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good at home cooking RAW novel - Chapter 98
집밥을 너무 잘함 98화
척 보기에도 몰은 두근두근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아주 멋있어.”
우빈은 얼른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몰, 혹시 감자랑 고구마만 먹어? 혹시 가리는 음식 있어? 두더지는 역시 벌레가 좋은가?”
간혹 구황작물을 파먹기도 하지만, 두더지가 좋아하는 건 지렁이나 달팽이 같은 벌레라고 들었다.
만약 몰이 벌레를 원한다면 낚시를 좋아하는 하늘청과의 이창호에게 가서 조금은 얻어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벌레라는 말을 듣자마자 몰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히이이익! 벌레는 먹지 않아요! 제가 두더지의 모습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래 봬도 정령인걸요. 사람이 먹는 음식들도 모두 먹을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잠시 생각하던 우빈이 오늘의 메뉴를 떠올리고는 빙그레 웃었다.
“다 같이 브런치라도 할까.”
“브, 브런치? 그게 뭔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몰을 보고 우빈이 후후 웃었다.
* * *
치이이익.
예열한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자 소리와 함께 지글지글 버터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버터가 팬 전체에 퍼지도록 우빈은 팬을 들어 한번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식빵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주었다. 그리고 그릇에 달걀을 푼 이후에 우유를 넣어 다시금 섞었다.
그렇게 사선으로 자른 식빵을 계란물에 듬뿍 적셨다. 노릇노릇하게 빵이 익어가면서 계란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베리 콤포트를 만들 차례.
콤포트는 과일을 통째로 설탕으로 조린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 이름 때문에 무언가 만들기 어려운 느낌이 들지만, 만드는 법 자체는 아주 간단했다.
먼저 물과 설탕, 그리고 레몬즙을 넣어 끓인다. 이후에 끓기 시작하면 블루베리와 딸기 같은 과일을 넣어 타지 않게 졸여주면 끝.
간단히 베리 콤포트를 완성한 우빈이 그릇에 프렌치토스트를 올려두었다.
방금 완성한 프렌치토스트 위에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얹고, 그 위에 베리 콤포트를 뿌려 접시에 색감을 주었다.
그리고 바나나 하나를 통째로 썰어 프렌치토스트 옆에 플레이팅하면 완성이다.
“올라가서 먹을까?”
우빈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화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많지 않아 풍경은 좋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옥상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우빈이 기지개를 켰다.
빵과 계란. 그리고 설탕이 가득 들어간 식빵은 달콤했다. 이미 달콤한 프렌치토스트 위에 메이플 시럽을 살짝 뿌리자 달콤한 맛이 더 극대화 되었다.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한 번씩 얹어준 다음에 위에는 딸기를 비롯한 베리 콤포트로 접시에 색감을 주었다.
옆에는 바나나를 잘게 썰어서 같이 플레이팅했다.
잔뜩 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계란물을 묻혀 빵을 구웠으니,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가득했다. 그와 함께 뿌려진 달달한 설탕이 바삭거리며 단맛을 더해주었다.
“우움, 마시따. 아빠아, 빵이 쵸쵸캐.”
빵의 겉면은 바삭하면서 안은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생크림과 아이스크림까지 듬뿍 얹어지니 그 달콤함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옥상에는 캠핑 의자가 두 개밖에 없었기에 우빈은 몰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프렌치토스트를 조금 잘라 몰의 입에 넣어주었다.
“우와아아! 단맛이 엄청 나네요. 세상에 고구마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정령은 음식이 없어도 잘 지낼 수 있기에, 몰은 고구마 말고는 다른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한편 아이스크림과 프렌치토스트를 함께 먹은 몰의 충격은 엄청났다.
‘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동안 그렇게 깊은 땅속에서만 지냈네.’
가끔 몰이 관리하는 땅을 확인하러 상급 정령이 들를 때가 있었다.
몰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얼른 멋있는 상급 정령이 되고 싶었다. 어두컴컴한 땅속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넓은 땅을 보고 관리하고 싶었다.
