 만한 거를 써와야지. 우리는 맛집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아니야. 환상을 주는 사람들이야. 명품, 비싼 차가 옆에 광고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 보면 모르겠어?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한번 기분 내고 싶을 때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게 음식이야. 요즘 서울에 그렇게 레스토랑이 유행하는 거 보면 모르겠어?
확실히 사수의 말대로 값비싼 레스토랑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벌써 회사가 있는 종로만 해도, 높은 빌딩에서 야경을 보며 연주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잡지에 있는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그런 능력자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곳. 그런 곳으로 다시 찾아와.
황태웅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그때 대답을 뭐라고 했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모여 거하게 소주를 말아마셨던 기억만은 남아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네.’
“……잘 먹었습니다.”
황태웅은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박하다고 해서 결코 정성이라는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지면 모르겠군. 그런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황태웅은 쓴웃음을 짓고는 모자를 손으로 집었다. 이윽고 다시 모자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가끔, 찾아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