하루라도 빨리 상급 정령이 되기로 다짐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땅을 열심히 일구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순간 계속 우빈의 곁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몰이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안 돼! 유혹에 져서는!’
상념을 떨치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몰을 보고는 우빈이 물었다.
“왜 그래, 입맛에 안 맞아? 다른 음식으로 줄까?”
옆에는 통통한 소세지와 껍질까지 바싹 구운 베이컨이 놓인 접시가 있었다. 두더지는 단백질을 좋아한다길래, 혹시 몰라서 같이 구웠다.
“그게 아니라…… 너무 입맛에 맞아서 문제예요. 흐흑.”
“?”
맑은 날씨였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푸른 하늘을 가만히 쳐다보던 우빈이 입을 열었다.
“몰. 혹시 여기 땅 상태도, 어떤지 봐줄 수 있어?”
기왕 이렇게 전문가가 왔으니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빈과 몰은 율마 화분 앞으로 다가섰다.
킁킁.
코를 씰룩거리며 냄새를 맡던 몰이 말했다.
“으음, 좋은 향기…… 아아! 죄송합니다! 흙도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아요.”
계속해서 땅을 살피던 몰이 말을 이어갔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제 실력이면 금방 가꿀 수 있을 겁니다! 기왕 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떤 흙이 좋은지 혹시 아세요?”
몰은 자신이 좋아하는 흙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운지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저 심기만 하면 잘 자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렇지 않아요.”
몰은 그간 땅 위로부터 들려왔던 대화를 떠올렸다. 도시 텃밭은 매년 다른 신청자가 들어왔고, 농사를 아예 처음 하는 사람도 많았다.
“식물한테 중요한 건 뿌리예요. 그리고 그 뿌리가 잘 자라려면 땅에도 충분한 영양이 있어야 해요. 땅 사이사이에 공기도 잘 흐르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되어야 한다는 거죠.”
“호오.”
흥미로운 지식에 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 몇 달간 봄이와 함께 도시 텃밭을 가꾸기는 했지만, 아직 농사에 관해서는 여전히 초보에 가까운 우빈이었다.
“괜찮으면 이 나무도 조금 봐줄 수 있을까? 선물 받은 거라서 말이야.”
“보, 보여달라고요? 조금 쑥스러운데…….”
수줍게 웃던 몰은 심호흡과 함께 화분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앞발을 들어 발톱을 바짝 세웠다.
“이, 이야아압!”
‘…….’
커다란 기합 소리와는 달리 손에서 아주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찌나 빛이 약했는지, 옆에 있던 봄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기다리면 영양 가득한 흙이 된답니다. 후후.”
“……우와아!”
“멋지다!”
“후후, 뭘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한 템포 늦은 리액션이 쏟아져 나왔지만 몰은 기분이 좋은지 코를 찡긋거렸다.
“어쨌든 제가 보기에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햇빛이 부족한 것 같으니 이미 갈색으로 된 부분은 조금 잘라주고 햇빛을 충분히 쐬게 하면 금방 다시 예쁜 초록빛이 돌 거예요.”
“정말? 색도 돌아온다고?”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요.”
몰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희찬한테 선물 받은 식물이었는데, 며칠 되지도 않아 식물이 죽어버리면 장희찬을 볼 면목이 없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동안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몰이 정성껏 흙을 가꾼 덕도 분명 있을 것이다.
“으음, 그리고 저번에 제가 준 돌 말이에요. 그 돌을 갈아서 뿌리면 비료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그게 있으면 바로 돌아올 거예요.”
저번에 준 돌이라면…….
몰의 설명을 같이 경청하던 봄이가 목걸이에 걸린 호박을 만지작거렸다.
“이고 마하는 고야?”
몰이 봄이가 목에 건 목걸이를 그제야 알아챘다.
“아! 그걸 목걸이로 하셨군요.”
“……이제 안고야? 우리 며치이나 가치 이㎢サ?”
봄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몰은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우수수 소름이 돋았다. 그와 함께 무언가 대답을 잘 해야겠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꼈다.
“너무 잘 어울려서요! 무언가 차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 몸처럼 잘 어울려서 몰라봤어요!”
“히히.”
봄이와 몰의 대화를 들으며, 우빈은 남몰래 식은땀을 흘렸다.
‘몰…… 너 방금 위험했어.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채서 다행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았어요!’
둘은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몰이 땅의 정령이라면 셀레스티아는 물의 정령이려나? 혹시 식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았더니 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셀레스티아 님은 너무 무서워요……. 게다가 셀레스티아 님은.”
‘……인간을 싫어하는데.’
말을 이어가려던 몰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괜히 그런 이야기를 꺼내 우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빈이 매번 맛있는 음식을 주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몰 뒤에서 누군가가 쏙 나타났다.
“내가 뭐가 무섭다는 거야?”
“으아아악!”
몰이 셀레스티아의 기운을 느끼고는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바로 그런 점이 무섭다는 건데요…… 흑.”
몰은 우빈의 무릎 위에 올라가서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 몰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우빈이 몰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걸 이렇게 키웠다고요? 봄 님이 옆에 있으니까, 이렇게 되기도 어려울 텐데.”
셀레스티아가 손을 뻗자, 방금까지만 해도 시들시들했던 잎이 물기를 머금었다.
“보아하니 흙도 방금 몰이 손질해 준 것 같고. 금방 나을 거예요.”
셀레스티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율마의 잎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마워! 참, 온 김에 셀레스티아도 같이 먹을래?”
“흥. 저는 두더지 같은 건 안 먹어요.”
셀레스티아가 샐쭉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몰은 다시 한번 히익, 하고 겁에 질려서는 우빈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게 아니라, 프렌치토스트 말이야.”
안 그래도 달콤한 냄새의 진원지가 궁금하던 참이었다.
셀레스티아가 힐끗 우빈의 접시를 쳐다보았다.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듯한 황금빛의 토스트. 그리고 그 위에는 눈처럼 하얗게 소복이 슈가 파우더가 쌓여 있었다.
붉은색 딸기와 베리 콤포트에 들어있던 블루베리, 그리고 옆에 있는 바나나까지.
‘뭔지는 모르지만…… 맛있어 보이잖아?’
셀레스티아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저도 한입 먹어 볼게요.”
“그래. 그럼 네가 여기 앉아.”
어쨌든 손님을 바닥에 앉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우빈은 캠핑 의자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손님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의자도 몇 개 더 사놓아야 할 것 같았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나도 괜찮아.”
자리로 계속 실랑이를 벌이던 둘. 그러다 우빈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맞다, 그게 있었지.’
이전 슬기, 유채와 함께 다녀온 피크닉이 꽤 만족스러웠던 터라. 우빈은 이후로 돗자리를 하나 사두었다.
이후로 이래저래 일이 많아져서 피크닉은 가지 못했지만.
우빈은 얼른 이층집에서 돗자리를 꺼내와서 다시 옥상으로 올라왔다.
‘진작 이렇게 할걸.’
돗자리를 펼치고 캠핑 의자로 날아가지 않게 고정해 두었다.
봄이와 셀레스티아, 그리고 우빈 셋이 앉기에는 충분한 크기의 돗자리였다. 몰은 우빈의 무릎보다 넓어진 돗자리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먹을게요.”
새침하게 포크로 쿡 프렌치토스트를 찔렀다. 그리고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이 듬뿍 얹어진 토스트 한 조각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으음, 이게 뭐야. 맛있어……!’
셀레스티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딸기와 블루베리와 같은 이런 과일들은 정령계에도 가득했지만, 이렇게 달콤한 시럽에 졸인 베리 콤포트 같은 것은 없었다.
“시럽을 더 뿌려도 맛있어.”
“……그것도 먹어볼게요.”
그다음에는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린 프렌치토스트를 한입 먹고 셀레스티아는 말없이 팔을 휘저었다. 정말로 맛있을 때나 볼 수 있는 그런 리액션이었다.
“하하, 셀레스티아 님이 저러는 건 또 처음 보네요.”
그제야 몰도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 웃었다.